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주기자] 국내 게임 및 콘텐츠, 모바일 시장에 '텐센트발 회오리'가 거세지고 있다. 국내 게임들의 글로벌 진출에는 청신호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26일 CJ게임즈는 중국 최대 게임기업인 텐센트로부터 5억달러(약 5천300억원)의 투자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는 CJ게임즈 지분 28%에 해당하는 규모다. 텐센트는 방준혁, CJ E&M에 이어 CJ게임즈 3대 주주가 된다.
그동안 텐센트는 국내 게임 등 콘텐츠 산업과 모바일 부문에 수조원의 투자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0년부터는 단순히 한국 게임의 판권을 사들이는 데에 그치지 않고 개발사들의 전반적인 게임 개발 및 성장을 지원하는 적극성을 보이며 업계의 관심을 끌었다.
◆국내 게임, 모바일 서비스, 연예기획사까지
2010년 텐센트는 국내 벤처캐피탈회사인 캡스톤파트너스와 손잡고 500억 원 규모의 '캡스톤벤처펀드'를 구성하고 한국의 7개 게임개발사에 투자를 실시했다.
당시 이 펀드를 통해 투자 받은 게임 업체는 스튜디오혼, 리로디드스튜디오, 탑픽, 넥스트플레이, 레드덕, 아이덴티티, GH호프아일랜드로 이들 7개사가 받는 투자는 총 150여억 원 규모다. 이 업체들은 텐센트로부터 각각 많게는 수십억원씩 투자를 받으며 캐주얼 게임, 역할수행게임, 총싸움 게임 등을 개발했다.
이들 7개 게임업체 외에도 캡스톤펀드를 통해 투자 받은 기업은 총 30여 업체에 달한다.
텐센트는 게임 업체 뿐 아니라 다양한 국내 모바일 플랫폼에도 공격적인 투자 행보를 보였다. 텐센트는 지난 2011년엔 모바일 광고플랫폼 '카울리'를 운영하는 퓨처드림네트웍스에 총 42억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했다.
텐센트는 이어 국내 최대 모바일 메신저이자 최대 모바일 게임 플랫폼인 카카오톡에 720억 원을 투자하며 카카오의 2대 주주로 등극했다.
텐센트의 CJ게임즈 투자는 26일 가시화 됐지만 지난해부터 꾸준히 투자설이 제기돼왔다. 이처럼 지금도 텐센트는 투자대상으로 '점찍은' 국내 기업들과 꾸준히 물밑논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텐센트가 지분 매입 협상을 진행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진 국내 연예기획사 키이스트의 주가는 26일 급등했다.
◆"韓 게임 텐센트 플랫폼 타고 中 공략 유리"
국내 게임, 모바일, 콘텐츠 업계에 텐센트의 영역이 급 확장되는 현상에 대해 금융권 전문가들은 "국내 산업에 긍정적"이라는 시각이다.
텐센트와 손잡은 게임업체들은 거대한 잠재력의 중국 시장에 수월하게 진출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텐센트는 자국인 중국에서도 소셜커머스, 지역정보, 다양한 모바일 앱 등 모바일 서비스 업체에 잇따라 투자하며 거대한 모바일 콘텐츠 플랫폼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하나대투 황승택 연구위원은 "여러가지 이유로 국내 콘텐츠가 중국에 진출하긴 쉽지 않은 상황인데 텐센트와 손잡은 업체들은 자사 게임을 텐센트의 플랫폼을 통해 출시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라며 "CJ게임즈 투자 건도 텐센트가 이 회사 지분 28%를 5천300억원에 사들였다는 것은 기업 전체 밸류를 1.9조원 가량으로 높게 측정해줬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CJ게임즈 관계자도 "중국에서만 수억 명 이상이 사용하고 있는 텐센트의 플랫폼을 적극 활용해 CJ의 주요 게임들이 중국에서 성과를 낼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한국 게임 산업이 규제로 위축된 틈을 타 중국 자본이 국내 시장을 잠식한다면 게임 개발 주권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한 전문가는 "국내 게임 개발사들의 역량이 뛰어나고 이를 중국이 인정하기 때문에 국내 게임사 투자에 관심이 높은 것이므로 당장 우려할 일은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강현주기자 jjo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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