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현기자] 미국 정부 부분 폐쇄(셧다운) 조치는 삼성과 애플 간 특허 소송은 어떻게 될까?
1일(이하 현지 시간)부터 미국 정부가 셧다운되면서 국제무역위원회(ITC)에 게루된 각종 특허 소송은 일정 연기가 불가피하게 됐다. 하지만 사법기관인 연방법원은 정상 가동되기 때문에 상당수 소송은 일정대로 진행된다.
특허 전문 사이트인 포스페이턴츠는 연방정부 셧아웃으로 삼성과 에릭슨 간 특허 소송이 지연될 것이라고 전했다.
삼성전자와 에릭슨은 지난 해 통신 기술 관련 라이선스 계약 연장에 실패하면서 법정 공방을 진행 중이다. 두 회사 공방은 에릭슨이 지난해 11월 말 삼성전자를 연방정부와 ITC에 연이어 제소하면서 시작됐다. 삼성도 한 달 뒤인 지난 해 12월 에릭슨을 맞제소했다.
반면 오는 11월로 예정된 삼성과 애플 간 배상액 산정 관련 소송은 예정대로 진행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정상적으로 활동을 하기 때문에 오는 8일 ITC의 삼성 제품 판매금지 판결에 대한 거부권 행사 여부도 정상 진행될 전망이다.
◆삼성, ITC서 진행 중인 에릭슨과 소송은 연기될 듯
미국 정부가 사상 초유의 셧다운 사태까지 내몰린 것은 '오바마케어' 때문이다. 오바마케어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 초기부터 줄곧 추진해 온 건강보험 개혁안. 하지만 야당인 공화당이 오바마케어 예산 승인에 반대하면서 팽팽하게 대립해 왔다.
두 당은 협상 마감시한이던 9월30일까지 2014 회계연도 잠정 예산안 합의 도출에 실패하면서 연방정부 폐쇄라는 초유의 사태를 몰고 왔다.
이번 조치로 미국 정부 기관은 대부분 기능이 중단된다. 특허 소송과 관련해선 ITC가 이번 조치의 영향을 받게 됐다. 특히 수입금지와 관련한 모든 시한은 셧다운 기간만큼 자동 연장된다.
이 조치로 영향을 받는 대표적인 업체가 HTC다. 노키아와 공방에서 패배한 HTC는 조만간 재심을 요청할 계획이기 때문. 하지만 미국 정부 셧다운으로 접수 시한이 자동 연장되면서 시간을 벌게 됐다.
ITC에서 진행 중인 삼성과 에릭슨 간 특허 소송도 자동 연기된다. 하지만 삼성은 에릭슨과 대등한 공방을 벌이고 있기 때문에 일정 연기 외에는 별다른 영향은 받지 않을 전망이다.
사법기관인 연방 법원은 정상 가동된다. 하지만 ITC 소송에 대한 항소심에는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치게 된다. 대표적인 게 현재 항소법원에 게루 중인 구글과 애플 간의 특허 소송이다. 이와 관련 포스페이턴츠는 ITC가 최근 연방 항소법원에 애플과 구글 간 항소심 일정이 연기될 수도 있다는 통보를 했다고 전했다.
◆특허청, 특허 재심사도 예정대로 진행
삼성과 애플 간 특허 소송은 어떻게 될까? 두 회사는 최근 ITC 공방을 끝냈기 때문에 당분간은 큰 영향이 없을 전망이다. 다만 정부 폐쇄 기간이 장기화될 경우엔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삼성과 애플은 당장 오는 11월부터 연방법원에서 또 한 차례 공방을 벌인다. 1심 담당 판사인 루시 고 판사가 지난 해 8월 1차 특허 소송 당시 배심원들이 산정한 배상액에 오류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열리게 된 재판이다. 사법 기관은 정상 가동하기 때문에 이 재판은 아무런 영향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초로 예정돼 있는 두 회사간 2차 특허 소송 역시 별 문제 없이 진행될 전망이다.
삼성과 애플 간 특허 공방에서 ITC관련 이슈는 오바마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다. 지난 8월 ITC가 갤럭시 S2 등에 대해 수입금지 판결을 한 데 대해 오바마 대통령은 오는 8일까지 거부권 행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거부권 행사는 대통령의 통치 행위이기 때문에 예정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많다.
삼성과 애플 간 특허 소송의 또 다른 이슈는 '특허권 무효 공방'이다. 현재 삼성은 미국 특허청에 '바운스백'을 비롯한 애플 특허들에 대해 무효 청원을 해 놓은 상태다.
특허권 유효성 공방 역시 정부 폐쇄의 영향을 크게 받지는 않을 전망이다. 미국 특허청은 최근 정부 폐쇄 이후에도 업무를 계속할 것이라고 공표했다. 포스페이턴츠에 따르면 미국 특허청은 "예전에 받아 놓은 특허 심사료 등으로 운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 폐쇄 장기화 땐 일부 특허 소송 뒤로 밀릴 수도
민주, 공화 양당은 셧다운 기간 중에도 계속 협상을 진행한다. 두 당 모두 정부 셧다운 기간이 길어지는 것에 대해선 부담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사태가 무한정 계속되진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연방 정부 셧다운이 장기화될 경우 어떻게 될까? 그럴 경우엔 연방법원에 게루된 특허 소송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포스페이턴츠는 "셧다운 기간이 길어질 경우 특허 소송보다는 형사 사건들부터 먼저 처리하게 될 수도 있다"면서 "그럴 경우 판사들이 셧다운을 핑계로 일부 특허 소송 일정을 뒤로 미룰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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