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송무기자] 대선을 불과 3일 앞둔 2012년 12월 11일 저녁 서울 강남의 한 오피스텔은 야단법석이었다. 민주당 당직자들과 경찰, 선관위 직원들이 28세 여성의 집 문 앞에 모여 국정원 직원들의 불법 선거운동이 벌어지고 있다는 의혹을 놓고 옥신각신하고 있었다.
조사 결과 이 여성은 국정원 직원인 김모 씨로 밝혀졌다. 민주당은 국정원이 과거부터 심리지원전단을 설치해 조직적으로 대선여론 조작을 해 왔다며 강력한 수사를 요청했다
민주당의 고발로 이 사건의 수사에 착수한 수서경찰서의 검찰 송치 의견서에도 이같은 내용이 일부 드러났다. 수서경찰서는 일명 '국정원 댓글녀'인 국정원 직원 김모 씨와 또 다른 국정원 직원 이모 씨, 민간인 조력자 이모 씨가 국정원 심리정보국장인 민모 씨의 지시 아래 '오늘의 유머' '보배드림' '뽐뿌' 등의 인터넷 사이트에서 닉네임을 개설해 댓글을 달았다고 밝혔다.
수서경찰서는 또 국정원 직원들이 상호 유기적으로 역할을 분담해 약 20개의 아이디를 만들어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를 반대하고,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하는 글을 게시하는 등 선거 운동을 했다고 했다.
수서경찰서는 국정원 직원들이 총 66개의 닉네임을 사용해 약 862개의 게시글을 쓰고, 총3천399개의 타인의 게시글에 찬성/반대를 표시했다고 밝혔다. 또 이들은 컴퓨터에 미리 설치돼 있던 아이피 변조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등의 치밀함도 보였다.
그러나 경찰은 대선을 3일 앞둔 2012년 12월 16일 밤, 중간 수사 브리핑을 통해 "'국정원 여직원의 데스크탑과 노트북에서 대선과 관련된 댓글을 단 사실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긴급 발표했다.
국정원 직원 김씨는 2012년 12월 13일, 경찰에 컴퓨터 2대 등을 제출했고, 서울경찰청 사이버 수사대 디지털 증거 분석팀이 분석에 들어가면서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됐다. 서울경찰청이 수서경찰서가 요구한 키워드 100개를 4개로 줄여 분석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경찰의 축소 수사 의혹도 일었다.
민주당은 국정원이 대선 여론 조작에 개입하고 경찰 수뇌부가 이를 축소 은폐한 전형적인 국기 문란 행위라며 강하게 반발했고, 게시글과 댓글도 국정원의 조직적인 삭제가 이뤄졌기 때문에 현재 드러난 것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 진선미 의원은 "검찰 수사 발표 자료와 범죄 일람표를 보면 국정원 직원들은 다음 블로그·조선일보 블로그를 개설했고, 네이트·네이트 판·안티 MBC 카페·오늘의 유머·일간 베스트·디시인사이드·뽐뿌·보배드림 등에도 가입해 활동했다"며 "SNS인 트위터와 페이스북도 포함됐고, 국정원 직원의 블로그에는 아프리카와 유투브까지 활동한 정황이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이를 근거로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나서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해 사과하고, 국회 주도의 국정원 개혁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과 여권은 지난 대선에서 국정원으로부터 도움을 받은 적이 없으며 개입한 사실도 없으므로 사과할 이유가 없고, 국정원이 자체적으로 개혁안을 마련하고 있으니 이를 국회에서 논의하면 된다고 야당 측의 요구를 거부하고 있어 정치권의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최근엔 국정원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검찰의 최고 수장인 채동욱 검찰총장이 '혼외 자식' 의혹으로 사퇴하는 과정에서 청와대와 국정원 배후설이 제기되면서 정국 파행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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