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숙기자]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3일 '가계부채 청문회'를 열어 1천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 상황과 원인을 점검하고 대책을 논의했다.
정부는 이날 청문회에서 가계부채 규모가 올해 3월 말 현재 961조6천억원에 달한다고 보고했다.
지난 1999년부터 2012년까지 연평균 가계부채 증가율은 11.7%로 같은 기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7.3%)과 가계 가처분소득 증가율(5.7%) 보다 높다.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은 가계부채 규모가 크게 증가한 주원인으로 정부의 정책 실패를 꼽았다. 특히 저소득·고령층의 부실 위험이 커지고 있어 질적 측면에서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정부 정책 실패가 가계부채 급증 원인"
새누리당 안종범 의원은 "가계부채 문제는 통화정책에서부터 시작됐다"며 "통화정책에 있어 기준금리 인상 타이밍을 놓쳐 유동성이 급증했고, 그 결과 금융회사가 대출경쟁을 하다 보니 신용창출이 단기간에 확대되는 계기를 만들어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또 2005년 금융당국이 여신비율 8% 이하, BIS 비율 8% 이상인 저축은행을 우량은행으로 규정, '88클럽'을 만드는 등 규제 완화에 나서면서 저축은행이 부동산 대출을 확대한 것이 가계부채에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이용섭 의원도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양과 질 모두 매우 우려할만한 수준"이라며 "2008년 리먼 사태가 왔을 때 다른 모든 국가는 채무를 조정하면서 부채를 줄여갔는데 우리나라는 고환율 저금리 정책을 유지하는 등의 정책 실패에서 이런 사태가 온 것"이라고 비판했다.
진보정의당 박원석 의원은 지금껏 정부가 행해 온 부동산 정책이 가계부채에 영향을 미쳤다고 비판했다. 인위적으로 주택 가격을 올리는 정책을 시행함으로써 가계부채를 부추겼다는 게 박 의원의 주장이다.
박 의원은 "지난 정부 시절 인위적으로 주택 가격을 올리는 정책을 반복해 오늘날 가계부채에 위험요인이 됐다"며 "가계부채가 생기는 이유는 소득이 낮기 때문이다. 소득을 높여주고 물가와 집값을 안정시키는 정책을 취해야 하는데 정책이 반대방향으로 작용해 금융기관의 약탈적 대출을 야기할 만큼 가계부채를 부추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체 가계부채 규모가 작은 수준은 아니지만 우리 경제 시스템에 위기를 가져올 수준은 아니다"라며 낙관론을 폈다.
◆"가계부채, 경제위기 수준 아냐…연착륙 필요"
현 부총리는 "정부는 2011년 이후 가계부채 연착륙을 유도하기 위한 대책을 펴 왔다"면서 "연착륙 대책 시행 이후 2011년 하반기 이후 가계부채 증가율이 지속적으로 둔화돼 왔고 올해 1분기에는 가계부채가 2009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다. 제2금융권 대출 속도도 최근 둔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가계부채를 급격히 줄이면 경기가 꺼진다. 경기 지탱을 위해 가계부채를 급속히 못 줄이는 측면이 있다"며 점진적 부채 조정이 이뤄지도록 거시경제정책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다만 현 부총리도 가계부채의 구조 개선 필요성은 인정했다. 그는 "가계부채 구성을 살펴보면 최근 저소득층과 노령층, 자영업자 등이 늘어나고 있고 은행권 대출 보다 비은행권 대출이 늘어나고 있어 정책적 차원에서 타깃별로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기획재정위원회에 제출한 '가계부채 대응방안'을 통해 가계부채 연착륙 대책을 지속할 것이며 취약계층 부채상환여건 개선을 위해 금융권 건전성 관리를 강화하고 장기·고정금리대출을 활성화하는 등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밖에 국민행복기금 등을 통한 취약계층 금융부담 완화, 하우스푸어 지원 대책, 부동산 시장 관리 등도 차질없이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
아울러 정부는 박근혜정부 핵심 국정기조인 '창조경제', '고용률 70%' 이행을 통해 취약계층 부채 상환 능력 향상을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새누리당 나성린 의원은 "가계부채 대책이 저소득층·서민층을 대상으로 하다 보니 중산층이 커버되지 않는다. 중산층의 가계부채 문제도 심각하다"면서 "사각지대를 찾아 커버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부채 감면과 반드시 병행돼야 할 것은 저소득층이 부채를 상환할 수 있도록 소득을 향상시켜주는 대책"이라고 강조했다.
윤미숙기자 come2m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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