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찬현 청문회 이틀째…양건-靑 갈등설 쟁점

[윤미숙기자] 12일 이틀째 이어지고 있는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는 양건 전 감사원장 사퇴를 둘러싼 청와대와의 갈등설이 쟁점이 됐다.

앞서 양 전 원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 참여하고 대통령직인수위원을 지낸 장훈 중앙대 교수의 감사위원 선임을 놓고 청와대와 갈등을 빚다 사퇴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 전 원장이 지난 8월 퇴임사에서 "외풍을 막고 직무의 독립성을 한 단계나마 끌어올리려 안간힘을 썼지만 물러서는 마당에 돌아보니 역부족을 절감한다"고 밝힌 점도 이 같은 설에 힘을 실었다.

이와 관련, 감사원장 임명 동의에 관한 인사청문특위는 양 전 원장을 증인으로 불러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독립성 문제를 다룰 예정이었으나 양 전 원장은 이날 청문회에 불출석했다.

불출석 배경에 대해 서병수 특위 위원장은 "양 전 원장은 퇴임 후 거주지와 전화번호를 아는 사람을 찾지 못해 연락이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이 문제에 대한 질의는 증인으로 출석한 김영호 감사원 사무총장을 상대로 이뤄졌다.

민주당 김기식 의원은 "장 교수를 자체에서 추천했느냐, 청와대에서 요청이 들어왔느냐"고 물었고, 김 총장은 "(장 교수는) 자체 추천에는 없던 분"이라고 답했다.

이에 김 의원이 "감사원이 복수로 추천하고 임명권자인 청와대와 협의할 수는 있지만 청와대 요청에 따라 제청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이원욱 의원은 "황 후보자가 청문회 과정에서 '감사위원의 제청이 받아들여지면 임명 절차가 끝나겠지만, 임명권자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제청 과정을 반복하게 돼 결국 청와대와 실질적인 협의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는데 이는 감사원장이 감사위원 제청권을 청와대에 위임한 것과 다름없다는 것으로 느껴진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황 후보자는 "그렇게 평가하지 않는다. 실무적인 방법을 말한 것이지 감사원의 제청권을 위임한다고 말한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한 뒤, "제청과 거부가 반복되는 과정을 협의라고 표현한 것으로 이해해 달라"고 해명했다.

새누리당 김회선 의원은 "대통령이 무조건 감사원장이 추천해 온 사람 중에서 선택해야 하느냐. 감사원에서 추천한 사람이 검증을 통과하지 못해 '이런 사람은 어떠냐'고 제안, 협의하는 과정이 불법하거나 부당한 것이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김 총장은 "원칙적으로는 적격자가 없으면 추천을 거듭하는 악순환을 거쳐야 하는데, 전통적으로 (청와대와) 협의를 해 왔다"고 밝혔다.

김 총장은 "당시 저희가 3명을 추천했는데 1순위 후보자는 검증동의서를 냈다가 중도에 본인이 철회했고 2순위 후보자는 검증에서 탈락, 3순위 후보자는 1순위, 2순위 후보자에 비해 경력이 상당히 처지는 분이었다"며 "그때 청와대에서 장 교수도 검토를 좀 해 달라는 요청이 있어서 검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양 전 원장 사퇴를 둘러싼 감사원-청와대 갈등설에 대해 "제 입장에서는 팩트가 아니라고 본다"고 일축했다.

김 의원도 "양 전 원장의 사퇴가 특별히 정치권이나 청와대와의 갈등에서 비롯된 게 아닌데 마치 정치적 외풍이나 탄압의 희생양이 된 듯한 모양 갖추기를 한 것 아닌지 의심된다"고 야당을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