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나영기자] 지상파 방송에 중간광고를 도입하는 등 광고규제를 완화하면 시청자로부터 외면받을 수 있는 경고가 나왔다.
지상파 방송에 중간광고를 도입하려면 자구노력을 먼저해야 하며 지상파의 공적 책무를 더 강화해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방송학회가 10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위기의 지상파, 새로운 활로 모색' 주제 세미나에서 전문가들은 이같이 분석했다.
발제자로 참석한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 정준희 박사는 "글로벌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매체환경의 변화로 인해 지상파 플랫폼의 경쟁력이 약화됐다"며 "지상파가 기존의 경제적인 매커니즘에 의존하기는 어려워졌고 위기에 직면했다"고 소개했다.
아울러 정준희 박사는 지상파의 위기 요인으로 ▲수용자의 매체이용 형태 변화에 따른 지상파 방송의 시청률 감소 ▲지상파 광고 매출액의 급격한 저하 ▲자본력과 네트워크, 마케팅 능력을 앞세운 거대 통신 자본의 방송 진출 ▲지상파방송사의 콘텐츠 경쟁력 등을 꼽았다.
정 박사는 "지상파에게 부여된 '공적책무'를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변화된 환경에 맞게 방송 정책을 개선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면서도 "지상파가 변화하고 있는 환경에 전략적, 적극적으로 대응 해오지 못한 것이 위기를 가져온 이유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K-플레이어'나 '푹(pooq)'의 사례처럼 지상파의 콘텐츠를 배타적으로 방어하고 이를 통해 수익성까지 도모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무료보편적'인 지상파 매체의 기초적인 의무를 저버리고 유료방송 플랫폼의 유료보편화에 편승해왔다는 것이다.
그는 "지상파에 중간광고를 도입할 경우 '공적 책무'를 수행하는 지상파에 대한 시청자들의 지지가 약해질 수 밖에 없다"며 "당장의 수익을 개선하기 위해 중간광고 허용을 도입하면서 지위를 낮출 것인지 공적 기초를 확보하는 방향으로 지상파 플랫폼을 재구축할지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형철 숙명여대 교수도 "지상파는 사회적 의무를 지닌 공공서비스이기 때문에 차별성이 있어야 한다"면서 "다른 유료방송사업자들과 수평적 규제로 갈 경우 지상파가 가지고 있는 특성과 지위를 잃을 수 있기 때문에 중간광고에 대해서는 신중히 생각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상파의 중간광고 허용을 두고 시민단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중간광고가 허용될 경우 시청자들의 주권 훼손과 지상파 광고 쏠림 현상이 심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서울YMCA 시청자시민운동본부 한석현 팀장은 "최근 과도한 간접광고로 인해 시청자들의 프로그램 몰입도가 떨어지고 있는 상황인데, 중간광고까지 도입될 경우 시청권을 크게 훼손될 수 있다"며 "지상파방송사들이 자구적인 노력 없이 시청자들에게 부담을 전이하는 꼴"이라고 말했다.
전체 광고매출액에서 지상파 광고매출액이 차지하는 비중도 여전히 높아, 중간광고 허용 시 지상파 광고쏠림 현상도 높아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방송사업자 재산상황공표집에 따르면, 지난해 지상파와 지상파 계열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의 광고매출액은 2조5천억원으로 전체 광고매출액에서 7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지상파는 다른 유료방송사업자들이 받지 않는 혜택을 모두 받고 있음에도 광고 규제만 완화해달라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백나영기자 100n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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