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위로 떠오른 방송 저작권 분쟁

[백나영기자] 클라우드(cloud) 서비스를 이용한 개인용 디지털녹화기(PVR)이 등장하며 방송 콘텐츠 시장에 저작권을 둘러싼 갈등이 나타나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일부 PP업체들은 KT스카이라이프가 내놓은 'SOD(스카이라이프 온 디멘드)‘ 서비스의 저작권 침해 여부에 대한 법률 검토에 착수했다. PP들은 KT스카이라이프의 SOD가 저작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서비스가 문제가 되고 있는 이유는 시청자들이 원하는 방송을 KT스카이라이프가 제공하는 가상의 저장공간(cloud)나 저장장치(USB, 외장하드 등)에 실시간 녹화할 수 있기 때문. 개인이 소장한 저장장치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클라우드 서비스로 제공하는 공간이 사실상 무제한이나 마찬가지라는 점이 문제가 되고 있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 새로운 기기들이 등장할 때처럼 클라우드와 PVR이 만나면서 저작권 분쟁의 불씨가 살아나고 있는 셈이다.

◆"무제한 녹화, 저작권 침해 가능성 커져"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들은 SOD 서비스가 콘텐츠의 저작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아직까지 SOD 서비스를 통해 클라우드에 저장할 수 있는 채널은 약 50여개에 불과하다. 특히 KT스카이라이프가 밝힌 50여개 채널 중 일부 채널들조차 회사와 제대로 된 계약이 이뤄지지 않은 채 서비스가 시작됐다며 반발하고 있어 논란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PP 업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동시중계방송권(실시간방송)만 계약이 돼있는 상태"라며 "클라우드PVR은 클라우드에 우선 복제를 한 뒤 방송을 끌어서 보는 것이기 때문에 저작권에서 말하는 '복제권'과 '전송권'을 계약해야 하는데 그에 대한 계약이 진행된 바 없다"고 말했다.

지상파에서도 클라우드 PVR 서비스가 저작권을 침해하는 요소가 있다고 판단, 스카이라이프와 협상을 중단한 상태다.

한국방송협회 관계자는 "무제한으로 사적복제가 가능한 복제 기기가 발명되면서 저작권 침해 가능성이 발생하자 일본, 미국을 비롯한 18개 국가는 복제기기를 구입하거나 관련 서비스를 이용할 때 콘텐츠 저작권자에게 저작료를 분배하도록 돼 있다"며 "그런 안전장치조차 없는 상태에서 무제한 전송, 복제의 가능성이 있는 PVR 서비스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엄격한 저작권 잣대, 시장 위축시킬수도"

반면 새로운 기술과 결합한 서비스가 날마다 쏟아지는 상황에서 엄격한 저작권 잣대만 들이대는 것은 오히려 신규서비스 도입의 진입 장벽을 높이고, 방송 시장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미디어 업계관계자는 "콘텐츠 제공자 입장에서는 PVR이 활성화 될 경우 주문형 비디오(VOD) 매출이 줄 수밖에 없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시청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PVR 서비스는 상당히 편리하고 실용적인 서비스"라며 "영상콘텐츠가 고화질화 되면서 용량도 점점 커지고 있는데, 저작권의 문제 때문에 새롭게 성장하고 있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무조건 배제해야 하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유나 복제 등의 문제로 저작권 침해가 발생할 수 있다면 암호화 등의 방법론을 고민해야 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라고 덧붙였다.

김헌식 미국 콜로라도대학교 방송학 교수는 "미국에서도 클라우드 PVR 서비스를 두고 법적 분쟁이 있었지만 미국 법원은 PVR을 개인차원의 일시적인 녹화행위로 간주,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고 판결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콘텐츠 제작사들은 저작권이나 프로그램 공급 등을 무기로 클라우드 PVR을 무조건 저지하기보다는 기술을 올바르게 이해할 필요가 있고, 클라우드 PVR을 제공하는 방송사업자 역시 녹화한 프로그램에 협찬광고를 붙이는 등 기술적 해결책을 제시해 콘텐츠 저작권을 가진 방송사나 제작사의 협조를 이끌어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