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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배후' 구글 놔두고 삼성만 제소…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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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보다 HW 소송이 유리"…안드로이드 진영 와해 효과 노린듯

[김익현기자] “애플은 왜….”

삼성과 애플이 오는 31일(현지 시간)부터 2차 특허전쟁을 벌인다. 최근 끝난 1차 특허소송에서 9억2천900만 달러라는 어마어마한 배상금을 부과받은 삼성에겐 '복수혈전'이나 다름 없다.

1차 특허전의 핵심 쟁점은 디자인과 유저인터페이스(UI)였다. 대부분 하드웨어와 관련된 이슈였다. 삼성이 소송 타깃이 되는 건 당연했다.

하지만 2차 특허전은 사정이 조금 다르다. 안드로이드의 핵심 운영체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애플이 제기한 쟁점들을 살펴보면 한 눈에 알 수 있다.

애플은 2차 소송에서 ▲단어 자동 완성(특허번호 172)을 비롯해 ▲여러 종류 데이터 중 특정 데이터를 구분해서 실행할 수 있는 데이터 태핑 특허(647) ▲시리 통합 검색(959) ▲데이터 동기화(414) ▲밀어서 잠금 해제(721) 등 5개 특허권을 앞세워 공세를 펼친다.

대부분이 외부 디자인 보다는 소프트웨어 쪽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제기된다. 잘 아는 것처럼 삼성 갤럭시 폰에 사용된 운영체제는 안드로이드다. 따라서 엄밀히 따지면 애플이 주장하는 특허권 대부분은 구글이 책임져야 한다.

그런데 왜 애플은 ‘핵심 배후’인 구글은 가만 놔두고 삼성만 제소한 걸까? 2차 특허 소송을 앞두고 이 부분을 한번 따져보자.

◆"단말기 갖고 공방 벌이는 게 승소 가능성 높아"

우선 꼽을 수 있는 건 ‘승소 가능성’ 때문이다. 무형인 소프트웨어 특허로 공방을 벌이게 되면 ‘일반인’인 배심원들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다는 판단을 했단 얘기다.

이 부분에 대해선 프레드 보겔스타인이 지난 해 말 출간한 ‘개싸움(Dogfight)’이란 책에서 잘 지적했다.

이 책에 따르면 구글 내부에선 애플이 삼성을 비롯한 단말기업체만 물고 늘어지는 건 ‘소송전략’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법정에 단말기를 들고 나와 “봐라, 이렇게 똑같지 않느냐?”고 주장하는 게 배심원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훨씬 쉽다는 것이다.

우리와 달리 미국은 1심 평결은 대부분 일반인인 배심원들이 담당하고 있다. 담당 판사가 ‘평결불복심리’ 등을 통해 최종 판결을 하긴 하지만, 기본 골격은 배심원 평결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복잡한 소프트웨어로 공방을 벌이는 건 효과적인 전략이 되기 힘들다. “아니, 똑 같이 생겼잖아?”란 생각이 들도록 하는 게 배심원들의 마음을 얻는 데 유리하단 얘기다.

실제로 애플은 삼성과의 1차 소송 과정에서 ‘감성적인 접근’을 많이 했다. 막판 애국심 호소 전략까지 쓰면서 배심원들에게 호소했다.

이런 관점에서 접근하게 되면 애플이 안드로이드 소송인 2차 특허전에서도 구글 대신 삼성을 물고 늘어지는 이유가 분명하게 드러난다.

◆"안드로이드 업체에 경고 메시지" 의미도 있는 듯

애플의 소송 전략은 ‘안드로이드 진영 와해’란 관점에서 접근해볼 수도 있다.

삼성과 애플 간 소송이 벌어지는 3년 여 기간 동안 스마트폰 시장 판도는 크게 달라졌다. 2011년 무렵만 하더라도 애플이 선두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그 사이 삼성을 선봉장으로 한 안드로이드 진영이 시장의 4분의 3 가량을 가져갔다.

'월드가든(walled garden) 전략’을 고수한 애플이 혼자 싸우는 사이에 구글은 오픈소스 전략을 앞세워 동맹군을 대거 모집한 게 주효했다.

따라서 애플이 단말기 업체들만 집중적으로 제소하는 덴 변방을 쳐서 동맹군을 와해하려는 전략일 수도 있다. 이런 주장을 하는 대표적인 전문가가 정우성 변리사다.

그는 삼성과 애플 간 1차 특허소송 시작 직전인 지난 2012년 출간한 ’특허전쟁’을 통해 애플의 소송 전략을 분석했다.

당시 그는 애플이 삼성을 비롯한 단말기업체만 제소하는 이유 중 하나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사용하려면 애플과 복잡하고 어려운 소송을 피할 수 없다는 부담을 지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이쯤 되면 애플이 구글을 놔두고 왜 삼성을 집중 공격하는 지 알 수 있다. 승패를 장담하기 힘든 소프트웨어를 쟁점으로 삼는 것보다는 한 눈에 보이는 하드웨어를 갖고 공방을 벌임으로써 승소 가능성을 높이려는 게 1차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전략을 통해 안드로이드 선두 주자인 삼성을 궁지에 몰아넣는 데 성공할 경우 ‘동맹와해’란 또 다른 목표도 한꺼번에 달성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애플을 직접 취재한 게 아니기 때문에 이런 분석은 어디까지나 추론에 불과하다. 이 추론이 맞는지는 재판 진행 과정을 꼼꼼하게 살펴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삼성과 애플의 2차 특허전쟁 개막은 딱 3주 남았다. 이런 관점에서 두 회사간 특허 소송을 살펴보는 것도 흥미진진할 것 같다. 그렇지 않은가? ^^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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