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현기자] 애플이 드디어 ‘스마트 자동차’에 시동을 걸었다. 이에 따라 스마트폰에 이어 스마트 자동차 플랫폼 시장에서도 구글과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애플이 오는 4일(현지 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막되는 모터쇼에서 페라리, 메르세데스-벤츠, 볼보 등과 손잡고 자동차용 운영체제(OS)인 ‘iOS 인 더 카(iOS in the Car)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지난 해 6월 개발자회의 때 공개한 iOS 인 더 카를 마침내 상용화하는 셈이다. 애플이 자신들의 OS를 다른 회사 기기에 탑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페라리-벤츠-볼보 등과 제휴 '명품 이미지' 노린듯
그 동안 애플은 자신들의 OS는 철저하게 자신들이 만든 기기에만 탑재해 왔다. 하지만 자동차 시장 공략을 위해 오랜 기간 고수해 왔던 ‘월드가든(Walled garden)’ 정책까지 포기했다. 애플은 최근 전기자동차업체 테슬라 인수 루머가 나돌 정도로 자동차 시장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페라리 등이 이번에 선보일 스마트 자동차는 애플 iOS의 첨단 기능들이 그대로 들어갈 전망이다. 시리 음성 인식 시스템을 활용해 각종 장치를 구동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음악이나 영화도 손쉽게 감상할 수 있게 된다. 또 자동차 내비게이션에는 애플 맵이 기본 탑재된다.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장점인 앱 생태계 역시 그대로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장기적으로는 운전자들이 앱스토어에서 각종 앱을 다운받아서 활용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애플 입장에선 스마트폰과 태블릿에 이어 자동차 시장을 또 다른 황금 어장으로 개척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일 전망이다.
이번에 자동차 시장 진출의 파트너로 택한 곳이 페라리, 벤츠, 볼보란 부분도 눈길을 끈다. 세 회사 모두 명품 자동차로 유명한 기업들. 스마트폰 시장에서 명품 이미지를 굳힌 애플 입장에선 최적의 파트너인 셈이다.
특히 애플은 페라리와는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애플 인터넷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 부문장인 에디 큐가 지난 2012년 페라리 이사회에 가세한 것.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에디 큐는 당시 “8세 때부터 페라리를 갖고 싶어했다”고 밝혔다. 그만큼 강한 애정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구글은 아우디 등과 '열린자동차연합' 결성
스마트포 자동차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은 애플 뿐만이 아니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로 모바일 강자로 변신한 구글 역시 오래 전부터 자동차 시장에 많은 공을 들여왔다.
파일럿 프로젝트로 무인자동차 개발을 추진해 왔던 구글은 지난 1월 소비자 가전 전시회(CES)에선 유력 자동차업체들과 동맹군을 구축했다.
당시 구글은 아우디 등 주요 자동차업체들과 열린자동차연합(OAA)을 결성했다. OAA에는 구글을 비롯해 GM, 혼다, 아우디, 현대 등 세계 유력 자동차 4개개사가 참여했다. 여기에 그래픽카드 전문업체인 엔비디아까지 가세하면서 힘을 실었다.
OAA는 앞으로 안드로이드를 자동차용으로 최적화하는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들은 연내에 안드로이드 차량제어 시스템이 융합된 첫 번째 자동차를 내놓을 계획이다.
이전에도 자동차와 IT업계간 제휴가 없었던 건 아니다. 포드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손잡고 마이포드 터치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2009년엔 BMW, GM 등이 인텔과 손잡고 제니비 연합을 결성하기도 했다. 리눅스 시스템을 자동차에 유기적으로 결합하자는 프로젝트였다.
하지만 애플과 구글의 가세는 이런 움직임과는 차원이 다르다. 둘 모두 모바일 플랫폼 강자들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스마트폰과 태블릿 시장에서 구축한 앱 생태계는 자동차 업체들에겐 매력적인 부분이 아닐 수 없다.
◆IT업계 '전격 Z작전' 어떻게 될까
자동차 업체들의 상황 변화 역시 최근의 흐름을 설명하는 중요한 변수다. 그 동안 자동차 업체들은 ‘안전성’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왔다. 최신 기기보다는 성능이 입증된 안정적인 기술에 더 무게를 실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상황이 달라졌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통신은 “스마트폰과 태블릿이 급속한 속도로 진화하면서 자동차업체들도 강한 압박을 느끼게 됐다”고 평가했다. 뒷좌석에 앉아 태블릿에 빠져 있는 고객들을 동맹군으로 끌어들이지 않고서는 한 단계 도약하기 힘들다는 판단을 했다는 얘기다.
게다가 스마트폰에 장착돼 있는 지도 서비스는 자동차의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위협하는 또 다른 경쟁자였다. 이들과 소모적인 경쟁을 하기 보다는 손을 잡는 쪽이 훨씬 더 안전하다는 판단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런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서 세계 유수의 자동차 업체들이 애플, 구글과 연이어 ‘합종연횡’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IT와 자동차의 융합은 올 초 열린 CES에서부터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제 애플이 스마트 자동차에 시동을 걸면서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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