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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풍' 알뜰폰, 지금 필요한 건 양보다 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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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창간 14년 기획]통신시장 혁신의 5가지 키워드④ 알뜰폰

박근혜 정부 출범 2년째. 통신시장을 혼탁하게 만드는 불법보조금이 판을 치지만, 규제당국은 '단통법' 통과에 기댄 채 시장정상화를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 4인가구 전체가 스마트폰을 가지는 시대가 되면서 가계통신비는 치솟고 있다.

그러나 현 정부의 대처는 미흡한 실정이다. 아이뉴스24는 창간 14주년을 맞아 '[창간기획] 2014, 통신시장 혁신을 위한 5가지 조건'을 통해 국민의 가계통신비 부담을 줄이고, 건강한 통신시장을 만들기 위해 어떤 논의가 필요한지 집중적으로 조명해 본다.[편집자 주]


[허준기자] 지난해 9월27일, 전국 226개 우체국에서 알뜰폰(MVNO)을 구입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알뜰폰은 기존 통신사업자의 망을 도매로 임대해 일반 소비자에 소매하는 통신서비스를 말한다.

망을 빌려 쓰기 때문에 기존 통신사와 통화품질 차이가 없지만, 수조원에 달하는 망 투자비용이 필요없어 이통3사 대비 최대 50% 가량 싸게 통신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 전에도 알뜰폰 서비스는 있었다. 가계통신비 부담이 날로 증가하자 정부에서도 지난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알뜰폰 제도를 도입했다. 그리고 지난 2013년 9월27일, 알뜰폰 활성화를 위해서는 오프라인 유통망 지원이 시급하다고 판단하고, 우체국 수탁판매를 시작한 것이다.

우체국 수탁판매의 성과는 놀라웠다. 판매시작 17일만에 우체국을 통한 알뜰폰 가입자가 1만명을 넘어섰고 현재 10만명 이상의 가입자가 우체국을 통해 알뜰폰에 가입했다. 알뜰폰은 우체국 수탁판매를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성장, 어느덧 전체 이동전화 시장 점유율 5%까지 올라갔다. 가입자 수는 지난 2월말 기준 273만여명이다.

김홍철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장은 "기존 통신사보다 30~40% 싼 요금이 알뜰폰의 가장 큰 매력이다. 특히 가격은 싼데 통화품질에 차이가 없다는 점이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알뜰폰' 알리기는 대성공

알뜰폰 시장이 급성장한 이유는 크게 두가지로 꼽힌다. 첫번째는 우체국이라는 신뢰도 높은 판매처를 통하면서 알뜰폰도 믿을만하다는 인식이 퍼졌다는 점, 두번재는 기존 이통3사의 보조금 경쟁으로 인해 높아진 통신비에 대한 반감이다.

그동안 알뜰폰은 고객들과의 접점을 찾기 어려웠다. 알뜰폰을 원하는 고객은 대부분 중장년층인데 우체국이라는 판매처가 생기기 전에는 대부분의 알뜰폰 사업자들이 온라인을 통해 가입신청을 받았다. 인터넷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중장년층은 가입하고 싶어도 방법을 몰라 가입할 수 없었다.

우체국의 가세는 이 두가지 문제를 단번에 해결한 것이다. 중장년층에게 익숙한 우체국에서 알뜰폰을 판매하면서 '알뜰폰을 사려면 우체국'이라는 인식을 심어줬다. 게다가 우체국은 공공기관인만큼 '여기서 사면 믿을 수 있다'는 믿음도 줬다.

너무 높아진 가계통신비도 알뜰폰에 호재였다. 이통3사가 보조금을 통해 가입자뺏기만 반복하다보니 오랜기간 한 통신사만 진득하게 이용하는 중장년층에게 돌아오는 혜택은 없었다. 요금제는 계속 올라가서 부담스러웠다. 그러다보니 알뜰폰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졌다.

정부는 올 하반기에는 판매 우체국 수를 농어촌 지역까지 확대해 알뜰폰 활성화 정책에 박차를 가한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지원하는 알뜰폰 허브 사이트(가칭)도 만들어 판로를 확대할 예정이다. 알뜰폰 업계는 올해 말까지 알뜰폰 가입자가 4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준호 우정사업본부장은 "알뜰폰 시장 활성화와 국민들이 보다 편리하게 알뜰폰에 가입할 수 있도록 올 하반기에는 판매 우체국을 농어촌지역까지 점차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물량공세 넘어 AS 승부 가능해야

알뜰폰은 일차적인 목표였던 '관심을 끌고 저렴하다는 인식을 받는 것'에 성공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정부가 대외적 목표로 삼았던 이통시장 5% 점유율도 달성했다.

하지만 가입자 급증과 더불어 이제는 질적인 부분에서 경쟁력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질적 경쟁력을 이른 시일내에 확보하지 못한다면 한때 유행하던 서비스와 마찬가지로 고객들의 머릿속에서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사후서비스(AS)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기업과 달리 콜센터운영 등 고객응대 업무가 원활하지 않다는 문제점도 드러나고 있다.

알뜰폰 업체 관계자는 "지난해 폭발적으로 알뜰폰 가입자가 늘면서 고객 응대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올해는 고객 서비스에 더욱 신경쓰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협회차원에서의 대응책 논의가 시급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개별 알뜰폰 회사들이 별도로 콜센터를 운영하는 것이 어렵다면 협회 차원에서 통합 고객서비스센터를 운영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의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특정 고객 맞춤형 요금제 등 새로운 요금제 발굴에도 더 신경써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알뜰폰이 그동안은 음성통화가 싼 대신 데이터는 오히려 비싸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제는 데이터를 저렴하게 제공할 수 있는 요금제도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미래창조과학부 관계자는 "우체국 알뜰폰을 통해 기본료 1천500원, 기본료 1천원 요금제 등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는데 데이터 중심의 파격적인 요금제는 찾기 힘들었다"며 "3G나 LTE 기반 스마트폰에서도 혁신적인 요금제가 개발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기업은 불필요? 알뜰폰 정책목표 생각해야

알뜰폰이 성장하면서 알뜰폰 시장에도 이른바 '중소기업 업종침범' 논란이 빚어지고 있는 것은 우려할 만한 일로 보인다.

민주당 최원식 의원은 알뜰폰 시장에서 대기업 계열사 점유율이 45%를 넘었다며 중소기업 활성화나 일자리 창출에 오히려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을 내놓았다.

최 의원이 지적한 대기업 계열 알뜰폰 회사는 CJ헬로비전과 SK텔링크, 이마트 등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이들 대기업 계열들이 알뜰폰 시장을 장악하면서 중소 알뜰폰 회사들이 경쟁력을 잃고 있다는 지적을 한 것이다.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대기업 계열의 알뜰폰 사업자들을 시장에서 퇴출시켜야 한다는 수위 높은 발언까지 쏟아내고 있다.

알뜰폰 시장에 대기업의 진입 여부는, 통신계열사의 포함문제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사안이지만, 단순히 대기업이기 때문에 안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알뜰폰 정책의 목표를 가운데 놓고 고려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알뜰폰은 애초에 가계통신비 인하를 목적으로 추진된 정책"이라며 "중소기업 활성화나 일자리 창출을 위해 추진한 정책이 아니다. 본래 취지인 통신요금 인하를 어떻게 이뤄낼 것인지에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중소기업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과연 양질이라고 할 수 있는지 되물어봐야 한다"며 "알뜰폰 업체들도 합종연횡을 통해 몸집을 키워야 이통3사에 대한 경쟁력이 생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허준기자 jjoony@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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