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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회장, 경영권 강화 자금 마련 위해 선물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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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홍 주장, 김원홍 전 고문 엇갈려…최 회장 '횡령 공모' 놓고 진실공방

[정기수기자] 수백억원대에 달하는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항소심에서 징역 4년의 실형 선고를 받은 최태원(53) SK(주) 회장의 횡령공모 혐의를 뒷받침하는 취지의 법정 진술이 나왔다.

최태원 회장이 SK횡령 사건의 핵심 쟁점인 펀드자금의 선지급 과정에 관여했다는 의미다. 이는 최 회장 등의 대법원 판결을 앞둔 가운데 나온 것으로, 향후 재판부의 판단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1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설범식)의 심리로 열린 2차 공판에서는 이른바 'SK횡령' 사건의 공범이자 핵심 인물인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과 김준홍 전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대표가 법정에 나란히 출석했다.

특히 이날 김 전 대표는 앞선 김 전 고문과 최 회장 형제 측의 주장과는 상반된 진술을 펼쳐 향후 법정에서의 치열한 진실공방을 예고했다.

이날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 전 대표는 "최태원 회장이 상속재산 분배와 그룹 경영권 강화를 위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을 통해 선물·옵션 투자를 한 것으로 안다"고 진술했다.

그는 또 "가족들이 최 회장을 (상속 당시)경영자 대표로 추대하기로 결정했고, 가족 지분을 모두 상속받게 된 최 회장이 (그 과정에서)대신 최재원 부회장을 비롯한 형제들에게 책임지고 나중에 보상을 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전해들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지난 1998년 고(故) 최종현 명예회장이 갑작스레 별세하면서 최 회장 일가는 가족회의를 통해 상속 지분을 포기하고 최 회장을 경영 승계자로 추대, 확정했었다.

이 같은 주장은 최 회장이 그룹 경영권 강화와 최 부회장을 비롯한 형제들에 대한 보상에 적지 않은 부담을 갖고 있었다는 의미로 파악된다.

이날 김 전 대표는 또 "1998년 초 최 회장이 김 전 고문에게 120억원을 투자해 그해 말까지 최종적으로 1천500억원으로 불릴 수 있었다"며 "최 회장은 그 돈으로 상속세 문제를 해결한 뒤 김 전 고문을 신뢰하게 됐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2004~2005년 무렵부터 김원홍 전 고문에게 선물투자 명목으로 6천억원 상당을 송금한 사실을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검찰 역시 신문 도중 최 회장이 지난달 19일 참고인으로 검찰조사를 받으면서 "2005년 그룹 부실경영이 해결될 희망이 보이자 지배권 강화, 상속 지분 등과 관련해 신경을 쓸 여력이 생겼다"며 "김 전 고문도 그 당시 상황을 알고 투자를 권유한 것으로 추측한다"고 진술했다고 밝혀 이 같은 추측에 무게를 더했다.

검찰은 또 "최 회장이 2003년 SK글로벌 사건으로 구속된 사이 소버린이 SK그룹 경영권을 노리는 사태가 발생했다"며 지배권 강화를 위해서도 대규모 자금이 필요했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즉 최 회장이 김 전 고문과의 투자경험을 바탕으로 SK계열사를 동원해 펀드 출자금 명목으로 자금을 조성, 경영권 안정과 상속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던 것이라는 게 검찰 측 주장이다.

김 전 대표는 앞서 최 회장 형제 등에 대한 항소심에서도 "최 회장이 (선지급금 송금을)알고 있었고, 당시 최 회장과 최 부회장의 의사에 따라 돈을 보내는 것으로 이해했다"는 진술을 한 바 있다. 김 전 고문과의 개인적인 돈거래에 대해서도 "그렇지 않다"고 일축한 바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항소심 재판부가 최 회장 형제에게 실형을 선고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이날 김 전 대표의 진술을 종합하면 펀드 투자를 위해 선지급된 계열사 자금이 김 전 고문에게 송금되는 과정을 최 회장 형제는 모르고 있었다는 김 전 고문의 주장과 전면 배치된다.

김 전 고문은 앞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김준홍 전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대표와 개인적 금전거래일 뿐 회삿돈을 횡령한 것은 아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또 지난 3일 열린 1차 공판에서 김 전 고문 측 변호인은 "검찰은 최 회장이 경영권 방어를 위한 개인자금 마련 등이 시급해 횡령을 했다고 주장하지만 실제 용처는 옵션 투자금이었다"면서 "김 고문에게 투자해도 (단기간에)일확천금을 얻을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기 때문에 횡령을 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말이 안 된다"며 최 회장과 무관하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바 있다.

이어 "최 회장은 당시 현금담보충당용 자금조달이 힘든 상황이었다"면서 "계열사 자금을 횡령해 개인 투자금을 보낸다는 것은 현실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김 전 대표가 범행을 주도했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변호인은 "검찰은 김 전 대표가 (최 회장 등의 책임을 피하기 위해 동원된)소위 '바지'라고 주장하지만 (펀드 선지급금을)김 전 고문에게 송금하며 지급시기와 송금액을 정한 것은 김 전 대표"라고 주장했다.

최 회장 측 역시 지난 항소심에서 "465억원이 김 전 고문에게 송금되는 과정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일관되게 주장해 왔다.

최 회장의 횡령 공모 혐의를 놓고 한 때는 사업 파트너로 관계가 돈독했던 이들의 상반된 주장으로 향후 법정에서 한 치 앞을 예상하기 힘든 법정공방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다음 공판은 오는 19일 오전 10시에 열릴 예정이다. 이날 공판에서는 최태원 회장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된다. 이어 23일에는 최재원 부회장에 대한 증인신문이 예정돼 있다.

한편 김 전 고문은 2008년 10월 최 회장 등이 SK그룹을 통해 투자자문사인 베넥스인베스트먼트에 1천억원대 펀드자금을 투자하도록 하고, 투자금 가운데 465억원을 선물옵션 자금으로 빼돌리는 데 관여한 혐의(특경법상 횡령)를 받고 있다.

같은 혐의로 재판을 받은 최 회장은 항소심에서 징역 4년, 최재원 수석부회장은 징역 3년 6월의 실형을 선고 받고 대법원에 상고했다.

김 전 대표는 1심에서 징역 3년 6월을 선고받고 수감됐다가 2심에서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고 석방됐다.

정기수기자 guyer73@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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