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혜정기자] 내년 초 로봇청소기의 옥석을 가릴 수 있는 국제 성능 표준이 제정된다. 국내 업체들이 제안한 평가기준도 표준으로 제정될 전망이다.
성장세가 가파른 로봇청소기 시장에서 국내 업체들이 큰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LG전자, 유진로봇 등이 제안한 '내비게이션' 방식이 내년 2월 국제전기위원회(IEC) 정식회의에 상정돼 국제 표준으로 채택될 예정이다.
유진로봇 관계자는 "표준을 획득한 기업은 영향력을 발휘해 시장 장악에 유리하다"며 "(표준이 공표되면) 국내 기업들의 해외진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국내 로봇청소기 업체 관계자도 "국내 업체들이 주도한 방식이 표준안에 적용될 것이 확실시 되고 있다"며 "국내 로봇청소기 업체들이 여태껏 공들여왔던만큼 앞으로 좋은 성과를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봇청소기는 세계적으로 1조원 , 국내는 800억원 규모로 성장했지만 그동안 성능을 평가할 국제 기준이 없었다. 3년전부터 국제 표준을 제정하기 위한 움직임이 시작됐지만 국내 업체들과 외국 업체들이 바라는 기준이 달랐다. 소비자들도 마땅한 구매기준이 없어 불만을 호소하는 상황이었다.
로봇청소기는 크게 청소기에 카메라가 장착돼 실내 정보를 수집하는 내비게이션 방식과 장애물을 만나면 방향을 전환하는 랜덤방식으로 나뉜다. 내비게이션 방식은 공간인식이 뛰어나지만 가격이 비싼 편이다. 랜덤 방식은 신속한 이동성이 장점이지만 사각지대에 취약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유진로봇, 삼성전자, LG전자 등은 내비게이션 기능 평가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성능을 평가하는 안을 제안했다. 반면 아이로봇, 다이슨, 일렉트로룩스 등은 주행속도에 이점이 있는 랜덤 방식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표준안을 제시했다.
양측은 한쪽 안만 채택될 것을 우려해 팽팽한 기싸움을 벌여왔다.
국제전기위원회(IEC)는 이같은 상황을 고려해 표준안에 내비게이션과 랜덤방식을 모두 채택할 예정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도 내년 초 로봇청소기 성능 표준이 확정 공표되면, 이를 국가 표준(KS)으로 등록할 전망이다.
◆대기업은 프리미엄-중소기업은 보급형으로 승부
내년 표준안이 제정되면 국내 로봇청소기 업체들의 성장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시장은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GFK에 따르면 국내 로봇청소기 판매량은 2007년 1만5천대에서 지난해 10만4천대로 5년 사이 583%나 증가했다. 올해 들어서도 3분기까지 10만9천대가 팔려 벌써 지난해 판매량을 이미 돌파했다.
글로벌 시장에선 40%대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아이로봇'의 벽을 넘어야 한다. 국내 업체들의 점유율은 10% 초반대다.
국내 로봇청소기 업체들은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는 60만원 이상의 프리미엄 청소기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유진로봇, 마미로봇, 모뉴엘 등 중소·중견기업 등은 40만원대 이하 중·저가형 제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2009년 청소기에 카메라가 2개 달린 '로보킹 듀얼아이'를 출시했고, 지난해에는 원형에서 탈피한 사각형 로봇청소기 '로보킹 듀얼아이 2.0'으로 유럽시장을 두드렸다. 지난해 7월엔 배우 류승룡, 지난 11월 유준상 목소리가 탑재된 로봇청소기를 출시해 이목을 끌기도 했다.
삼성전자도 브러시가 본체 밖으로 나와 구석진 곳까지 청소할 수 있는 '스마트 탱고 코너클린'을 출시했다. 또 '스마트 탱고 톡'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스마트폰을 청소기 리모콘을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로봇청소기에 물걸레 기능을 도입한 마미로봇은 대만·일본·중국 ·독일·미국 등 9개국 이상의 현지 법인을 세우고 해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모뉴엘은 지난해 6월 일본의 오디오 가전기업 온쿄와 함께 모뉴엘 온쿄 라이프스타일이라는 합작사를 설립, 온쿄가 확보한 3천여개의 온·오프라인 유통망에 로봇청소기를 공급하고 있다. 내비게이션 방식 '아이클레보' 시리즈의 유진로봇은 제조업자개발생산(ODM)방식으로 필립스에 청소기를 납품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에도 삼성, LG 등 대기업은 프리미엄 라인업을 강화하고, 중소 기업들은 중저가형 제품으로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카펫 문화가 발달한 미국 시장, 로봇청소기 자체가 생소한 유럽시장을 어떻게 공략할 지도 관건"이라고 말했다.
민혜정기자 hye55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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