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유미기자] 경기침체가 길어지면서 음료시장에서도 불황형 구매패턴이 나타나고 있다. 주머니가 얇아진 만큼 포만감을 느낄 수 있는 '배부른 마실 거리'를 찾는 경향이 높아지는 것이다.
'버블티'가 대표적인 사례. 명동, 홍대 등 주요 도심의 버블티 매장에는 길게 늘어선 줄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을 정도로 그 인기가 매우 높다. 기존 커피전문점을 찾는 고객들의 상당수가 이탈할 정도로 수요가 높아지자 현재 전국 주요 도심과 대학가를 중심으로 하루에도 2~3개의 버블티 매장이 생겨나고 있다.
버블티는 밀크티에 열대작물인 카사바로 만든 '타피오카'를 넣어 쫄깃한 식감을 더한 음료다. 열대작물인 카사바의 뿌리에서 채취한 식용 녹말 젤리인 타피오카는 음료와 함께 씹어 먹으면 포만감을 느끼게 해준다.
음료 업계의 한 관계자는 "2000년대 초반 반짝 유행했다 사라진 버블티가 최근 다시 사랑받고 있는 것은 물가상승과 경기침체로 박탈감을 느낀 소비자들이 제품에 대한 추가적인 혜택을 기대하며 나타난 일종의 보상심리 때문"이라며 "기존 음료들이 가진 기본적인 속성 외 버블티가 주는 포만감이 소비자들의 음용 만족도를 높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IMF 경제위기 속에서도 이러한 현상은 있었다. 모든 경제지표와 소비심리가 최하점을 기록할 때 소비자들의 음료 구매 패턴은 알갱이가 있는 음료로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90년대 후반에는 코코팜, 갈아만든 배, 알로에, 식혜 등 단순히 특정 맛을 내는 일반 음료보다 실제 과육이나 알갱이가 씹히는 과립음료들이 대세를 이뤘다. 모두가 지출을 줄이고 허리띠를 졸라매는 상황에서 음료도 마시는 것이 아닌 먹는 식품으로 인식된 것이다.
올해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편의점 '씨유(CU)'에서 1~5월까지 집계된 음료 판매량을 보면 동기간 전년대비 갈아만든 배는 26%, 식혜는 30%, 알로에 음료는 33% 상승했다. 올해 음료 전체 매출 신장률이 22%인 것을 감안하면 과립음료는 매출 상위를 기록하며 꾸준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업계에서도 이러한 소비 현상에 맞춰 관련 제품을 선보이며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편의점 씨유는 작년 말 복숭아코코와 청포도코코를 출시했다. 복숭아와 청포도 과즙에 나타드코코를 넣어 과일 음료 특유의 향과 더불어 씹히는 식감을 더했다. 또 GS25는 지난 4월 버블티 콘셉트의 팝버블 2종을 출시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 제품은 청포도에이드와 골드피치로 구성됐다.
씨유 음용식품팀 신재호 MD는 "장기적인 경기불황이 계속되면서 곡물 우유를 비롯해 두유와 발효유 등 포만감을 느낄 수 있는 가공유의 매출이 전년대비 최고 31% 상승하고 있다"며 "고객들의 이러한 니즈에 맞춰 차별화된 품질과 합리적인 가격의 마실거리 PB상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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