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숙기자] 2013년 8월 28일 한국 사회가 큰 충격에 빠졌다. 국정원이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을 비롯한 현역 의원, 당직자들의 자택과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에 착수했기 때문이다. 혐의는 '내란음모'. 유신시절에나 들어봤을 법한 단어 하나에 전국이 떠들썩해졌다.
국정원은 이 의원 등이 'RO(Revolutionary Organization)'라는 이름의 지하혁명조직을 만들어 남북전쟁이 일어났을 때 북한에 동조하는 '내란' 준비를 해왔다고 혐의를 발표했다.
국정원이 공개한 RO 모임 녹취록에는 이 의원이 핵심 조직원들에게 유사시에 대비해 총기를 준비할 것과 국내 주요시설에 대한 타격 준비를 지시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어 논란을 키웠다.
특히 이 의원은 사제 폭탄 제조 방법에 대해 언급하면서 보스턴 테러에 사용된 압력밥솥 폭탄을 만드는 방법이 인터넷 사이트에 소개돼 있다는 점을 언급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원이 제시한 증거대로라면 이 의원은 내란음모죄에 해당된다. 현행 형법은 대한민국을 새로운 국가로 만들거나 국가기관을 전복시키려는 목적의 폭동을 내란죄로, 이를 목적으로 음모를 꾸민 자를 내란음모죄로 3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 의원 등은 녹취록이 날조된 것이라며 결백을 주장했다. '전쟁반대·평화실현'을 위한 의견을 나누는 자리였을 뿐 내란음모에 해당하는 발언은 없었다는 것이다.
'RO'에 대해서도 통합진보당 경기도당이 주최한 당원들의 모임일 뿐 국정원 주장대로 '지하혁명조직'이 결코 아니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국정원은 이 의원의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냈고, 통합진보당의 반발은 거세져갔다.
이런 가운데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가 '총기' 발언을 인정하면서 "총기 탈취니 시설 파괴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농담처럼 말하거나 누군가 말해도 웃어넘겼다"는 '황당한 해명'을 해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법무부는 이 의원을 본격적으로 수사하기 위해 체포동의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현역 국회의원은 현행범이 아닌 한 회기 중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되지 않는 '불체포 특권'이 있는데, 이를 해제해 달라는 요청인 셈이다.
국회가 체포동의안을 통과시키자 법원은 이 의원이 통합진보당 당사로 피신하려 한다는 첩보를 입수했다고 밝히며 곧바로 구속영장을 발부, 이 의원을 강제구인했다.
결국 이 의원은 구치소에 수감돼 서울 서초구 내곡동에 위치한 국정원 본원을 오가며 조사를 받게 됐다.
이에 그치지 않고 국정원은 추석을 앞두고 통합진보당 관계자 5명의 자택과 사무실에 대해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하는 등 수사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사상 초유의 현역 의원의 내란음모 혐의가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 주목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국정원]내란음모로 인한 소환서 발부되었습니다. 내용 확인'이라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사기까지 등장해 사건의 '유명세'를 증명하기도 했다.
윤미숙기자 come2ms@inews24.com 사진 조성우기자 xconfin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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