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배기자] 프로그램의 일시적 복제는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나 복제에 대한 보상가격이 지나치게 높은 것은 인정하기 어렵다는 법원의 판결이 내려졌다.
서울중앙지법 제12민사부는 무료 캡쳐 프로그램인 '오픈캡쳐'의 유료화 전환 과정에서 프로그램의 저작권사인 아이에스디케이(ISDK)를 상대로 기업들이 낸 '저작권으로 인한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에 대해 저작권 침해는 인정하되 저작권사가 주장한 소프트웨어(SW) 가격은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판결했다.
'일시적 복제 행위는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며 원고는 피고(저작권사)에 한 카피(copy) 당 2만 원씩 지급하라'는 게 이번 판결의 골자다.
사용자들이 오픈캡쳐(6.7버전)를 실행하면서 설치 및 업데이트 파일을 하드디스크에 저장한 것은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지만 사용 과정에서 프로그램의 일부가 메모리에 저장되는 '일시적 복제' 행위는 저작권 침해라고 본 것이다.
다만 ISDK측이 그 동안 오픈캡쳐의 저작권 가격으로 일반 캡쳐 프로그램의 시중가보다 수십 배 높은 45만 원 이상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무리하게 보상 가격을 요구한 것은 인정하지 않았다.
저작권사와 기업 간에 빚어진 이번 갈등은 지난 2003년 처음 개발된 후 2011년까지 약 9년동안 인터넷에서 개인과 기업에 무료로 배포되던 오픈캡쳐가 지난해 2월 기업 대상으로 유료로 전환되면서 촉발됐으며 지난 4월 1차 소송에 8개 기업이 참여한 것을 시작으로 약 170여 개 기업이 참여하며 업계의 뜨거운 관심을 받아왔다.
이에대해 기업들의 소송 대리를 맡았던 민후 법무법인 측은 항소할 의사를 밝히는 기업들과 함께 이번 판결에 대해 항소한다는 계획이다.
김경환 민후 법무법인 변호사는 "과거와 달리 저작권사가 일방적으로 주장한 가격이 아니라 유사한 기능의 제품에 대한 시장 가격을 책정했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판결"이나 "일시적 복제에 대해서는 납득이 되지 않는 부분이 없지 않다"며 "일부 기업도 항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 김현숙 정책연구 소장도 "이번 판결은 소프트웨어 기업들로선 일부 승소, 일부 패소라고 볼 수 있다"이라며 "일시적 복제의 복제권 침해 여부에 대한 최초의 판결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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