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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치고 쪼개고"…현대차그룹 사업재편 박차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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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율도 높이고, 규제도 피하고"…'경영승계' 시각도

[정기수기자] 각 그룹마다 계열사를 합치거나 쪼개는 사업부문 구조조정이 활발하다.

최근 재계 1위인 삼성이 한달여 기간 동안 제일모직, 삼성에버랜드, 삼성SDS, 삼성디스플레이 등으로 이어지는 사업 양수도 및 분할, 지분 확대 등 사업조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재계 2위인 현대차 역시 계열사 간 대규모 합병 등 사업 조정도 잇따르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신사업 발굴과 사업 재편 등 기업의 지배구조 선진화를 위한 움직임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경영권 승계를 위한 포석이라는 시각도 있어 주목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이 현대하이스코의 냉연사업 부문을 합병하기로 하면서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변화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수년 전부터 거론돼온 양사 간 합병은 지난달 현대제철의 충남 당진 3고로가 준공되자 곧바로 현실화 됐다.

이에 따라 삼성그룹에 이어 현대차그룹도 경영권 승계를 위한 사업 및 지배구조 개편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현대제철-하이스코 분할합병…"경영승계, 현실성 없다"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는 지난달 17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현대하이스코의 자동차 강판(냉연) 사업부문을 현대제철에 분할 합병하는 안건을 의결시켰다. 합병 시기는 12월 31일이다. 양사는 오는 29일 각각 주주총회를 통해 합병 내용을 결의하고 연내 마무리할 예정이다.

일단 이번 합병의 표면적인 명분은 사업상 필요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현대제철은 이번 합병으로 현대하이스코 당진공장과 순천공장을 인수해 제선(쇳물 생산)에서 제강, 연주(대형 쇠판 제조)를 거쳐 열연강판뿐 아니라 하공정 제품인 냉연강판까지 생산하는 일관제철소로 탈바꿈하게 된다.

이에 따라 현대체철의 매출액은 지난해 기준 14조원대에서 20조원대로 대폭 늘어나게 될 전망이다.

또 부채비율이 높은 현대제철은 수익성이 높은 냉연사업을 통해 당장 11조원가량의 차입금 상환 부담을 덜 수 있게 된다. 아울러 현대제철의 반제품을 받은 뒤 가공해 현대·기아차에 납품하는 계열사 간 거래를 해온 하이스코의 경우 내부거래 비중 감소로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할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각 그룹들이 사업 조정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던 차에 각종 규제까지 강화되자 다양한 방식으로 사업구조를 개편하고 나선 것"이라며 "합병 등 사업조정은 사업 효율화를 꾀하는 동시에 승계구도도 만들어가는 이중 포석"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정몽구 회장이 5.17%의 지분으로 현대차를 지배하고, 현대차는 기아차를, 기아차는 현대모비스를, 현대모비스는 다시 현대차를 지배하는 방식의 환상형 순환출자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현대차 지분 5.17%만을 보유한 정몽구 회장이 현대차그룹을 실질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것은 현대차 최대주주(지분율 20.78%)인 현대모비스 지분을 정몽구 회장이 6.96%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합병이 완료되면 현대하이스코의 최대주주(29.37%)인 현대차는 현대제철 지분을 새로 보유하게 된다. 시장에서는 정몽구 회장이 합병 후 보유하게 되는 현대제철 주식을 기존 현대제철이 보유한 현대모비스 주식과 맞바꿀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이 경우 현대차 지배구조의 취약점인 순환출자 고리를 끊을 수 있는데다, 정몽구 회장의 아들인 정의선 부회장에게 주식지분을 몰아줄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줄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차그룹 후계자인 정의선 부회장은 현재 그룹 지주사격인 현대모비스 지분이 0.67%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현대차그룹 측은 "현실성 없는 시나리오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정 부회장이 현대제철이나 현대하이스코에 지분이 전혀 없는데다, 이번 사업조정은 계열사간의 기능적 합병일 뿐이라는 설명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정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는 현대엠코 또는 현대글로비스의 사업구조 조정이 필요하지만, 이번 사안은 관련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대건설과 현대엠코의 합병 가능성은?

정의선 부회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와 맞물려 재계에서는 현대건설과 현대엠코 합병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정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위한 자금 5조원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그룹 계열 건설사들의 구조조정이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2011년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 인수 당시 채권단과 맺었던 '합병금지 시한'이 올 3월로 끝난 점도 합병 시기가 임박했다는 전망에 무게를 더한다.

현대차그룹 건설 계열사인 두 회사의 합병은 정 부회장이 경영권을 확보하면서 순환출자 고리를 끊는 데도 유용한 방안으로 평가된다.

정 부회장이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를 해소하고 2세 승계를 위해서는 그룹 대주주 일가의 기아차 보유 현대모비스 지분(16.8%)을 사들여야 한다. 여기에 약 5조원의 자금이 필요한데 현대건설과 현대엠코의 합병을 통해 이를 조달한다는 얘기다.

현대엠코가 현대건설을 통해 우회상장하고, 이 과정에서 정 부회장이 보유한 현대엠코의 지분가치가 높아지면 현대모비스 지분을 사올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는 것.

현재 정 부회장이 가진 주요 계열사 지분은 현대글로비스 31.88%(2조7천억원)와 비상장사 현대엠코 25.06%(증권업계 추산 5천억원)로 3조원이 조금 넘는 수준에 불과하다.

따라서 정 부회장이 25.06%, 정몽구 회장이 10%를 갖고 있는 현대엠코를 키워 지분을 유동화하는 방안이 유력하다는 분석이다.

현대엠코가 현대건설과 합병할 경우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이 보유한 현대엠코의 지분 가치는 몇 배 이상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현대건설과 현대엠코의 합병이 사실상 성사되기 힘들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만약 현대건설과 현대엠코의 합병이 성사된다면 주가는 합병 뒤 상대가치로 정해지는데, 두 회사의 규모 차이가 너무 커 주가상승 모멘텀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정의선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문제와 관련해 불거지고 있는 현대건설과 현대엠코의 합병설은 근거가 희박하다"며 "최근 시장에서 삼성물산의 삼성엔지니어링 합병 시나리오가 제기되면서 함께 거론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도 이번 합병설에 대해 터무니없다는 반응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합병에 대해 내부에서 논의된 바가 없다"고 일축했다.

정기수기자 guyer73@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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