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숙기자]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이 진흙탕 싸움으로 치닫고 있다. 경쟁자인 김황식 전 국무총리와 정몽준 의원이 상대의 약점을 파고드는 네거티브전을 연일 이어가면서다.
김 전 총리와 정 의원은 한때 네거티브 공방을 자제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김 전 총리가 정 의원의 현대중공업 주식 백지신탁 문제를 지적하고 나서면서 '전투 모드'에 돌입했다.
김 전 총리 측은 정 의원이 서울시장이 될 경우 보유 중인 현대중공업 주식을 백지신탁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현대중공업, 현대오일뱅크가 지난 5년 간 서울시와 152억원 가량의 물품 구매계약을 수주하는 등 '직무 연관성'이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근거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우 서울시장 취임 후 행정자치부 주식백지신탁위원회 결정에 따라 현대중공업과 현대산업개발, 현대엘리베이터 등 3개사 보유 주식을 전량 매각했다는 점을 내세웠다.
이에 정 의원 측은 "이미 여러 차례 '백지신탁은 당선 이후 백지신탁심사위원회에서 결정할 문제로 법과 원칙에 따르겠다'고 명확히 밝혔음에도 사실을 왜곡하면서까지 네거티브를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정 의원 측은 먼저 이 전 대통령의 경우 '직무 관련성 여부와 상관없이 무조건 주식을 매각하도록 하는 이른바 '포괄적 직무관련성'에 따라 보유 주식 전부를 매각한 것으로 정 의원 사례와는 관계없다고 주장했다.
서울시와 현대중공업 간 물품 구매계약에 대해서는 5년 계약 금액이 70억원으로 같은 기간 현대중공업 매출 250조원에 비하면 0.0028%에 불과해 공직자윤리법 상 '백지신탁 직무관련성은 주식 관련 정보에 대한 직·간접적 접근 가능성과 영향력 행사 가능성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규정에 비춰볼 때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김 전 총리 측은 15일 "더 이상 억지 논리로 백지신탁 문제의 본질을 회피하며 서울시민들을 오도하지 말라"며 정 의원에 '백지신탁 끝장토론'을 제안했다.
이처럼 김 전 총리 측이 백지신탁 문제로 정 의원을 거듭 압박하자 정 의원 측은 김 전 총리의 병역기피 의혹을 제기하며 맞불을 놨다.
정 의원 측은 김 전 총리가 1970년과 1971년 각각 갑상선기능항진증으로 병역연기 처분을 받은 데 이어 1972년 '부동시'로 병역면제를 받았는데, 1974년 판사 채용 신체검사에서는 정상 판정을 받았다고 주장하며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김 전 총리 측은 대법관, 감사원장, 국무총리 등 3차례의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을 거치며 이미 검증됐다고 해명했지만, 정 의원 측은 의혹을 제대로 해명한 바 없다고 거듭 공격했다.
정 의원 측 박호진 대변인은 "대법관 청문회에서는 1972년 부동시로 병역면제를 받은 사실만 거론됐을 뿐 1970년과 1971년 갑상선기능항진증으로 2회 병역연기가 된 사실은 거론 조차 되지 않을 만큼 부실했다"고 지적했다.
또 "병역연기에 대해선 두 번째 청문회에서 비로소 밝혔지만 객관적인 증거를 제출하라는 요청에는 '큰형님 병원에서 진료를 받았고 큰형님이 작고해 소명할 방법이 없다'고 했다"며 "청문회를 거쳤다는 회피성 주장 말고 후보의 양심으로 병역기피 의혹에 대해 진실을 고하라"고 촉구했다.
김 전 총리와 정 의원 간 신경전이 과열되면서 당 안팎에서는 누가 본선에 오르더라도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윤미숙기자 come2m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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