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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7년 뚝심, SK 中사업 '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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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노펙과 석유화학 합작사…반도체·전기차도 성과

[정기수기자] "중국 사업은 30년의 긴 안목을 보고 추진해야 한다. 단기간의 성과를 내기 위해 조바심을 내지 말고 중장기적인 전략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

최태원 SK(주) 회장이 평소 대내외에 강조해 온 중국사업에 대한 경영철학이다.

SK그룹에 잇따른 중국발 '희소식'이 전해지면서 최태원 회장의 7년에 걸친 '뚝심'이 결실을 맺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SK는 지난 28일 한·중 수교 이후 최대 규모의 석유화학 합작회사 설립 계약을 체결했다. 아시아기업 최초로 중국의 최대 석유화학 합작 파트너다.

SK의 사업 파트너이자 중국 최대 석유기업인 시노펙 왕티엔푸 총경리는 최종 계약 서명식에서 "이 자리는 최태원 회장의 진심 어린 노력 덕분에 가능했다"며 "최 회장이 왔어야 하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 회장의 제안으로 이뤄진 이번 프로젝트는 한·중 경제협력의 대표적인 케이스로 대단한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며 "이를 통한 글로벌 동반성장 의지를 수차례 SK측에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우한(武漢) 프로젝트'로 불렸던 에틸렌 사업 진출은 중국에서 '제2의 SK'를 건설하자는 전략에 따라 진행된 역점 사업이다.

이 사업은 후베이성 우한(武漢)시에 완공한 나프타 분해시설(NCC)로 총 3조3천억원이 투자된 초대형 프로젝트다. 올 하반기부터 에틸렌 80만톤을 비롯해 폴리에틸렌(PE), 폴리염화비닐(PVC) 등 각종 석유화학의 기초 원료제품 약 250만톤을 생산할 예정이다. 지분 투자율은 SK 35%, 시노펙 65%다.

이번 프로젝트의 성공은 최태원 회장의 중국에 대한 경영철학의 결과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특히 최 회장은 그룹의 장기적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우한 프로젝트를 직접 진두지휘, 뚝심과 열정으로 이번 합작사업을 성사시켰다.

지난 2006년 최회장이 왕티엔푸 총경리를 만나, 중국의 경제발전과 SK그룹의 성장에 상호 도움이 되는 방안을 논의하던 중 "중국에 꼭 필요한 것을 먼저 말해달라"고 제안한 것이 이 프로젝트의 시작이다.

시노펙이 '산업의 쌀'로 불리는 에틸렌 분야의 합작사업이 필요하다고 요청하자, 최 회장은 SK그룹의 기술력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답하고 합작사업 추진에 합의했다.

하지만 최 회장의 중국 진출이 모두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합작사업 추진에 합의한 이듬해인 2007년에는 우한시에 에틸렌을 비롯한 유화제품 생산 공장을 착공했고, 중국 정부의 승인절차에 돌입했지만 난관에 봉착했다.

SK관계자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불확실한 경제 등으로 프로젝트는 속도조절에 들어갔다"며 "중국 정부의 기간산업에 대한 승인 기준이 까다로워지면서 사업은 계속 지연됐다"고 전했다.

게다가 가장 중요한 최초 승인기관인 국가발전개혁위원회(이하 발개위)가 제동을 걸었다. 발개위는 산유국 기업이나 서구 메이저 기업과 합작을 했던 과거 통상적인 관행에 반하고, SK그룹의 기술력에 의문이 든다는 점을 내세웠다. 여기에 중국 정부의 외자투자 규제를 강화한 것도 원인이 됐다.

합작회사 설립이 어려움에 부딪치자 최 회장이 직접 나섰다. 최 회장은 2008년 4월 중국으로 날아가 시노펙 CEO 등 임원들을 만나, 중국 정부에 조기비준 협조를 요청했다.

최 회장은 이어 막판 걸림돌이 됐던 발개위 관계자를 직접 만나 담판을 지었다. 그는 "중동 산유국처럼 원유·원재료를 보유하지는 않았지만 SK그룹은 지난 40년간 국내외 여러 석유화학 생산공장을 건설, 운영해 온 노하우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SK그룹이 중국과 동반자가 되기 위해 노력했던 진정성도 내세웠다. 최 회장은 "SK의 중국 현지화 전략은 '상호 이익'과 '동반 성장' 철학에 맞춰, 형식적 합작이 아니라 원재료를 공동구매하고 판로도 함께 개척하자"고 제안했다. 빈민지역 학교 설립 등 SK그룹이 중국에서 펼쳤던 공익적 활동상도 소개했다.

이에 중국 정부가 긍정적 입장으로 돌아섰고 지난 2월 발개위, 5월 국무원 심사를 각각 통과해 이번 합작 계약이 체결됐다.

최 회장이 합작 추진에 합의한 이후, 중국 정부와 시노펙 관계자를 면담한 것은 중국 현지에서만 10여 차례에 이른다고 SK 측은 전했다.

시노펙 고위 관계자는 "SK그룹은 7년이라는 오랜 시간을 기다려 주면서 끝까지 신뢰를 심어준 진정성이 느껴지는 파트너"라고 말했다.

SK 관계자는 "중국 진출 22년간 SK의 성장이 중국에도 이익이 되는 진정한 동반자 관계를 맺고자 했던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면서 "대통령의 방중이 중국 정부의 최종 승인을 받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는데 이는 정부와 재계의 모범적인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태원 회장의 뚝심과 열정과 함께, SK의 석유화학 기술력과 진정성이 더해져 중국 정부의 마음을 움직였다"며 "SK의 공익적 활동에 대해서도 인상 깊은 평가를 내렸다"고 덧붙였다.

최 회장의 진정성을 앞세운 중국 경영철학은 SK의 반도체와 전기차 등 사업에도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SK의 중국 생산기지인 SK하이닉스의 중국 우시 반도체 공장도 최근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다.

최 회장은 하이닉스 인수 직후 우시 공장을 방문해 "우리는 한 가족"이라며 "긍지와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개인적으로 뿐만 아니라 그룹 전체가 지원하겠다"며 동반자 관계를 강조했다.

중국 우시 반도체공장은 과감한 투자로 미세공정 전환에 속도를 높였고, 업계 최고 수준의 20나노급 D램 양산으로 이어지면서 수익성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베이징자동차그룹, 베이징전공과 함께 미래 성장동력으로 주목 받고 있는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JV) 설립을 위한 투자의향서도 체결했다. 2010년 중국내 사업 시너지를 제고하기 위해 설립한 SK차이나는 올 1월 중국인을 대표이사로 선임하면서 현지화 속도를 높여가고 있다.

이만우 SK그룹 PR팀장(전무)은 "최 회장이 이해관계자의 행복을 추구하는 그룹의 경영이념을 중국에서 직접 보여줌으로써 긍정적인 사업성과가 나왔다"면서 "인재양성, 문화교류, 환경보호 등 다양한 활동으로 SK그룹과 대한민국의 이미지가 높아질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기수기자 guyer73@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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