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준기자] 지난 14일 열린 미래창조과학부 국정감사를 계기로 '통신요금 원가' 공개 여부가 통신업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이 통신요금 원가자료를 공개하라며 최문기 미래부 장관을 압박하면서 '판도라의 상자'가 열릴지 눈길이 집중되고 있다.
국감에서 최문기 장관은 통신요금 원가자료 공개 여부를 두고 현재 재판이 진행중이기 때문에 공개하기 힘들다고 맞섰지만, 계속된 의원들의 '항소를 취하하라'는 질타에 "항소를 취하하겠다"고 물러서면서 통신요금 원가공개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섰다.
통신업계는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발칵 뒤집혔다.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영업비밀이 공개될 수도 있는 처지에 몰렸기 때문이다.
통신요금 원가자료 공개에 대한 논란은 지난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2011년 5월, 참여연대는 미래창조과학부의 전신인 옛 방송통신위원회에 통신사 휴대전화 요금 원가 정보 공개를 청구했다.
하지만 방통위가 이를 거부하자 참여연대는 같은해 7월, 정보공개 거부 취소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에 대해 법원은 지난해 9월 요금 원가 자료 일부를 공개하라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에 불복한 방통위는 곧바로 항소했고 현재 2심 재판이 진행중이다. 2심 재판에는 미래부 뿐만 아니라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KT 등 통신3사가 보조참가인으로 항소심에 참여하고 있다.
미래부가 소송을 취하하더라도 여전히 통신사들이 소송전에 참여하고 있어 당장 원가공개로 이어지지 않겠지만, 원가공개 문제는 '민간기업의 영업비밀과 공공성' 사이에서 계속 논란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영업비밀을 공개하라니···" 통신사 '발끈'
그럼에도 통신사들은 국회의 이같은 주장에 당혹스럽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통신사들은 원가자료가 기업의 핵심적인 영업비밀로, 공개되면 경쟁사 등에 무방비로 노출돼 기업에 심각한 손해를 끼친다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국회라고 해서 민간기업의 원가자료를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것이 옳지 않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민간기업의 핵심 영업비밀을 공개하라는 것은 전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것"이라며 "기업이 심혈을 기울인 특허나 제품 설계도면을 공개한 채 경쟁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국회의원들과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가 요구하는 통신요금 원가자료는 통신사의 '영업보고서'와 '요금 약관 인가 및 신고를 위한 설명자료'를 포함하고 있다. 이 자료에는 요금제 설계과정에 대한 경영판단 사항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기업의 영업비밀로 보호받아야 한다는 것이 통신사 측의 주장이다.
통신사 관계자는 "과거 KT의 시내전화 요금 산정방식과 원가 내역을 공개하라는 청구소송에서도 정보공개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법원 판례가 있다"며 "전세계 민간 통신사 중에서 영업비밀인 원가를 공개한 사례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참여연대 "국민의 권리가 더 중요"
하지만 소송을 진행중인 참여연대 측은 기업의 영업비밀도 중요하지만 통신의 공공성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원가가 공개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는 통신요금이 국민 모두가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적절한 가격이 책정돼야 한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참여연대 안진걸 협동사무처장은 "국민 대부분이 통신사들의 요금 폭리 여부와 요금제 담합 여부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있다"며 "요금 원가를 공개해서 국민들의 의문을 풀어줄 책임은 통신사와 정부에 있다"며 국회의 손을 들어줬다.
참여연대 측은 통신사가 한건에 20원의 요금을 부과하는 문자 메시지의 원가는 3원 정도로, 이를 감안하면 통신사들의 요금도 원가에 비해 터무니없이 높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참여연대 측 역시 미래부의 항소 취하 여부에 따라 원가자료가 즉시 공개될 것으로는 보지 않고 있다.
안 사무처장은 "어차피 미래부가 항소를 취하해도 통신 3사가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도 1심에서 원가 자료 일부만 공개하라는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기 때문에 재판이 계속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허준기자 jjoony@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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