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수기자] 현대자동차 노조가 20일 결국 부분파업에 돌입했다. 기아자동차 노조도 오는 21일부터 부분파업을 벌일 전망이다.
현대·기아차 노사는 향후 협상을 통해 합의를 도출할 방침이지만, 양측의 입장 차로 협상이 이뤄진다고 해도 적잖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심각한 생산 차질이 불가피하다.
현대·기아차 뿐만 아니라 협력업체 피해도 가시화되고 있다.
20일 현대·기아차 노사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는 울산·전주·아산공장에서 이날부터 이틀간 주간 1조와 2조가 2시간씩 조업을 중단하는 '부분파업'에 들어갔다. 또 파업이 끝날 때까지 잔업과 주말특근도 거부하기로 했다.
현대차는 이날 파업과 잔업 거부에 따라 2천106대의 차량을 생산하지 못해 435억원의 생산손실을 빚을 것으로 추산했다.
또 울산과 경주지역 산업단지의 40여개 1차 협력업체를 비롯해 전국 330여개 1차 협력업체의 납품이 중단되는 피해도 발생했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해에도 임단협을 진행하면서 총 28일에 걸친 전면·부분 파업을 벌여 차량 8만2천여대를 생산하지 못해 이로 인한 손실이 역대 최대인 1조7천48억원에 달했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1987년 설립 이후 1994년과 2009~2011년 등 4년을 제외하고는 줄곧 파업을 벌였다.
노조는 당장 전면 파업보다는 수위를 조절하는 부분파업에 나서며 차츰 전면파업으로 투쟁 수위를 높여나가며 사측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오는 22일에는 회사의 성실교섭 촉구를 위해 파업을 중단하고 지난 6일 교섭결렬 선언 후 중단된 사측과의 제19차 본교섭을 재개한다. 다만 22일 교섭에서 진전이 없을 경우 노조는 곧바로 2차 쟁대위를 열어 추가 파업일정을 확정할 계획이다.
그러나 노사간 쟁점에 대한 의견 차가 커 파업수위가 점차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대차 노사가 지난 5월 28일 첫 상견례를 가진 이후, 수차례 교섭과 실무 협상을 벌였지만 합의점을 도출하는 데 실패해 왔기 때문.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기본급 13만498원(정기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상여금 800%(현 750%) 지급, 퇴직금 누진제 보장, 성과급 순이익의 30% 지급, 완전 고용보장 합의서 체결, 정년 61세 연장, 대학 미진학 자녀의 취업 지원을 위한 기술취득 지원금(1천만원) 지원 등을 요구해 왔다.
현대차는 노조의 요구안에 대해 국내·외 어려운 경기여건 등을 감안할 때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현대·기아차 안팎에서는 양쪽의 입장 차로 협상이 이뤄진다고 해도 당장 사측이 일괄제시안을 내놓지는 않을 것이며 이 경우에도 노조가 곧바로 수용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따라 노조가 부분파업에서 전면파업으로 점차 수위를 높이며 투쟁하다 추석 전 타결을 시도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추석 직후 9월 말~10월 초 현대차 노조 집행부 선거가 예정되어 있어, 노조에게도 장기 투쟁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기아차 노조도 이날 오후 쟁의대책위원회를 구상하고 21일부터 부분 파업에 나서기로 결의했다. 기아차 노조 역시 전면 파업보다는 부분 파업을 진행하며 현대차의 협상 과정에 따라 강도를 높여갈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기아차는 이번 파업에 따른 생산량 부족분은 해외공장 가동률을 높여 피해를 최소화 하겠다는 방침이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대화가 필요한 시기에 파업을 강행하는 것은 노사는 물론 수 많은 협력업체에게도 피해와 혼란만을 가중시킬 뿐"이라고 지적했다.
정기수기자 guyer73@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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