[김익현기자] 삼성과 애플이 이번엔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서 공방을 벌이고 있다. 아이폰 초기 모델 수입을 금지하라는 국제무역위원회(ITC)의 판결 때문이다.
삼성은 지난 19일(이하 현지 시간) USTR에 아이폰4 수입금지 명령을 이행해달라고 요구하는 서류를 보냈다. 애플 역시 USTR에 ITC 수입금지 판결의 부당성을 호소했다고 블룸버그통신과 특허 전문사이트 포스페이턴츠가 26일 보도했다.
ITC는 지난 4일 아이폰4와 아이패드2를 비롯한 애플 초기 모델들이 삼성의 3G 통신 관련 특허권 등을 침해했다면서 수입을 금지한다는 판결을 했다.
ITC 판결로 공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넘어갔다. ITC가 수입금지 판결을 할 경우 미국 대통령이 60일 이내에 수용 여부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삼성과 애플이 서류를 제출한 USTR은 대통령의 위임을 받아 ITC의 수입금지 판결에 대한 거부권 행사 여부를 결정하는 역할을 한다.
◆삼성 "수입금지 타격 없어" vs 애플 "근시안적 판결"
삼성은 지난 19일 USTR에 "아이폰4와 아이패드2 모델의 미국 내 수입금지를 하더라도 효과는 제한적이다"면서 "ITC의 수입 금지 판결을 뒤집는 이례적인 조치를 할만한 경제 정책적 이해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ITC가 수입금지 판결한 아이폰4와 아이패드2는 신규 수요가 그다지 많지 않은 제품이다. 따라서 당장 수입 금지하더라도 소비자들에게 큰 피해는 없을 전망이다.
삼성은 이런 부분을 집중 부각시킴으로써 대통령이 ITC 판결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명분을 봉쇄하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반면 애플은 삼성이 소송을 하기 전에 '공정하고 비차별적인(FRAND)' 로열티를 적용해야 한다는 표준특허 관련 의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와 함께 애플은 "ITC는 이번 판결로 국제적으로나 미국 국내적으로 외톨이가 됐다"고 지적했다.
애플로선 ITC의 수입 금지 판결이 표준특허권에 대해선 가급적 당사자 간 해결을 유도하는 최근 추세와 맞지 않는다는 점을 부각시키면서 거부권 행사의 명분을 주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애플은 또 이번 수입금지 판결이 구형 모델에 집중돼 있어 당장 큰 피해는 없다는 주장에 대해선 "ITC가 즉각적이고 단기적인 효과만 고려했다"고 비판했다.
삼성은 '프랜드 관련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는 애플 주장에 대해선 반박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삼성은 "애플에 라이선스 제안을 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ITC 판결에 대통령 거부권 행사 사례 극히 드물어
이제 삼성과 애플 간의 역사적인 ITC 소송은 오바마 대통령의 결정만 남은 상태다. 두 회사가 '파급 효과'와 '프랜드 규정 미이행' 등을 앞세워 설전을 벌이는 것도 대통령의 최종 결정을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유도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 동안 미국 대통령들은 ITC의 수입 금지 판결을 거의 그대로 수용해 왔다.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한 차례 ITC 수입금지 판결에 거부권을 행사한 것이 극히 이례적인 조치로 받아들여졌을 정도다.
따라서 ITC의 이번 수입금지 판결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은 많지 않을 전망이다.
한편 ITC는 이달 초 미국 세관 및 국경보호국에 이번 판결과 관련된 제품 출하를 전면 보류하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포스페이턴츠가 전했다. 하지만 ITC의 명령은 아직 발효되지는 않은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명령은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바로 적용된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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