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용기자] "진정한 대·중소 상생을 위해서는 발주처의 관행도 바뀌어야 한다"
불공정 하도급 거래의 원인을 IT서비스 기업들에게만 떠넘기는 규제에 업계가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발주처의 잘못된 발주 관행으로 인한 하도급 거래 문제에 대해 IT서비스 기업에게만 책임을 묻는 것은 억울하다는 주장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하도급 거래 부당특약 심사지침을 발표했다. 이 지침은 원사업자가 수급 사업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하거나 제한하는 계약 조건을 설정 못하도록 하는 부당특약 금지제도를 보완하는 규정이다.
부당특약 심사지침은 원사업자가 서면에 기재되지 않은 사항에 대해 발생하는 비용은 수급사업자에게 부담시킬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원사업자가 부담해야 할 민원처리, 산업재해와 관련된 비용을 수급사업자에게 부담시키는 약정 또한 금지하고 있다.
원사업자가 입찰내역에 없는 사항으로 발생되는 비용을 수급 사업자에게 부담시키는 약정, 원사업자의 지시에 따른 재작업과 추가작업 등으로 발생한 비용을 수급 사업자에게 부담시키는 약정도 제한하고 있다.
원사업자가 입찰내역에 기재돼 있지 않은 추가업무에 대한 부담을 하도급 사업자와 공유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셈이다.
IT서비스 업계는 이번 정책이 대·중소 상생을 위한 것이라고는 하나 IT서비스 기업에게만 과도한 책임을 떠넘기는 대책이라고 지적한다. 발주처의 부당한 요구로 과업이 추가될 경우에도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IT서비스 기업만 책임을 지는 구조라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IT서비스 산업은 건설업과 함께 대표적인 하도급 기반 산업으로 꼽힌다. 그만큼 사업 규모가 크고 방대하며 각 영역마다의 전문기술이 요구된다는 의미다. 따라서 IT서비스 업체는 고객의 요구사항을 분석하고 전체 프로젝트를 각 영역별로 세분화한다. 전문 소프트웨어 기업과 협업해 문제없이 시스템이 완성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고객의 요구사항이 복잡하고 광범위하며 부당한 과업 지시가 이뤄지고 있다는게 IT서비스 업계의 주장이다. 업계는 이같은 관행이 민간 업체에서보다 정부부처 등 공공기관에서 주로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국가계약법 상에는 설계 요구사항이 변경되면 계약 금액을 조정해주도록 돼 있다. 하지만 발주처의 최초 요구사항이 명확하지 않아 변동 내역을 정확하게 정의하기 어렵다.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에 따르면 미국은 요구사항을 명확히 하기 위해 제안요청서(RFP)가 작업 분할 구조(WBS), 작업기술서(SOW)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으며 내용도 200~300 페이지에 달한다.
하지만 보통의 우리나라 RFP는 작업 분할 구조나 작업기술서가 포함돼 있지 않다. 업무현황도나 시스템 업무 구성도, 시스템 구성도를 중심으로 30~50페이지 정도만 요구사항이 기재돼 있다. 잦은 과업 변경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특히 과업이 축소될 경우에는 금액을 되돌려주지만 과업이 늘어난 경우에는 보상하지 않는 것이 관행처럼 굳어져 있다. 이에 따라 통상적으로 추가 과업으로 발생한 비용은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IT서비스 기업과 하도급 소프트웨어 기업이 공유해 부담해왔다.
부담을 공유할 수 없도록 하는 이번 부당특약 심사지침에 IT서비스 기업들이 불만을 토로하는 이유다.
한 중견 IT서비스 업체 임원은 "부담을 공유시키지 않으려면 추가적인 과업이나 부당한 작업 지시가 없어야 하지만 발주처들은 여전히 발주관행을 유지하면서 중간에 낀 IT서비스 업체에게만 책임을 지라고 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IT서비스 업계 관계자도 "발주관행이 바뀌어야 진정한 대·중소 상생을 이룰 수 있다"면서 "IT서비스 기업들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발주제도 개선과 고객의 의식 개혁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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