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수기자] 최태원 SK(주) 회장 횡령 사건의 핵심인물로 지목되고 있는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이 29일 구속됐다. 최 회장 등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이 있은 지 이틀 만이다.
앞서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판사 문용선)는 지난 27일 최 회장과 동생 최재원 부회장에게 각각 징역4년과 3년6월을 선고했다.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던 최 부회장은 이날 법정구속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 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있다며 김 전 고문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은 곧바로 구속영장을 집행해 서초경찰서에 유치된 김 전 고문을 서울구치소에 수감했다.
김 전 고문은 2008년 10~12월 SK텔레콤과 SK C&C 등 계열사들이 베넥스가 만든 펀드에 투자한 자금 중 횡령 혐의를 받고 있는 450억여원을 김준홍 전 베넥스 대표로부터 송금받은 인물이다.
최근에는 최 회장에게 투자받은 자금을 자신의 회사를 운영하는 데 사용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최 회장은 항소심 과정에서 김 전 고문에게 사기당했다며 450여억원이 빼돌려진 과정 역시 김 전 고문과 김준홍 전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대표가 주도했다고 주장해왔다.
검찰에 따르면 김 전 고문은 2008년 최 회장에게 SK그룹 계열사가 베넥스인베스트먼트에 1천억원대의 펀드 투자를 하도록 하고, 선지급금 명목으로 450억여원을 빼돌린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김 전 고문은 이번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김준홍 전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대표와 개인적 금전거래일 뿐 회삿돈을 횡령한 것은 아니다"며 최 회장과 무관하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김 전 대표가 범행을 주도했다는 주장을 편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항소심에서 최 회장이 진술한 내용과 비슷한 맥락의 주장이다. 최 회장은 항소심에서 '465억원이 김씨에게 송금되는 과정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해 왔다.
김 전 고문의 이 같은 주장은 향후 최 회장 등에 대한 상고심에서 적지 않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법원 안팎에서는 이번 항소심에서 사건의 핵심인물인 김 전 고문에 법정 진술이 없었던 만큼, 파기환송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SK 측은 이르면 이번주 내 최태원 회장 등의 항소심 결과에 대해 대법원에 상고할 예정이다.
SK 관계자는 "이번 사건의 핵심인물인 김원홍에 대한 법정 증언이 이뤄지지 않고 재판을 마무리된 것은 실체적 진실을 밝히지 못한 것"이라며 "항소심 결과를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수단을 강구해 강력히 소명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향후 검찰은 추가 조사를 마무리한 뒤 구속기한에 맞춰 김씨를 재판에 넘길 예정이다. 최 회장이 '2005년부터 개인적으로 투자한 돈 6천억원을 사기당했다'며 김 전 고문을 형사고소한 사건도 함께 수사할 방침이다.
한편 김 전 고문은 최 회장 형제와 함께 횡령 혐의의 공범으로 지목됐지만 검찰의 SK그룹 횡령 사건 수사가 본격화되기 직전인 2011년 3월 해외로 도주, 지난 7월 31일 대만에서 이민법 위반 혐의로 체포됐다.
검찰은 최근 대만에서 체포된 김 전 고문을 최 회장의 항소심 선고를 하루 앞둔 지난 26일 오후 국내로 전격 송환해 조사해왔다. 이어 28일 김 전 고문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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