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현기자] 애플이 아이폰 차기 모델 가격을 100달러 인상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주요 외신들은 14일(현지 시간) 애플이 올 가을 출시 예정인 아이폰6 공급 가격을 100달러 인상하는 방안을 놓고 미국 통신업체와 협상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 보도는 외신들이 애플을 취재해서 나온 건 아니다. 투자은행 제퍼리스의 애널리스트 피터 미섹이 발표한 투자자 보고서를 인용한 것이다.
내용은 간단하다. 애플이 가격 인상분 100달러 중 50달러를 통신업체가 부담하는 방안을 제안했다는 것. 다시 말해 통신업체들에게 보조금을 50달러 더 내놓으라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전망대로라면 아이폰6는 2년 약정 고객에게 249 달러(16 기가바이트 모델 기준)에 팔리게 된다. 지난 해 하반기 출시된 아이폰5S(199달러)에 비해 소비자 부담액은 50달러가 늘어나는 셈이다.
당연히 애플은 이 같은 전망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투자은행 애널리스트의 ‘시나리오’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전망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 동안 애플은 신제품 가격을 인상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스티브 잡스 시절엔 늘 성능을 향상시키면서도 이전 모델과 같은 가격에 공급했다.
당연히 “왜?”란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애플은 왜 관행을 깨고 아이폰 가격 인상을 추진하는 걸까?
◆제프리스 "아이폰6 대항마 별로 없어 충분히 승산" 전망
이 질문에 답을 하기 전에 ‘시나리오’부터 좀 더 읽어보자. 미섹은 이번 투자 보고서에서 애플이 아이폰 가격을 인상할 경우 어떤 영향을 미칠 지 구체적인 전망까지 함께 내놨다.
미섹이 제시한 시나리오는 크게 네 가지다.
우선 애플이 단말기 가격을 50달러 인상했는데 판매량이 이전과 동일할 경우. 이 때는 매출이 2%, 주당 순익(EPS)이 11% 가량 상승하게 된다. 반면 가격을 50달러 인상했는데 판매량이 5% 줄어들 경우엔 매출은 1% 감소하지만 주당순익은 오히려 6% 늘어나게 된다.
100달러를 인상할 경우엔 어떻게 될까? 가격을 100달러 올렸는데도 이전과 같은 판매량을 유지할 경우 매출과 주당 순익은 각각 6%와 24% 증가하게 된다.
가격 인상에 대한 저항이 심해서 판매량이 10% 감소할 경우엔 어떻게 될까? 이 때도 애플의 매출과 순익은 감소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오히려 1%와 14% 가량 늘어날 것이라고 미섹이 주장했다.
시나리오대로라면 아이폰 가격을 100달러 올리더라도 판매량 감소율을 10%까지만 유지할 수 있다면 애플 입장에선 남는 장사인 셈이다.
미섹은 여기에다 시장 상황까지 곁들여서 아이폰 가격 방침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현재 시장에서 아이폰6와 경쟁할 수 있는 것은 삼성 최신폰인 갤럭시S5가 사실상 유일하다.
그런데 갤럭시S5는 100달러 정도 가격인상 때문에 주저할 아이폰 잠재 고객들을 끌어들을만큼 매력적이진 않다는 것이 미섹의 주장이다.
◆저가모델 전략 실패…차라리 고급형으로 차별화 판단한 듯
시나리오를 읽었으니, 이번엔 현실 속으로 눈을 한번 돌려보자. 미섹 주장대로 현재 스마트폰 시장에서 아이폰 최신 모델에 필적할 만한 것은 삼성 밖에 없다. 사실상 두 회사가 시장을 나눠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 부분은 논외로 하자. 대신 애플 상황을 한번 살펴보자.
한 동안 애플은 아이폰과 아이패드 평균 판매가격 하락 문제로 곤란을 겪었다. ‘혁신의 한계’란 전망이 나온 것은 그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난 해 말부터 이런 상황이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
이런 상황을 잘 보여주는 게 미국 시장조사업체인 컨슈머 인텔리전스 리처스 파트너스(CIRP)가 이달 초 발표한 보고서다.
CIRP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해 4분기에 미국에서 판매된 아이폰 중 공짜폰 비중은 17%였다. 공짜폰을 포함해 99달러 이하 가격에 판매된 아이폰 비중은 33% 수준이었다. 또 4분기 거래된 아이폰 중 93%는 299달러 이하 가격에 거래됐으며, 나머지 7%는 399달러에 판매됐다.
하지만 CIRP 보고서에서 진짜 주목해야 할 부분은 따로 있다. 2012년 1월과 12월, 그리고 지난 해 9월, 12월 네 차례에 걸쳐 조사한 아이폰 평균 판매가격의 변동 추이다.
이를 위해 아래 그래프를 한번 살펴보자. 그래프는 해당 가격대까지 누적 추이를 나타낸다. 따라서 그래프가 오른쪽으로 치우쳐 있을수록 평균판매가격이 높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비싼 가격대 제품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그래프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지난 해 4분기 들어 200달러 이하에 거래되는 비중이 크게 줄어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CIRP는 당시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2012년 왼쪽으로 이동했던 그래프가 지난 해에는 오른쪽으로 움직였다”면서 “이는 그만큼 평균 판매가격이 상승했다는 의미다”고 설명했다.
애플은 지난 해 고가 모델인 아이폰5S와 저가 모델인 5C를 동시에 선보였다. 하지만 저소득층을 겨냥한 아이폰5C는 생각만큼 재미를 보지 못했다. 지난 해 4분기 아이폰 평균판매가격이 상승한 이면엔 저가 모델인 아이폰5C이 생각만큼 팔리지 않은 점도 중요하게 작용했다.
◆관행 깬 애플의 계획, 소비자들은 어떤 선택할까?
애플은 한 동안 아이폰과 아이패드 평균판매가격 하락 때문에 골머리를 썩였다. 보조금 포함해서 한 때 650달러 내외에 머물렀던 아이폰 평균판매가격은 지난 해 9월 마감된 2013 회계연도 4분기엔 577달러까지 떨어졌다.
평균판매가격 하락은 곧바로 영업이익률 감소로 직결되기 때문에 애플에겐 적잖은 골치거리다.
애플의 고민은 또 있다. 바로 시장 점유율 문제다. 매년 한 모델씩 출시하고 있는 애플은 삼성을 비롯한 안드로이드 군단의 파상 공세로 시장 점유율도 계속 감소하고 있다. 뭔가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이 된 셈이다.
애플이 지난 해 말 저가 모델인 아이폰5C를 출시한 것은 이런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한 조치로 받아들여졌다. 수익을 조금 희생하더라도 판매량을 늘리겠다는 전략이었던 셈.
하지만 결과는 반대로 나타났다. 신흥 시장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 것으로 기대됐던 아이폰5C 판매가 기대에 훨씬 못 미친 것. 대신 고가 모델인 아이폰5S가 잘 팔리면서 평균판매가격은 1년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애플이 아이폰 가격 인상을 고려하는 것은 이런 점을 종합적으로 감안한 조치로 풀이된다. 지난 해와 반대 전략으로 접근하겠다는 계획인 셈이다. 즉 4.7인치와 5.5인치 두 개 모델을 내놓으면서 사양 낮은 모델 가격을 낮추는 대신 오히려 고급 모델을 비싸게 판매하는 쪽을 택한 것이다.
계획대로 통신사들이 보조금 50달러를 감당해줄 경우 매출과 순익 면에서 모두 상승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으로 풀이된다.
물론 소문대로 아이폰 가격을 올릴 경우 애플에게도 위험 요인이 없는 건 아니다. 소비자들이 추가 부담액 50달러 보다 ‘오랜 혁신 전통’을 버린 부분에 대해 강한 배신감을 느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 때문에 애플이 선뜻 아이폰 가격을 인상할 수 있을 지도 의문이다.
과연 애플은 어떤 선택을 할까? 제퍼리스의 미섹 애널리스트 전망대로 가격을 인상하는 모험수를 둘까? 아이폰 가격 문제는 올 하반기 스마트폰 시장 최대 관심사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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