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현기자] '특별했던' 애플이 보통 회사가 된 걸까? 아니면 신제품 출시 공백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일까?
애플이 지난 6월 마감된 회계연도 3분기에 최악의 실적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 2분기에 2003년 이후 처음으로 순익 감소란 쓴 잔을 마셨던 애플이 이번엔 작년보다 매출이 감소할 수도 있다고 CNN머니를 비롯한 주요 외신들이 15일(현지 시간) 전망했다.
◆"10년 만에 분기 매출 감소할 수도" 경고
애널리스트들은 애플의 3분기 순익이 최대 29% 가량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예상대로라면 애플의 순익이 지난 분기에 이어 2분기 연속으로 감소하게 된다. 애플은 지난 4월 회계연도 2분기 순익이 18% 감소했다고 밝혔다.
더 충격적인 것은 매출 쪽이다.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분기 애플의 매출이 지난 해 같은 기간보다 소폭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애플의 매출이 전년보다 감소하는 것은 지난 10년 사이엔 볼 수 없던 일이다.
1년 전까지만 해도 애플의 기세는 꺾일 줄 몰랐다. CNN머니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 2009년 10월부터 2012년 3월까지 10개 분기 중 8개 분기 동안 순익이 2배 씩 증가했다. 매출 역시 10개 분기 중 9개 분기에서 50% 이상 성장했다.
이 같은 성장세에 힘입어 애플은 시가 총액 1위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 시가 총액 1위 기업이 신생 기업에서나 볼 수 있는 고속 성장세를 계속하면서 독보적인 존재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지난 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애플의 기세가 확연하게 꺾였다. 최근 5개 분기 연속 총마진이 감소했다. 지난 분기엔 2003년 이후 10년 만에 분기 순익이 감소했다.
이런 흐름은 주가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지난 해 9월 700달러를 돌파하면서 최고점을 찍었던 애플 주가는 10개월 사이에 40%나 떨어졌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애플의 위기를 외치는 목소리에 조금씩 힘이 실리고 있다.
◆아이폰 최신 모델 선호도 갈수록 떨어져
그 동안 '애플 쇼크'는 주로 순익 쪽에 맞춰졌다. 지난 해보다 덜 벌어들였다거나, 예상보다 덜 남겨서 문제가 됐다.
하지만 이번 경고는 차원이 다르다. 매출 자체가 줄어들 수도 있다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애플 매출이 지난 해 같은 기간보다 감소할 경우 주주들에겐 순익 감소보다 훨씬 더 큰 충격을 안겨줄 수도 있다. 성장이 정체됐다는 걸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번 분기 실적 만으로 애플이 보통 회사로 전락했다고 진단하는 건 성급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애플은 지난 3개월 동안 신제품을 전혀 내놓지 않았다. 매출을 확 끌어 올려줄 유인이 부족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쏟아져나오는 각종 분석들을 보면 심상치가 않다. 일단 최신 제품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 특히 출시된 지 3년이 다 되어가는 아이폰4 비중이 다시 커지고 있다는 점은 애플에겐 아프게 다가오는 부분이다.
미국 컨슈머 인텔리전스 리서치 파트너스(CIRP)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애플 스마트폰 중 아이폰4 비중이 18%에 달했다. 물론 최신폰인 아이폰5가 52%로 절반을 웃돌긴 했다. 하지만 지난 3월 14%였던 아이폰4 비중이 18%까지 늘어나 눈길을 끌었다.
게다가 아이폰4는 지난 해 10월엔 비중이 9%에 불과했다. 그러던 것이 1년 사이에 비중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예전 같으면돈을 더 들여서 최신 폰을 샀을 소비자들이 '공짜폰'으로 풀린 구 모델에 눈을 돌리고 있단 얘기다. '아이폰의 혁신'이 한계에 달했다는 전망이 나오는 건 이러 배경 때문이다.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아이폰5는 출시 9개월 여 만에 전체 아이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을 넘어섰다. 하지만 이전 모델과 비교하면 애플에 대한 열광이 많이 수그러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CIRP는 "아이폰5가 출시 9개월 만에 전체 아이폰 판매량의 절반 이상을 점유했다"면서도 "하지만 이전 모델인 아이폰4S 같은 경우 출시 1년 뒤에도 75% 점유율을 유지했다"고 지적했다. CIRP는 또 "아이폰4S는 출시 직후 점유율이 90%에 달했던 반면 아이폰5는 70% 선에 머물렀다"고 덧붙였다.
아이패드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해 아이패드 미니 출시 이후 판매량은 늘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수요가 아이패드 미니 쪽으로 쏠리면서 애플의 매출에 악영향을 미쳤다.
◆"혁신 가미한 아이워치-애플TV만이 해법"
언론들은 애플이 제품을 내놓을 때마다 '혁신 실종'을 노래했다. 아이폰4S 때도 그랬고, 아이폰5 때도 그랬다. 물론 언론들의 이런 태도는 애플에 대한 과도한 비판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최근 1년 사이 제자리 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는 애플에겐 진짜 혁신 제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경쟁력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은 애플 역사를 살펴봐도 알 수 있다. 애플은 지난 2004년 1월 아이팟 미니를 내놓으면서 폭발적인 성장세에 시동을 걸었다. 7개 분기 연속 세 자릿 수 수익 증가율을 기록한 것.
아이팟 미니 약발이 떨어질 때쯤 애플이 내놓은 혁신 제품이 바로 아이폰이다. 2007년 여름 당시로선 생소했던 아이폰을 선보인 것. 덕분에 애플은 이후 3년 동안 매출과 수익이 3배나 증가했다.
아이폰 출시 이후 3년 여 간 고속 성장을 구가하던 애플은 2010년 아이패드란 혁신 제품을 선보였다. 더불어 아이폰4도 이전 모델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혁신을 꾀하면서 2012년까지 탄탄대로를 달렸다.
최근 10년 여 간의 애플 역사를 살펴봐도 성장이 정체될 시점이 된 셈이다. 애플이 또 다시 고속 성장 가도를 달리기 위해선 아이워치나 애플 TV 같은 또 다른 혁신 제품이 필요하단 얘기다.
뒤집어 얘기하면 혁신 제품을 내놓지 못할 경우엔 보통 회사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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