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혜정기자] 가전업체들이 살균제가 필요 없는 가습기로 계절 특수를 노리고 있다. '살균제 파동' 이후 가습기 시장이 얼어붙자 다른 방식으로 명명하거나, 기존 제품에 다른 기능을 추가해 소비자들의 마음을 돌리려 하고 있다.
가전 시장이 전반적으로 불황인 가운데 에어컨, 제습기 같은 공기 관련 기기들은 올해 대박이 터졌다. 소비자들도 공기 관리 가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가전 업체들이 '무해함'을 강조하며 가습기 기능을 갖춘 제품을 잇따라 출시하는 이유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2010년 50만대로 정점을 찍었던 가습기 시장 규모는 2011년 가습기 물통에 투입되는 살균제가 유해하다는 논란이 일면서 연 10만대 규모로 대폭 줄었다.
그러나 가전 업체들은 가습기를 쉽게 포기할 수 없다.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시장이었고, 에어컨이나 제습기 같은 공기 관련 가전의 인기가 높기 때문.
실제 시장조사기관 GFK에 따르면 올들어 8월까지 에어컨 누적 판매대수는 118만1천대. 전년 동기 대비 57.8%나 늘었다.
흥미로운 점은 제습기 판매량. 올해 판매량 규모는 130만대~140만대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약 50만대였던 전년대비 3배가량 증가한 규모다.
가전 업계 관계자는 "기후 탓도 있지만 소비자들의 거주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며 "TV나 오디오 같은 제품과 달리 공기와 관련된 가전은 스마트 기기가 대체하기 힘든 영역이라 가전 업체들이 공들이고 있는 분야"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가전 업체들은 소비자들이 가습기에 갖고 있는 거부감을 없애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스티머·에어워셔가 뭐예요?
LG전자가 17일 출시한 'LG 살균 스티머'는 물을 가열해서 습기를 만드는 가열식 가습기로 살균제가 필요 없다. '스티머'라고 명명해 기존 가습기와 차별화 하려는 전략을 엿볼 수 있다.
위니아만도, 위닉스 등이 올 겨울 가전으로 주력하고 있는 에어워셔도 마찬가지다. 가습기와 공기청정기 기능이 합쳐진 제품이지만 기본적으로 습기를 보충하기 위해 필요한 제품이다.
위니아만도와 위닉스가 올해 출시한 에어워셔는 패트병처럼 물이 투입되는 입구가 좁은 물통 구조대신 투입구가 넓은 수조 형태를 채택했다. 투입구가 넓기 때문에 세척하기 쉬워 살균제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게 업체들의 설명. 기존 가습기들은 물통 구조를 적용해왔다.
가전 업계 관계자는 "에어워셔는 소비자들에게 한번 더 부연설명을 해야 할 만큼 아직 생소한 가전"이라면서도 "(가습기에 대한) 거부감이 너무 크기 때문에 업체들이 기존 가습기와는 선긋기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가전 업계는 올해 가습기 시장의 재편 방향이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가전 업체들이 살균제 파동 이후 가습기 시장을 부활시키기 위해 고심해 왔다"며 "제습기처럼 날씨나 입소문 효과가 얼마나 따라주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