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미기자] 인터넷 포털이 독과점적 영향력을 행사해 '골목상권'을 침해한다는 논란이 사회적 이슈로 등장했다. 그러다보니 공정한 경쟁을 위해 네이버나 다음 같은 포털을 법으로 강력히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단순한 독점력 행사가 아닌 혁신적인 서비스의 진화과정에서 정당한 결과물이라면, 영세 경쟁자들과 자율적인 상생의 구도로 유도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11일 새누리당 여의도연구소가 개최한 '공정과 상생의 인터넷산업을 위한 정책간담회'에서는 이같은 이슈에 대한 전문가들의 논의가 펼쳐졌다.
이상승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광고와 자연검색어의 구분 ▲포털 자사콘텐츠와 외부 콘텐츠의 검색중립성 ▲웹툰·오픈마켓·부동산·광고료·벤처생태계 등으로 세분화해 경쟁법적 요소에 대해 발제했다.
◆'멜로 조용필'이 검색 안되는 이유는?
이상승 교수는 포털의 독점적 영향력과 관련, 광고와 자연검색 결과에 대한 명확한 구분이 필요하다는 점을 우선적으로 언급했다.
포털이 검색엔진으로 이용자들이 원하는 양질의 콘텐츠를 검색결과 광고주들이 해당 포털 검색엔진에 높은 광고료를 지불하고도 광고를 게재하는 것이라면 경쟁법상 제재대상이 아니라면서 경매방식 또한 한정된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수단이라는 얘기다.
포털에 대한 비판가운데 자사가 생산한 콘텐츠(블로그, 카페, 지식iN 등)를 상대적으로 우대한다는 내용도 문제가 되고 있다. 이를테면 '멜론 조용필'로 검색하면 구글에서는 가장 처음 검색결과로 멜론 사이트의 글이 나오지만 네이버는 5번째 검색결과, 다음은 2페이지 9번째에 나온다는 것.
이 교수는 이런 사례의 경우 일반적인지 아닌지 체계적인 조사가 필요하다는 단서를 뒀다. 그는 표면적으로 '경쟁사업자 배제 행위'로 볼 수 있겠지만, 검색엔진 특성에 따라 배제의도가 없었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멜론의 경우 네이버와 다음의 검색순위에서 밀리지만 시장 1위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그는 "미국 FTC는 구글이 검색 알고리즘을 수정해 자사 콘텐츠를 검색 페이지 상위에 위치시키는 행위가 비록 경쟁사업자에게는 피해를 줄지 모르지만 인터넷 사용자가 검색에서 원하는 답을 보다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친경쟁적 효과가 더 크다고 판단한 사례도 있다"고 설명하며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새 서비스 발굴이냐, 모방이냐 관건
특히 네이버는 웹툰·오픈마켓·부동산·광고료·벤처 생태계 등 경쟁에 열세인 경쟁자들의 시장을 침해한다는 지적을 받는다.
이 교수는 웹툰의 예를들며 포털이 수익창출을 위해 새로운 서비스를 발굴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점을 언급했다. "웹툰의 경우 독립만화사이트나 만화잡지가 피해를 본다고 하더라도 소비자 선택의 결과라면 경쟁법으로 규율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그는 이같은 문제를 인터넷 시대를 맞아 유통채널이 바뀐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시각을 보였다. 따라서 인위적으로 막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으로, 독립만화사이트나 잡지, 만화 소설 창작자에 대한 지원은 사회적 합의를 통해 세금을 통해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언급했다.
최근 부동산 서비스의 경우 포털이 중소부동산 업체들을 포털에 입점 시켜 노하우를 얻은 뒤 독자적으로 부동산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이로 인해 상당수 부동산 정보업체가 망하는 결과를 낳았다는 언론 보도도 나온다.
이 교수는 "네이버가 초기에는 개방정책을 표명하고 정보 제공업체를 유치한 뒤 약속을 어기고 폐쇄 정책으로 전환했다면 공정위가 조사할 사안"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럼에도 "네이버의 주장처럼 부동산 허위 매물이 많아 소비자의 신뢰성을 떨어지는 문제를 해결하려고 확인매물 서비스를 시작하고, 이를 바탕으로 점유율이 높아졌다면 정당한 결과"라고 했다.
확인매물을 제공하는 네이버의부동산 서비스에 대해 소비자들의 신뢰가 높아지고 그 결과 광고비가 높아졌다면 시장원리에 따라 받아들여야 한다는 얘기로, 행정당국의 조사에 따라 결과가 쉽게 드러날 사안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아울러 이 교수는 "부동산 중개업체들이 어려운 근본이유는 부동산 경기침체로 보이며, 미국 등과 달리 판매자가 매물에 판매중개를 특정 공인중개사에 전속으로 맡기는 것이 아니라 다수의 중개사에게 구두로 맡기는 관행도 영세화의 중요한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벤처생태계의 경우 신생벤처의 기술개발을 보호해 창조경제를 구현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제도는 민사소송법을 개정해 미국처럼 증거개시절차(discovery)를 둬 중소벤처들이 대기업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권 "강한 규제", 전문가 "반대"
이날 토론회에는 이 교수의 발제에 이어 김철균 전 청와대 뉴미디어비서관과 한종호 NHN 정책이사,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 권철현 공정거래위원회 시장감시국 서비스감시과장 등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이 교수의 분석은 경쟁법적 적용 가능성에 대한 경제학적 시각을 제시했지만, 새누리당에서는 포털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새누리당 김기현 정책위의장은 "일부 포털기업의 독과점이 강화되면서 왜곡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 교수가 지적한 문제들뿐만 아니라 다양한 시각에서 새누리당에서 장기적으로 깊이 있게 생각하고 접근하겠다"고 말했다.
같은당 김용태 의원도 "국회 정무위원회는 포털사업자가 불공정 행위를 해 손해를 보거나 기업 생태계가 발전하는데 차질을 빚는 건 아니냐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다"며 "만약 실제로 불공정 행위가 벌어지고 있고 그런 일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 행정권으로만도 해결되지 않으면 입법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철균 전 대통령실 뉴미디어비서관은 "입법을 통해 정부가 직접적으로 포털을 규제하는 것은 반대"라면서 "한국인터넷진흥원, 한국정보화진흥원, 한국언론진흥재단 등 유관기관들을 통해 합의를 이뤄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NHN 한종호 정책이사는 "선도 기업으로 네이버가 더 큰 역할을 해야 한다는 뜻에서 비판적 고견들을 겸허히 받아 들인다"면서 "기업 입장에서는 규제가 항상 악은 아니며, 사회적 인식에 따른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진다면 전향적으로 수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은미기자 indiu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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