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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말유통구조 개선법, 제조사 죽이기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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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잉규제가 시장 축소 낳아…폰 실구매가 더 높아질 것"

[김현주기자] 이동통신사, 제조사의 판매 장려금을 규제 대상에 포함하는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에 대한 법률'에 대해 제조사들이 "시장이 죽는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 법은 보조금의 차별적 지급 행위를 규제하는 게 골자다. 제조사들이 비공식적으로 투입하는 장려금도 규제 대상에 포함하고 있다.

제조사들은 정부에 장려금 지급 현황, 판매 등 자료를 제출해야 하고 사실조사에 협조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미래부가 추진하고 조해진 의원(새누리) 발의한 이 법안은 이달 정기국회에 상정돼 처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1일 휴대폰 업계에 따르면 이 법의 시행으로 인해 제조사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시장 축소' 및 '경쟁력 악화'다.

업계는 법이 시행되면 정해진 보조금 외 지급이 금지되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휴대폰 구매가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체감 가격이 높아지면 휴대폰 교체 수요가 줄어드는 건 불 보듯 뻔하다는 것.

더욱이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국내 시장에 집중하고 있는 팬택이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점이다.

팬택은 최근 경영 악화로 인해 직원 800명을 대상으로 무급휴직을 실하는 등 몸집 줄이기에 나선 상황. 사실상 구조조정을 통해 현재 국내 월 평균 15만대 수준인 판매량을 20만대로 올려 4분기 흑자전환을 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만일 법안이 통과되면 시장이 급격히 축소되고 팬택의 국내 휴대폰 판매량은 점점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법안이 통과되면 국내 월평균 160~170만대씩 팔리던 휴대폰이 150만대 이하로 떨어져 시장 규모 자체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국내 시장 의존도가 높은 팬택이 가장 먼저 타격을 입고 LG전자, 삼성전자 순으로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는 국내 스마트폰 시장이 올해 이후 성장 정체 양상을 보일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이는 모바일 시장이 현재 상태로 유지된다고 가정한 것이다. 법 개정 이후엔 성장 정체기가 앞당겨질 것이라는 분석이 가능한 이유다.

◆글로벌 모바일 경쟁력 악화-골목상권 붕괴도 우려

국내 휴대폰 시장이 축소되면 휴대폰 제조사들의 협력업체, 앱 개발사 뿐 아니라 골목 상권인 휴대폰 유통대리점의 잇따른 폐업도 우려되고 있다.

실제로 6월 현재 삼성전자 개발 협력업체는 1천500개, 앱 개발 업체는 5천700개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도 삼성전자의 글로벌 사업 확대로 국내 모바일 생태계가 축소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상태.

국내 시장이 어려워질 경우 삼성전자의 투자가 해외로 전환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휴대폰 업체 관계자는 "국내 단말기 제조사가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아 단말기 관련 중소업체와의 동반성장 및 생태계 구축을 통해 고용창출에 기여할 수 있도록 규제보다는 진흥을 위한 정책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조금 규제 강화는 국내 3만여개에 이르는 휴대폰 대리점, 판매점의 폐업도 가속화시킬 전망이다.

이미 올초부터 보조금 규제가 강화되면서 용산 전자랜드, 나진상가, 아이파크 일대 스마트폰 판매점들이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올 초 115개에 이르던 휴대폰 판매점은 95개 내외로 줄어든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대리점 관계자는 "정부에서 최근 골목상권을 보호하자고 외치면서 통신시장에서는 개인영세사업자 보다 이통사를 위한 정책을 펼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보조금 규제, 휴대폰 출고가 인하 가능할까?

정부는 보조금 규제 강화로 제조사들이 휴대폰 가격을 낮출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모든 소비자들이 같은 단말 가격으로 휴대폰을 살 수 있게 되면 그동안 보조금 차등지급에 따른 차별이 없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제조사들은 출고가를 내릴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휴대폰 제조업체 관계자는 "국가별 사양 차이로 약간의 가격 차이가 있지만 크게 다르지 않은 출고가를 책정하고 있다"며 "출고가를 확 내리라는 것은 휴대폰 개발 비용과 마케팅 판촉 활동을 위해 필요한 비용을 줄이라는 말이고, 사업을 축소하라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 갤럭시S4를 89만8천원에 출시한 바 있다. 기존 90만원대 후반이었던 갤럭시S3보다 낮은 출고가로 내놓은 것이다. 갤럭시S4는 영국 94만원, 독일 92만9천원, 일본 92만9천원 보다도 낮은 가격인데도 불구하고 갤럭시S3보다 판매 속도가 더딘 편으로 알려지고 있다. 보조금 지급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휴대폰 실구매가는 이통사 보조금, 제조사 장려금이 지급돼 만들어지지만 사실상 제조사 장려금은 극히 적다"며 "휴대폰 출고가를 낮춘다고 하더라도 법 개정 후엔 이통사의 보조금 지급이 줄어 들어 소비자들은 결국 기존보다 높은 가격에 휴대폰을 사게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현주기자 hann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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