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현기자]“안드로이드 진영을 집중 공격하기 위해 노키아에 양보했다.”
애플은 지난 2011년 6월 노키아와 특허 라이선스 협약을 체결했다. 2009년 10월 노키아 제소로 특허 분쟁이 시작된 지 1년 8개월 만이었다.
두 회사 합의 직후 외신들은 애플이 노키아에 지불할 라이선스 규모가 9억 달러에 육박하는 것으로 예상했다. 일부 외신들은 “노키아가 오랜 만에 승리했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애플이 노키아와 라이선스 협상을 체결한 것은 전략적인 측면이 강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월스트리트저널 기자 출신인 유카리 이와타니 케인이 최근 출간한 ‘유령에 사로잡힌 제국: 스티브 잡스 이후의 애플(Haunted Empire: Apple After Steve Jobs)’란 책에서 애플과 노키아 간 라이선스 협상 당시 얘기를 상세하게 다뤘다.
◆삼성 제소 2개월 만에 노키아와 라이선스 협약
케인은 이 책에서 “(라이선스 협약에 따라) 애플은 6억~7억2천만 달러 가량을 일시불로 지급해야 할 뿐 아니라 앞으로 출시할 스마트폰에 대해서도 로열티를 지불해야만 하게 됐다”면서 “(결과만 놓고 보면) 순수한 패배자처럼 보인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그는 애플이 이 같은 선택을 한 것은 전략적인 측면이 강하다고 주장했다. 노키아와 분쟁을 종결함으로써 안드로이드 진영과의 특허 분쟁에 좀 더 집중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 같은 주장은 시기적으로 딱 들어맞는다. 애플이 삼성을 특허침해 혐의로 캘리포니아 북부지역법원에 제소한 것은 2011년 4월 11일이었다. 애플은 그로부터 2개월 뒤인 그 해 6월14일에 노키아와 라이선스 협약을 체결했다.
그 무렵 노키아가 윈도 폰 쪽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고 있던 점 역시 애플의 결심에 영향을 미쳤다고 케인은 주장했다. 윈도폰 쪽은 마이크로소프트(MS)가 특허로 보호막을 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 애플 입장에선 소송에서 이기더라도 노키아로부터 로열티를 받아낼 가능성은 낮아지게 된다는 것.
결국 이런 이유 때문에 애플은 1년 8개월 만에 노키아와 전쟁을 끝내는 쪽을 택했다고 케인은 주장했다.
합의 직전까지 노키아는 애플이 GSM, UMTS, 와이파이 등과 관련된 자사 특허 10종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노키아 제소 직후 애플도 곧바로 맞소송을 제기하면서 두 회사는 한 때 한 치 양보 없는 공방을 벌였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