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현기자] “배심원들에게 '스티브 잡스 특허전'을 보여준 뒤 재판하는 것에 버금갈 정도다."
삼성과 애플 간 2차 특허소송이 시작 전부터 편파 시비에 휘말리고 있다. 미국 법원이 애플의 혁신 이미지를 강조한 영상을 배심원 교육용으로 상영하는 계획을 강행할 예정이어서 논란이 예상되고 있다.
주요 외신들은 30일(이하 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 지역법원의 루시 고 판사가 배심원 교육용으로 배포된 ‘특허 과정: 배심원용 개관(The Patent Process )’란 동영상에 일부 문제가 있다는 삼성 주장을 기각했다고 보도했다.
◆17분 분량 배심원 교육 영상에 애플 과도하게 노출
총 17분 분량의 이번 영상은 ▲특허권의 정의 ▲특허권이 필요한 이유 ▲특허권 취득 방법 ▲배심원 평결이 필요한 분쟁 발생 이유 등 네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이번 영상은 미국 연방사법센터(FJC)가 배심원 교육용으로 만든 것. 1차 소송 때로 배심원들이 관람했다. 이번엔 애플 측 요구로 배심원들에게 배포하게 됐다.
여기서 의문이 제기된다. 1차 재판 때도 상영했던 영상을 삼성 측이 왜 뒤늦게 문제제기한 걸까? 당연한 얘기지만, 그 사이에 영상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FJC는 지난 해 배심원 교육용 영상을 최신 내용으로 업데이트했다. 이번 재판에서 사용될 영상은 지난 해 11월 제작된 것이다.
문제는 새롭게 제작된 영상에는 애플 제품이 계속 노출되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 역시 이런 점을 들어 “애플만이 특허권을 받을 자격이 있는 기업이란 편견을 심어줄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루시 고 판사는 삼성 주장을 묵살했다. 고 판사는 30일 “지난 해 11월 제작된 영상을 배심원들에게 배포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포스페이턴츠 "잡스 특허전 투어에 비견될 정도" 비판
삼성은 괜한 문제 제기를 한 걸까? 유튜브에 올라온 해당 영상을 한번 살펴봤다. 17분 분량의 이 영상은 특허 제도에 대해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영상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 같이 애플 맥북을 사용하고 있었다. 컴퓨터 앞에 앉아 작업하는 사람들을 비춰줄 때는 예외 없이 애플 로고가 큼직하게 등장했다. 애플이 혁신 아이콘인 것 같은 인상을 심어줄 우려가 적지 않았다.
언뜻 보기에도 “편견을 조장할 우려가 있다”는 삼성 측 문제 제기가 타당해보일 정도였다.
특허 전문 사이트 포스페이턴츠를 운영하는 플로리언 뮐러 역시 비슷한 의견을 제시했다.
뮐러는 “이번 영상은 애플의 혁신 능력을 과도하게 강조하고 있다”면서 “루시 고 판사가 삼성 요청을 기각한 것은 (그간의 행보와 비교해 볼 때) 놀라운 결정이다”고 꼬집었다.
그는 아예 “배심원들을 새너제이에 있는 ‘스티브 잡스 특허 전시회’ 투어를 시켜준 뒤 재판을 시작하는 것 외엔 (이번 영상보다) 더 많은 편견을 심어줄만한 행동은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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