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하기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 쇼'에 '주의' 처분을 내리면서, 정치심의와 이중잣대 논란이 또다시 일고있다.
여당 추천 위원과 야당 추천 위원들이 자신의 정치적 입장에 의해 제재를 결정한다는 것이 요지로, 지난해 방통심의위가 JTBC '뉴스9'에 대해 '관계자 징계 및 경고'를 내리며 정치 편향성 논란이 일었던 것의 반복이다.
방통심의위원회는 지난 23일 열린 전체회의에서 '김현정의 뉴스 쇼'가 공정성과 객관성을 위반했다며 '주의' 처분을 내렸다. 문제가 된 부분은 지난해 11월25일 전파를 탄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박창신 원로신부의 인터뷰다.
박창신 원로신부는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고 북한의 연평도 포격을 독도 문제에 비유한 인물로, 해당 프로그램에 출연해 "북방한계선(NLL)은 단지 유엔군 사령부가 그은 선이고 남북한이나 유엔이 서로 협상할 선이 아니다", "대선 때 모든 정부기관이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않고 선거에 개입했다" 등의 발언을 했다.
이에 대해 여권 추천 위원들은 진행자가 이런 발언에 적극 반박하지 않아 청취자들에게 박 원로신부의 주장이 타당하다는 인식을 줬다는 의견을 냈다. 이에 여권 추천 위원 6명 중 1명은 법정 제재인 '관계자 징계 및 경고', 5명은 '주의' 의견을 냈다. 야권 추천 위원 3명은 모두 '문제없음' 의견을 냈다. 하지만 다수결에 따라 주의가 결정됐다. 주의는 '과징금 부과', '관계자 징계', '경고' 다음 가는 법정제재로 재허가 심사 때 벌점을 받는 등 불이익이 따른다.
또한 방통심의위는 지난해 12월19일 JTBC '뉴스9'의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 청구 관련 보도가 공정성과 객관성을 잃었다며, 중징계에 해당하는 '해당 프로그램의 관계자에 대한 징계 및 경고' 결정을 내려 비판이 중심에 선 전례가 있다.
당시 여당 추천 위원들은 '뉴스9'이 통합진보당 김재연 의원과 김종철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 진보당 해산심판 청구에 반대하거나, 비판적인 인물만을 출연시켜 공정성을 해쳤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방통심의위는 지난해 12월18일 TV조선 '뉴스쇼 판'에 출연한 정미홍 전 KBS 아나운서의 발언이 공정성과 객관성을 위반했는지에 대해 가장 낮은 수준의 행정지도인 '의견제시'를 결정했다.
정 전 아나운서는 방송 출연 전날 박원순 서울시장·이재명 성남시장·김성환 노원구청장 등 야권 소속 자치단체장을 '종북'으로 표현하고 재선을 막아야 한다는 내용의 트윗을 남겼고, '뉴스쇼 판'에 출연해서 똑같은 내용을 언급했다.
이와 관련해 언론관련 단체에서는 방통심의위가 이중잣대를 들고 심의를 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방통심의위의 해체를 요구하고 있다.
전국언론노조·한국PD·언론연대 등은 기자회견을 열고 "방통심의위의 이중잣대 횡포가 폭거에 이르고 있다"며 "(이중잣대가) 계속될 경우 (방통심의위를)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건식 MBC PD협회장은 "CBS '김미화의 여러분'도 주의 처분을 받았지만 법원이 문제없다고 판결했다"며 "방통심의위는 해체하고 위원들도 모두 사퇴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앞서 민주당 최민희 의원은 성명서를 내고 "5월 방통심의위 위원이 교체될 때 정치심의의 칼을 휘두를 인물이 심의위원 자리에 앉는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 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최 의원은 현재의 위원회 구성(여당 추천 6명, 야당 추천 3명)을 바꾸는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정치심의 논란과 관련 방통심의위 관계자는 "특히 공정성 심의를 할때 위원들이 심의 내용을 두고 바라보는 경중에 차이가 있다"며 "여권 위원들은 국가적 민주질서에, 야권 위원들은 표현의 자유에 무게를 두고 심의를 해 논란이 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미하기자 lotu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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