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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에 빠진 최태원 재판, 어디로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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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선고 사흘 앞두고 변론재개 여부 고민

[정기수기자] 최태원 SK 회장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이 단 사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막판 돌출 변수가 발생해 재판의 진로가 미궁 속에 빠져들고 있다.

이번 재판의 핵심인물로 지목된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이 체포되면서 그의 진술에 따라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재구성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오는 9일로 예정된 선고 공판 진행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다.

◆선고 미루고 재판 재개될 지 초미의 관심

일단 최태원 회장 측은 지난 5일 재판부에 선고를 미루고 변론을 재개해달라는 요청서를 제출했다. 따라서 재판부가 어떤 판단을 하게 될 지 귀추가 주목된다.

담당 재판부가 김 전 고문의 진술이 없다 해도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사실상 밝혀졌다고 판단할 경우 예정대로 선고 공판이 진행될 것이고, 최 회장 측 주장대로 김 전 고문의 진술을 들어야 한다고 판달할 경우 선고를 미루고 재판을 다시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6일 현재 최 회장의 항소심 담당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4부는 최 회장 측의 변론재개 신청과 관련해 "변론 재개 여부는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검토한 뒤 결정할 것"이라는 원론적인 답변만을 내놓은 채 딱히 이렇다 할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김 전 고문 체포 이후 일주일째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셈이다.

현재로서는 결국 재판부가 변론을 재개할 것이라는 예측이 더 우세한 편이다.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잘 아는 위치에 있는 핵심인물의 진술을 들을 수 있는 상황인 만큼 재판을 재개하는 게 법리적인 상식에 맞다는 것이 대체적인 법조계 의견이다.

최 회장 측도 변론 재개 신청서를 내면서 "이 사건 핵심인물의 신병이 확보될 수 있는 만큼 실체적 진실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그의 법정 진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판부 입장에서는 이미 김 전 고문의 증언을 제외하고는 모든 심리를 마쳤기 때문에 변론을 종결하고 선고를 강행해도 절차상 큰 무리가 없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재판부는 항소심 내내 "이 사건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김 전 고문으로 보인다"고 수차례 언급하면서도 그의 행태나 해외에서의 주장 등에 대해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을 피력해 왔다. 새로운 증인 신문 절차가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대목이다.

◆변론 재개되더라도 재판의 진로는 안갯속

변론이 재개되더라도 재판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 지는 오리무중인 상황이다.

김 전 고문이 "내가 횡령 사건을 주도했다"고 진술한다면 재판의 양상은 1심 및 항소심 검찰 구형과 달리 송두리째 뒤바뀔 수 있다. 최 회장 측은 대폭 줄어든 형령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김 전 고문이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최 회장에게 불리한 증언을 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최 회장 측은 거짓 주장을 수차례에 걸쳐 번복한 점 등이 부각돼 오히려 양형에 더 큰 불이익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 최 회장 측으로서는 변론 재개가 더 손해가 되는 경우다.

변론을 재개할 경우 이 사건 피고인들의 구속 기한이 얼마 안 남았다는 점도 문제다.

올해 초 구속수감된 김준홍(48) 전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대표는 오는 10일, 지난 1월 말 1심에서 징역 4년 선고와 함께 법정구속된 최 회장은 내달 30일로 법정 구속 기간(최장 8개월)이 만료된다.

따라서 김 전 대표는 보석으로 풀어줘야 하는 상황이다. 대만에서 체포된 김 전 고문의 송환절차 협의가 미뤄질 경우 최 회장까지 석방된 상태에서 재판을 진행해야 하는 경우도 감안해야 한다. 김 전 고문의 송환 시기가 늦어질 경우 선고가 기약 없이 연기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한편 현재 법무부와 검찰은 조속히 김 전 고문을 송환하기 위해 대만 사법당국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만과 우리나라는 지난 1992년 국교가 단절돼 범죄인 인도조약이 체결돼 있지 않은 상태여서 정확한 송환 절차 및 시기를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다.

대만 정부가 김 전 고문을 강제 추방한다면 조속한 신병 확보가 가능하다. 강제 추방은 해당 정부의 결정으로 2~3일 내에 진행될 수 있어 조기 송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재판부는 이 모든 것을 감안해 막판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기수기자 guyer73@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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