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숙기자] 16일 열린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 국정조사 청문회가 '맥빠진 청문회'로 흐르고 있다.
핵심 증인인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수사 축소·은폐 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로 민감한 사안에 대한 증언을 거부한 데 따른 것이다.
이날 오후 2시 출석하겠다고 밝힌 원세훈 전 국정원장도 김 전 청장과 같은 태도를 취할 가능성이 높아 청문회 자체가 유야무야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14일 공판준비기일 참석을 이유로 청문회 출석을 거부했던 김 전 청장은 이날 오전 10시께 청문회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김 전 청장은 자신의 증언이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로 신기남 국정조사 특위 위원장의 증인 선서 요구를 거부했다. 나아가 "원칙적으로 증언과 서류 제출을 하지 않겠다"며 사실상 '증언 거부'를 선언했다.
그러면서도 김 전 청장은 "검찰 공소장 전체를 인정하지 않는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고, 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증인이 증언 선서를 거부한 것은 위증을 하겠다는 것으로도 해석이 가능하다'고 질타하자 "여기에 대해 소명을 좀 해야겠다"고 나서는 등 철저한 '방어 태세'를 취했다.
김 전 정창은 또 박 의원이 경찰의 중간수사 결과 발표가 있었던 지난해 12월 16일 오전 국정원 직원과 만난 사실이 있느냐고 따져 물으며 관련 자료제출을 요구하자 "당시 병원에 가서 손톱 치료를 하고 오후 2시에 출근했다. 지금 여기 바로 드릴 수 있다. 가져가시라"고 말하는 등 다소 고압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여야는 김 전 청장의 증언 거부와 수사 축소·은폐 의혹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증인이 선서를 거부한 것은 국민 모독이자 위증을 하겠다는 것이다. 본인이 떳떳하다면 왜 증인 선서를 못 하느냐"라며 "위원장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반면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법에 보장된 증언 거부권을 행사한다는데 무슨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하느냐"라며 "증인의 인권 좀 보장해 가면서 (청문회를) 하자"고 공격했다.
민주당 전해철 의원은 "대선 전 실시된 마지막 여론조사 결과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가 오차범위 내 박빙의 초접전 상태였다"며 "이런 상황에서 12월 16일 밤 증인이 주도하는 댓글 사건에 대한 경찰 중간 수사결과 발표는 대선에 큰 영향을 줬다"고 주장했다.
이에 맞서 새누리당 김태흠 의원은 "국정원 댓글 사건은 한 마디로 국정원 전·현직 직원이 민주당과 사전 공모했으나 실패한 정치공작"이라며 "과거 '병풍 사건'에서 재미를 본 사람들이 커다란 그물을 치고 기다리다가 고기는 안 잡히고 올챙이만 잡히니 올챙이를 고기라고 우기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윤미숙기자 come2ms@inews24.com 사진 박세완기자 park90900@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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