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권기자] 마이크로소프트(MS)가 4년 가까이 공을 들인 최신 오피스 맥버전과 iOS 버전을 올 연말까지 내놓을 예정이다. 이에 따라 아이패드 사용자도 머지않아 태블릿에서 복잡한 엑셀이나 파워포인트 작업을 할 수 있을 전망이다.
MS는 아이패드 버전에 많은 기대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클라우드 오피스 앱인 아이패드 버전이 나오면 이용자를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윈도 시장에 집중해왔던 MS가 올해 들어 OS X 등 다른 회사 플랫폼까지 오피스 제품을 공급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왜 클라우드 서비스에 초점을 맞추는 것일까?
그 해답은 최근 진행중인 MS 변신과 구글 견제에서 찾을 수 있다.
◆기기-서비스 회사로 돌파구 찾기
MS는 작년말 '기기와 서비스 회사'로 변신을 선언하고 사업 조직을 개편해 모바일 기기와 서비스 회사로 거듭나고 있다. 이에 따라 자체 제작한 하드웨어 제품인 태블릿(서피스RT), 스마트폰(노키아 루미아폰), 게임기(X박스원) 등과 클라우드 서비스 제품인 오피스365, 원드라이브 등이 회사 주력 제품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MS는 애플이나 구글처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결합한 서비스 모델을 통해 재도약을 꾀하고 있다. 엄밀히 말하면 MS 서비스 모델은 애플보다 구글에 더 가깝다.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에 초점을 맞춘 서비스 생태계를 조성해 MS만의 색을 만들어 가고 있다.
MS 서비스 생태계의 가장 큰 특징은 멀티 플랫폼과 클라우드다. MS는 윈도뿐 아니라 다른 회사 OS에서도 자사 업무용 프로그램을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고객이 예산 걱정없이 이용할 수 있는 클라우드 오피스 서비스의 중요성이 한층 커지고 있다.
클라우드 서비스는 앞으로 MS 사업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잣대가 될 전망이다. 이번 변신 작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사티아 나델라 신임 최고경영자(CEO)는 MS 클라우드 사업 성장발판을 마련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는 3년만에 천덕꾸러기였던 클라우드 사업을 MS 핵심 수입원으로 만들었다. MS는 그의 지휘아래 클라우드 사업으로 이제 모바일 기기와 기업용 클라우드 시장까지 공략하고 있다.
◆클라우드, 스마트워크 시장 잡는 도깨비 방망이
MS가 최근 모바일 클라우드 사업으로 공을 들이는 분야는 스마트워크다. 스마트워크 시장은 기업들의 업무환경이 거대한 네트워크로 연결되면서 공동 작업과 정보 공유의 중요성이 부각돼 형성된 시장이다. 따라서 이 시장에선 협업과 공유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게다가 기업들의 BYOD(Bring Your Own Device) 도입으로 태블릿이나 스마트폰을 업무에 활용하는사례가 늘면서 모바일 클라우드 기반 스마트워크 시장이 열리고 있다. 하지만 스마트워크 시장에 대한 MS의 대응은 너무 늦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MS는 이제까지 스마트워크 핵심기기로 자리잡은 아이패드용 오피스 앱을 내놓지 못했기 때문이다.
미국 투자사 아티베스트 홀딩스는 MS가 아이패드용 오피스 앱을 시장에 내놓지 않아 매년 25억 달러 매출 기회를 놓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MS가 아이패드 앱 부재로 수익뿐만 아니라 이용자까지 잃고 있다고 설명했다.
MS가 최근 아이패드용 오피스를 개발하고 출시일정을 조율하는 것도 이런 시장 상황을 뒤늦게나마 깨닫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모바일 오피스 앱 시장은 수백개 앱이 난립하고 있다. 하지만 MS 오피스처럼 제대로 된 문서 작업 기능을 제공할 수 있는 제품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따라서 MS가 아이패드용 오피스 앱을 출시할 경우 단기간내 시장을 석권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구글 견제 '오피스 클라우드'로 본격화
MS가 기기와 서비스 회사로 변신한 후 구글이 가장 위협적인 경쟁사로 부상하고 있다. 구글은 안드로이드와 크롬OS로 스마트폰과 태블릿에 이어 PC시장까지 넘보고 있다. 크롬OS를 탑재한 노트북 '크롬북'은 작년 미국 연말쇼핑시즌에서 윈도 노트북을 제치고 큰 인기를 끌었다.
시장조사업체 NPD 자료에 따르면 크롬북은 2013년 미국 기업 및 교육용 PC 시장 점유율이 9.6%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 기업용 PC시장에서 크롬북 점유율이 0.2%에 불과했다는 걸 감안하면 엄청난 성장세다.
반면 윈도 노트북 판매량은 1년전보다 21%나 감소했다. 덕분에 42.9%였던 윈도 노트북 점유율은 1년 사이에 8.8%P 감소하면서 34.1%까지 떨어졌다.
MS 텃밭인 PC 시장이 구글 크롬북에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MS는 구글 견제에 힘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구글을 견제하기 위해 MS가 내놓은 비장의 수가 모바일 OS 무료 전환과 구글앱스 대항마 투입이다.
구글 안드로이드는 단말기 제조사에 무료로 공급된 덕분에 아이폰 대항마로 성장했고 이젠 최강 모바일 OS로 자리를 잡았다. MS는 윈도폰을 공짜로 제공하는 극약처방을 통해 안드로이드 안방을 잠식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MS는 최근 인도 단말기 제조사 2곳과 윈도폰 무료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 업체들이 저가 윈도폰을 본격적으로 출시할 경우 안드로이드폰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윈도폰의 무료 전환은 노키아 인수에 따른 모바일 OS 매출 감소도 한몫했다. 노키아는 그동안 윈도폰 판매량의 80%를 기여해온 최대 고객이다. 하지만 금년 합병 작업이 끝나면 노키아는 MS 계열사로 편입되기 때문에 80% 가량 라이선스 수입이 그냥 사라진다.
MS는 윈도폰을 공짜로 공급해 보급량을 늘린 뒤 앱 관련 수입을 극대화 하는게 더 실속있다고 판단한 셈이다.
또한 MS는 구글앱스를 봉쇄하기 위해 오피스 클라우드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오피스365나 맥버전, iOS 버전 등이 이 전략에 따라 출시됐거나 개발되고 있다. 구글앱스는 구글판 오피스로 지메일과 연계해 기업 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MS는 자사 최고 제품 중 하나인 오피스를 클라우드 버전으로 제공해 구글앱스 입지를 흔들겠다는 것이다.
안희권기자 arg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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