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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기]내 감성 이해하는 감성컴퓨팅 세상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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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트너의 하이퍼 싸이클 보고서는 전략 및 기획 담당자들에게 매우 유용한 데이터이다. 자신들이 관심갖는 영역의 기술 수준이 현재 시장의 선택이라는 측면에서 어느 단계에 도달하고 있는 지를 참고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3년 가트너 하이퍼 싸이클 자료를 보면서 필자가 관심을 가진 영역 중 하나인, 인간과 주변 환경에 대해 기기가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게 할 것인가에 관련된 기술 목록을 보았다. 지금까지 이 칼럼에서 소개한 여러 기술이 보였으며, 오늘 소개할 감성 컴퓨팅(Affective Computing)도 그 영역 중 하나의 중요 기술로 얘기하고 있다

[가트너 자료] Emerging Technologies Hype Cycle for 2013

◆스마트기기가 감정을 이해한다면?

운전을 하면서 네비게이션에서 나오는 말에 대해 같이 말 대꾸 하는 친구를 주변에서 보았을 것이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부모님이 전화기에 역정을 내거나 야단을 치고, 프로그래머 조차 컴퓨터에게 사정을 하거나, 짜증을 내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대부분의 컴퓨터나 로봇, 스마트 기기는 우리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한다.

만일 자동차가 내가 지금 편안하게 운전하는지 아니면 긴장하고 있거나 졸고 있는 지를 알아챌 수 있다면, 보다 편안한 운전이 될 수 있게 음악을 제공하거나 집중할 수 있도록 나에게 뭔가를 지시할 수 있을 것이다. 공항의 감시 장치는 긴장하는 모습을 보이는 사람이 잠재적인 위험인물인지, 단지 비행기 타는 것이 두려워 긴장하는지 알아낼 수 있다. 교실의 태블릿은 학생들이 집중을 잘 하는지, 지루해 하는지, 이해를 못하고 있는 지 판단해 학습 방식을 바꿔나갈 수 있다.

이렇게 우리 주변의 기기들이 사람의 감정과 감성을 이해하게 하기 위한 컴퓨팅 기술에 대해 연구하는 분야가 감성 컴퓨팅이다. 감성컴퓨팅은 MIT 미디어랩 감성 컴퓨팅 그룹의 정의에 의하면, '감정이나 다른 감성 현상에 관련있거나 그를 통해 발생하는, 또는 감성에 의도적인 영향을 주는 컴퓨팅 기술'을 의미한다고 되어 있다. 이러한 연구는 감성에 대한 기본 이해와 인간에 주는 영향에 대한 기술과 이론을 연구하는 첨단 분야이다.

[MIT 미디어랩] Affective Computing is computing that relates to

이미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감성공학이 인간의 감성을 과학적으로 분석해서 이를 제품 개발이나 시스템 설계에 반영하는 것이라면, 감성 컴퓨팅은 기기와 시스템이 인간을 이해하고 다양한 모드로 우리와 어떤 방식으로 의사소통하게 할 것인가를 연구하는 분야이다.

미디어랩의 감성 컴퓨팅 그룹에서는 다음과 같은 분야가 감성 컴퓨팅이 공헌할 영역으로 제시하고 있다.

• 새로운 웨어러블 센서와 머신 러닝 알고리듬을 통해 다중의 정보 채널을 분석 함으로써, 사람들이 감성-인지 상태를 의사 소통하는 새로운 디자인 방식.

• 자연스러운 인터랙션과 대화를 통해 당혹감, 스트레스, 무드를 간접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 개발.

• 감정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컴퓨터를 구현해 사람들의 당혹스러움에 의한 부정적 감정을 줄이도록 대응.

• 감성 상태에 대한 자기 인지를 개선하기 위한 개인용 기술 개발, 이를 선택적으로 타자에게 전달하는 방식.

• 감성이 사람들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주는 가에 대한 이해.

• 감성 컴퓨팅에서 윤리적 이슈를 탐구하는 앞선 연구.

감성 컴퓨팅은 특히 앞으로 나타날 많은 웨어러블 컴퓨터나 스마트 기기들이 사람의 감성 상태를 파악해서 이를 이해하고 그에 맞는 대응을 하게 만들기 위한 기술이라는 측면에서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감성컴퓨팅, 사업성 가치도 무궁무진

그러나 일반인이 아닌 특별한 목적의 연구도 이루어졌는데, 미디어랩에서는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는 사람에게 특별한 안경을 만들어서 상대방이 지루해 함을 알 수 있도록 도와줬다. 이는 아스퍼거 증후군의 사람들은 특정 주제에 대해 지나치게 집요함을 보이는 경우가 있고 사람들이 보이는 사회적 신호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기 때문이었다.

MIT 미디어 랩에서는 얼굴에서 24 포인트를 고속 프레임으로 측정해서 감정을 추론하는 소프트웨어를 만들기도 했으며, 큐 센서즈(Q Sensors)라는 손목 밴드를 만들어서 사람들의 피부 전기 전도율이나 체온 측정을 통해 감정 고저를 알아내는 연구를 수행하기 했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2009년 어펙티바(Affectiva)라는 회사를 통해 사업화가 이루어졌으며, 2012년 8월에는 1천200만 달러의 투자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어펙티바는 최근 큐 센서즈 사업을 중단했다.

비욘드 버발(Beyond Verbal)이라는 회사는 사람들의 음성 톤을 분석해서 사람들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다. 주로 물리학과 뇌심리학을 연구한 연구자들에 의해 설립된 이회사는 지난 5월 280만 달러의 초기 투자를 받은 이후 7월에 추가 100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 회사는 또 하나의 이스라엘 기반의 스타트업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새로운 게임기 X박스 원은 개선된 키넥트 콘트롤러와 함께 사용자의 반응을 추적해 게임에 대한 감성적 반응을 추적할 수 있게 될 예정이다. 고해상도의 카메라로 사용자의 움직임을 추적하고, 키넥트의 적외선 센서는 사용자의 심장박동수를 파악한다.

[뉴욕타임스] If Our Gadgets Could Measure Our Emotions

이렇게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게임에 대해 재미없어 하는지, 너무 무서워하는지를 파악할 수 있으며 미래 제품과 경험에 대한 중요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다.

◆민감한 아킬레스건 '프라이버시와 보안'

그러나 이렇게 유용할 수 있는 감성컴퓨팅에서도 역시 거론 될 수 있는 중요 이슈는 개인의 프라이버시와 보안이다. 내 감정이나 감성을 분석한 데이터가 적절하게 사용되거나 저장되는 것인지,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는 경우를 어떻게 방지할 것인지는 매우 민감한 이슈이다.

센서를 통한 사용자 감성/감정 파악 뿐만 아니라 아마존, 넷플릭스, 스포티파이 같은 미디어 소비와 구매를 위한 사이트에서도 우리의 온라인 행위를 분석하거나 사용자들의 감성적 반응을 분석해서 보다 정밀한 판단이나 적합한 추천을 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즉 감성컴퓨팅은 단지 사람들의 감성을 분석해서 커뮤니케이션을 자연스럽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이를 바탕으로 자신들의 사업의 경쟁력을 올리고, 보다 만족도를 올려서 사업에 직접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매우 핵심적 컴퓨팅 기술이 될 것이다.

앞으로 다가올 미래 디지털 헬스 시장에서 감성 컴퓨팅의 영역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몇 개의 컴퓨터를 장착하고 생활하는 환경에서 주인의 몸 상태, 생리적 변화, 말투, 표정을 읽어내어 하루의 상태를 파악하고 그에 맞는 대응이나 판단, 서비스를 제공하는 웨어러블 컴퓨터를 상상하는 것은 그리 먼 미래의 일이 아닐 것이다.

무엇보다 내 마음 상태를 파악해서 날 편안하게 만들어 주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TV, 스마트 기기에 둘러싸여 보다 행복한 하루를 지낼 수 있는 날을 꿈꿔본다.

한상기

카이스트에서 인공지능을 전공하고 현재 컴퓨터과학과 인문사회학을 결합한 소셜컴퓨팅 분야의 각종 이슈를 연구하고 있다. 20여 년 동안 대기업과 인터넷 기업에서 전략 수립을 하고 두 번의 창업을 경험했으며, 여러 대학에서 강의를 했다. 사진과 영화, 와인을 좋아하며, 에이콘출판사의 소셜미디어 시리즈 에디터로 다양한 책을 소개하고 있다. 최근엔 학술과 현업 경험을 바탕으로 기업의 신규 사업 전략과 정부 정책을 자문하고 여러 매체에 기고하고 있다. 블로그(isocialcomp.wordpress.com)와 페이스북(facebook.com/stevehan)을 통해서도 왕성한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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