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용기자] "우리 배불리면서 중소 소프트웨어 기업의 이익 착취한 적 없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중견 IT서비스 기업들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가는 가운데 관련 업계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중소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말만 듣고 중견 IT서비스 기업들을 '악덕 기업'으로 몰아가는게 억울하다는 것이다.
최근 노대래 공정위 위원장은 중소 소프트웨어 기업들을 잇따라 만나 이들로부터 건의사항을 듣고 공정 거래 환경 조성을 위한 의견을 교환했다.
노 위원장은 업체들에게 시스템통합(SI) 업체들의 불공정 하도급 거래 행위에 대한 제재 조치를 설명했다. 소프트웨어 업종의 불공정 거래 관행을 바로잡기 위한 공정위의 정책도 소개했다.
간담회에서 중소 업체들은 대기업의 공공사업 참여 제한 이후 중견기업의 불공정 거래 행위가 심각해졌다고 토로했다. 최근들어 공공 정보화 사업에 활발히 참여중인 중견 IT서비스 기업들의 불공정 거래 행위를 바로잡아 달라는 요구였다.
이같은 의견 개진에 공정위는 중견기업들의 불공정 거래 관행을 개선하겠다며 연일 '엄포'를 놓고 있는 상황이다.
아직 공정위가 조사를 진행하는 등의 행동에 나서지는 않고 있지만 중견 IT서비스 기업들은 불안한 모양새다. 앞서 대기업 계열 IT서비스 기업들이 공정위로부터 철퇴를 맞았던터다.
중견 IT서비스 기업들은 공정위가 중소 업체들의 말만 듣는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자신들에게는 의견 개진의 기회도 주지않고 중견 IT서비스 기업들에게 칼을 겨누겠다는 공정위의 입장이 편파적이라는 것이다.
한 중견 IT서비스 업체 관계자는 "중소업체의 의견만 듣고 중견기업들을 악덕 기업으로 몰아가고 있어 안타깝다"면서 "중견 IT서비스 기업들도 애로사항이 많은데 말 할 기회 조차 주지 않아 아쉽다"고 전했다.
특히 중견 IT서비스 기업들은 하나같이 공공 정보화 사업에서 '제값주기'만 지켜진다면 불공정 거래는 없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정상적인 가격으로 사업이 발주돼야 협력사에 대한 가격 후려치기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공공 사업 제값주기 절실"
사실 공공 정보화 사업의 수익성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공공 사업은 전년도에 책정된 예산을 통해 진행된다. 각 부처와 공공기관이 책정한 예산은 기획재정부 검토 과정에서 삭감되기 일쑤다.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또 예산이 줄어든다.
여기에 사업 입찰 과정에서 업체 간 가격 경쟁이 붙어 수주 금액은 더 줄어든다. 예가의 80~90% 수준에서 낙찰되는게 보통이다. 게다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후에도 발주처와의 기술협상에서 또 가격이 깍인다.
비록 전년도에 제대로 된 가격으로 예산이 책정됐더라도 이같은 과정을 거치고 나면 적자 사업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나마 대기업들은 버틸 자금력이 있기 때문에 해외사업과 연계사업 등을 위한 투자 개념으로 공공 사업을 수행했다. 발주처와의 오랜 협상 경험으로 그나마 제한적인 가격 할인만 허용했다.
중견기업들이 대기업의 자리를 대체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물론 공공 정보화 사업 수주 영향으로 중견기업들의 매출액은 늘었다. 하지만 협상력 부재와 프로젝트 관리 미숙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됐다. 발주처들이 기술력 등을 핑계로 과거 대기업들에게 지불하던 가격보다 낮은 금액에 사업을 주는 경우도 허다해 중견기업들은 어렵게 사업을 끌고 가고 있다.
실제로 지난 해 중견 IT서비스 기업들의 성적표는 초라했다. 쌍용정보통신은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모두 감소했다. 대보정보통신은 지난 해 쌍용정보통신 다음으로 공공 사업을 많이 수주하면서 매출액은 늘었지만 수익성은 악화돼 적자를 기록했다.
LIG시스템은 매출액이 23%나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반토막이 났다. 농심NDS도 매출액이 20% 이상 성장했지만 영업이익은 고작 5억원 밖에 늘지 않았다. KCC정보통신의 영업이익 증가분도 3억 원에 불과했다.
중견 IT서비스 업체 관계자는 "이익률에서 보듯 중견 기업들이 자기 배만 불리면서 중소 협력사들의 이익을 착취하고 있는게 아니다"면서 "협력사들이 고통을 분담할 수밖에 없는 공공 정보화 사업 구조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공공 사업에서 수익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협력사들이 힘들어 하는 것"이라면서 "협력사에 가격 할인을 요구하는 일들이 없어지려면 제값주기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관용기자 kky1441@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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