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수기자] 최태원 SK(주) 회장이 자신과 공범으로 기소된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의 재판에 증인으로 선다. 최재원 부회장과 김준홍 전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대표 등도 증인으로 채택됐다.
이에 따라 이른바 'SK횡령' 사건의 핵심 인물들이 모두 한 법정에서 만나게 돼, 향후 법정에서 이들의 증언에 따른 치열한 진실공방이 예상된다.
1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설범식)의 심리로 열린 두 번째 공판 준비기일에서 검찰과 김 전 고문 측 변호인은 각각 최 회장과 최 부회장, 김 전 대표를 비롯해 SK그룹 재무팀 소속 박기상씨, 베넥스인베스먼트 경영지원팀장 황모씨 등 5명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재판부는 이날 양측의 신청을 받아들여 최 회장 등 5명을 모두 증인으로 채택했다.
이날 증인신문 순서를 놓고 검찰과 변호인간 공방이 진행됐다. 검찰은 최 회장을, 변호인은 김 전 대표를 가장 중요한 증인으로 각각 지목했다.
검찰은 "김 전 고문이 체포된 뒤 (구치소에 있는 최 회장에게) 10여차례 출석을 요청했는데 정당한 사유없이 불응했다"며 "김 전 고문이 체포된 이후 나온 새로운 주장에 대한 최 회장의 신문은 이뤄진적이 없다"고 증인 신청 이유를 밝혔다.
반면 김 전 고문 측 변호인은 "이 사건의 기본적인 사실관계를 가장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은 김 전 대표"라며 "김 전 대표가 단독 범행을 해놓고 형사 책임을 피하려고 왜곡된 진술을 해왔기 때문에 증인신문이 먼저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김 전 대표는 최 회장과 김 전 고문의 범행 은폐를 위해 최 회장의 교사에 따라 허위진술을 한 바 있어 100% 신뢰하기 힘들다"며 "김 전 대표의 진술은 혐의 입증에 큰 의미가 없고 이미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 신문이 충분히 이뤄졌다"고 반박했다.
변호인은 이날 또 김 전 대표의 신빙성과 실체적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증인신문 전에 김 전 고문과 김 전 대표, 김 전 고문과 최 회장이 대화한 녹취록의 검증을 신청했다.
하지만 검찰은 "2013년 6월께 항소심 재판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을때 비로소 제출된 녹취록으로 모종의 의도를 갖고 일방적으로 녹음된 것"이라면서 "핵심 증거로 앞세우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박씨와 황씨가 작성한 펀드 관련 다이어리와 현황 보고서 등 물증이 최 회장 형제와 김 전 대표의 증인신문 과정에서 제시될 수 있다고 판단, 박씨와 황씨를 먼저 증인신문키로 했다. 이후 최 회장과 김 전 대표, 최 부회장 등 순으로 증인신문이 진행될 예정이다.
재판부는 다음달 3일부터 12일, 19일, 24일, 26일에 걸쳐 일주일에 한 차례씩 7번의 재판을 열어 이들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할 계획이다.
김 전 고문에 대한 첫 공판은 내달 3일 오후 2시에 열릴 예정이다. 이날 재판에서는 박씨와 황씨 등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된다.
앞서 김 전 고문은 2008년 10월 최 회장 형제 및 김 전 대표 등과 공모해 SK텔레콤 등 계열사로부터 베넥스인베스트먼트의 펀드출자 선지급금 명목으로 465억원을 횡령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으로 구속기소됐다.
그는 검찰의 SK그룹 횡령 사건 수사가 본격화되기 직전인 2011년 3월 해외로 도주,지난 7월 31일 대만에서 이민법 위반 혐의로 체포된 이후 강제추방돼 검찰에 넘겨졌다.
한편 항소심에서 각각 4년과 3년6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최 회장과 최 부회장은 지난달 초 대법원에 상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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