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경기자] 한국은행이 "특정 부문의 가계부채가 리스크 요인으로 잠재해 있긴 하나, 가계부채가 단기간내 대규모로 부실화될 위험은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3일 오전 열린 가계부채 청문회에서 한은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가계부채 현황을 보고했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1분기말 기준으로 가계부채 규모(가계신용 기준)는 962조원을 기록하고 있다. 가계부채 총량은 은행을 중심으로 증가세가 둔화중이나, 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완만하지만 상승세를 지속중이다.
지난 1분기 가계부채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4.9%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은행대출 증가율도 1분기에 2%로 가계신용 통계를 내기 시작한 지난 2002년 4분기 이래 최저로 떨어진 상태다. 그러나 비은행 대출 증가율은 8.8%로 전분기의 8.2%보다 상승했다.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비율은 작년말 기준으로 136%(가계신용 기준)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가계부채 증가율은 낮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소득 증가율을 웃돌고 있어 가계부채비율이 완만하나마 계속 오르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한은은 가계부채가 단기간내 대규모로 부실화될 우려는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가계대출의 LTV 비율이 49%(2013년 4월 기준, 은행 주택담보대출 기준), 은행 연체율이 1%(2013년 2월)로 낮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으며, ▲가계부채가 상환능력이 양호한 상위 소득계층(소득 4~5분위)에 주로 분포돼 있다는 것이 이유다. 소득 4~5분위 가구는 전체 가계부채의 71%를 보유하고 있다.
또한 ▲대출구조의 안정성도 꾸준히 개선중이라는 시각이다. 은행주택담보대출에서 고정금리 대출 비중이 확대됐고(2010년말 0.5%→2012년말 14.2%), 평균 잔존만기도 늘어나고 있다(2010년말 10.0년 →2012년말 11.0년).
◆비은행 가계부채 및 취약층 부채는 우려요인
다만 특정부문의 가계부채가 리스크 요인이 될 가능성은 잠재돼 있다고 지적했다. 은행권의 가계부채 비중은 양호하지만 비은행권에서는 증가하고 있고, 과다채무가구·자영업자·다중채무자 등은 우려된다는 점 때문이다.
비은행권 가계부채 확대는 리스크관리를 강화하는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 어려운 이들이 비은행권으로 눈을 돌린 결과다. 비금융권은 은행권보다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아 저소득·저신용층의 원리금상환부담이 증가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가계부채 대응과 관련해 한은은 "가계부채 비율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가운데, 취약계층의 채무상환부담 경감 방안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으나 부채비율이 높고 부분적인 취약성이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또 가계부채조정은 급격히 이뤄지면 소비 위축과 성장률 급락 위험이 있는 만큼 점진적인 조정을 유도하는 방향의 거시경제정책 운용이 적절하다는 판단이다.
◆가능성 낮지만 가계부채 대규모 부실 대책 준비는 마련해야
한편으로는 "가계부채가 대규모로 부실화되는 극단적인 상황에 대비한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현실적인 가능성은 낮지만, 경제성장률 및 주택가격 급락 등 예상치 못한 경제충격으로 가계부채가 대규모로 부실화될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일 대규모 부실이 발생할 경우에는 배드뱅크(bad bank)를 설립해 부실채권을 인수하고 채무채조정도 보다 광범위하게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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