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호기자] 신당 창당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연일 강도 높은 언행으로 정치권을 긴장(?)시키고 있다.
최근 이어진 안 의원의 행보는 '유약하다', '애매모호하다' '정체를 모르겠다' 등등 과거 그를 둘러싼 정치권의 비앙냥거림을 무색케 할 정도다.
안 의원은 지난 주말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논쟁과 관련 새누리당을 향해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헌신짝처럼 (약속을)버리는 전형적인 사익 추구 정치 집단"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또 "입장 번복은 자기 부정이며 정치 훼손"이라고도 했다.
자신이 대선 후보로 나섰고, 박근혜 대통령과 문재인 의원 등 당시 여야 대선 후보 모두의 공통된 공약이었던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를 새누리당이 이제 와서 '없던 일로 하자'며 구렁이 담 넘어가듯 하는 일은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못 박았다.
서울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양보는 없다'며 오히려 민주당 측의 양보를 요구했다.
안 의원은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서울시장 후보 출마직을)이번에는 (내가)양보받을 차례"라며 "정치도의적으로 국민이 판단할 것"이라며 사실상 민주당과 박원순 현 시장 측의 양보를 요구했다.
지난 2011년 서울시장 후보직을 담판을 통해 박원순 현 시장에게 양보한 것을 상기시킨 셈이다. 더구나 작년 대선 후보까지 야권 단일화를 위해 사퇴한 마당에 '이번에 양보할 쪽은 내가 아니라 민주당'이라고 확고한 입장을 전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안 의원은 더 나아가 "서울시장 후보를 포함해 17개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후보를 전부 낸다는 입장"이라고 해 야권 내에서 돌고 도는 '연대' 문제에 쐐기를 박았다. 신당 창당이 구체화되고 있긴 하지만 예년과는 사뭇 다른 행보다. 결국 민주당과 사활을 걸고 경쟁하겠다는 얘기로 들린다.
안 의원은 독(?)해진 행보는 앞서 감지되기도 했다. 최근 새정치추진위원장을 맡아 다시 안철수 의원과 손을 잡은 윤여준 전 장관은 합류 이유에 대해 "과거엔 안 의원이 너무 연약하거나 순수하다고 느꼈는데 (요즘엔)사람이 달라졌다, 터프해 졌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안 의원의 이 같은 기센 행보는 창당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현실 정치인으로서 본격적인 이미지 변신을 꾀하려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또한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신당에 대한 지지율이 제1 야당인 민주당보다 2~3배 뛰어넘어 고공행진을 보이고 있는 것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일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민주당으로부터 거센 야권연대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지방선거 주요 출마인사들의 영입 불발로 인물난을 겪고 있는 것에 대한 반격일 수 있다는 해석이다.
야권 일각에서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과 사활을 건 생존 경쟁을 벌여야 하는 안철수 의원이 독자적인 목소리를 통해 정치적 지지자들에게 반응하고 세력을 규합하는 것은 정치에 있어 기본"이라며 "안 의원이 현실 정치를 바라보는 눈이 달라진 것이 아니겠느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우리 사회의 합리적 개혁주의를 지향하는 보수를 포함해 중도적 성향의 세력까지 규합하고 확장하려는 안 의원의 입장에서 자칫 유약하고 어정쩡한 이미지로는 장기적인 생존이 어렵다.
안철수 의원이 어디까지 독해질지 두고 볼 일이다.
정진호기자 jhjung@inews24.com 사진 조성우기자 xconfin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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