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현기자] "과욕이 빚은 참사."
대형 재난 같은 기사에 많이 등장하는 문구다. 하지만 18일(현지 시간) 실적을 발표한 마이크로소프트(MS)의 태블릿 PC 전략을 묘사하는 데도 이 문구가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을 것 같다.
MS는 이날 회계연도 4분기 매출이 199억 달러로 지난 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 증가했다고 밝혔다. 순익은 49억6천500만 달러(주당 59센트)로 집계됐다.
이 같은 결과는 월가 애널리스트들이 전망한 매출 207억3천만 달러, 주당 이익 75센트 전망치에 한참 못 미쳤다. 하지만 '윈텔 듀오'의 또 다른 축인 인텔이 전날 PC 시장 불황 등으로 쇼크에 가까운 실적을 내놓은 점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 예상된 수준이었다.
◆"서피스RT, 가격 더 내려도 관심 끌기 힘들어"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든 MS 입장에선 태블릿 시장에서 과욕을 부린 것이 못내 아쉬운 대목이었다. 서피스RT 재고 정리 비용으로 무려 9억 달러 손실을 떠안았기 때문이다.
499달러에 팔리던 서피스RT 가격을 349달러로 150달러 인하한 부분을 반영한 것. 이 때문에 MS의 주당 순익이 7센트 가량 줄어드는 손해를 봤다.
서피스RT는 ARM 칩을 기반으로 한 태블릿 저가 모델. MS가 태블릿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서둘러 내놓은 제품이다. 이 제품은 윈도8 기능 중 일부만 구현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윈도8용 앱 중 상당수가 구동되지 않는다.
서피스RT는 MS 오피스 소프트웨어를 탑재하고 있다. 하지만 윈도8에서 처음 선보인 메트로 스타일 인터페이스를 지원하는 핵심 앱 상당수를 쓸 수 없다. 게다가 구형 윈도 앱들도 지원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이용자들에겐 그다지 매력적이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IT 전문 매체 기가옴이 서피스RT 가격 인하 직후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4% 가량이 "관심 없다"고 답변했다. 가격을 내리더라도 큰 인기를 끌진 못할 가능성이 많다는 얘기다.
시장 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MS는 지난 1분기에 태블릿 90만 대를 출하했다. 하지만 이 중 대부분은 서피스 프로였으며, 서피스 RT는 거의 팔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류상으론 훌륭한 데 실제론 허점 많은 제품"
그럼에도 불구하고 MS는 왜 9억 달러 가량의 부담을 떠안으면서 가격 인하를 단행했을까?
시장 조사기관인 IHS가 지난 해 11월 추산한 자료에서 그 힌트를 찾을 수 있다. 당시 IHS는 키보드 커버를 포함한 서피스RT 제조 원가가 284달러 수준이라고 추산했다. MS 입장에선 가격인하 요인이 충분했던 셈이다.
MS로선 지금보다 가격을 더 떨어뜨릴 수도 있단 얘기다. 이와 관련 기가옴은 "최악의 경우 299달러 인하하더라도 최소 수익은 올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기가옴은 또 "서피스RT는 현재 시점에선 HP 터치패드 2.0과 흡사해보인다"고 지적했다. 서류상으론 훌륭한 제품이었는데 실행 과정에서 너무나 허점이 많은 제품이란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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