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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올림 대표성 논란… 삼성 백혈병 '원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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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 중재기구 놓고 심상정 "합의"-반올림 "합의 안해" 이견

[박영례, 김현주기자] 7년여를 끌어온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의 백혈병 논란이 돌파구를 찾는 듯 하다 예상치 못한 변수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형국이다.

보상안을 이끌어낼 '제3의 중재기구' 구성을 놓고 정의당 심상정 의원과 피해자모임측이 서로 다른 주장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피해자모임인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이하 반올림)이 제3 기구 구성에 반대, 단일 협상 창구 역할을 주장하고 있어 당장 시급한 유족 및 피해자에 대한 보상안 마련이 쉽지 않을 조짐이다.

사태가 장기화 될 경우 단일 협상창구로서 반올림의 대표성 논란이 핵심 쟁점이 될 공산도 커졌다.

16일 삼성전자는 당초 심상정 의원과 반올림, 유족 등이 합의한 '제3 중재 기구안' 마련 등 안을 전향적으로 검토할 계획이었으나 반올림 측이 돌연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나서면서 혼란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 백수현 전무는 브리핑을 통해 반올림의 입장 변화 등에 대해 "대단히 혼란스러운 상황으로 일단 현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14일 '반도체 백혈병 가족 측 제안에 대한 삼성전자 입장'이라는 자료를 내고 심상정의원 측 중재 보상안에 대해 이른 시일내 경영진의 공식 입장이 나올 것이라 발표한 바 있다.

이는 심상정 의원과 유족 등이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제시한 제안을 적극 검토, 보상안 마련 등 협상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미다.

실제로 지난 9일 심상정의원과 반올림, 유가족은 국회 정론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유가족에 공식 사과 ▲ 제3의 중재기구를 통한 공정한 보상책 마련 ▲ 재발 방지 대책 마련 ▲ 정부 산업재해 인정 기준 완화 등 4가지를 요구했다. 심의원 측은 이틀 뒤인 11일 같은 내용의 공식 제안서를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에 전달했다.

삼성전자가 14일 이같은 제안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7년을 끌어온 백혈병 보상 등 협상에 물꼬를 트는 듯 했지만 같은날 반올림이 '삼성전자의 입장발표에 대한 반올림의 우려와 요구'라는 공식 입장을 통해 제3 중재기구 구성을 반대하고 나서면서 상황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형국이다.

◆합의 없었나¨심상정 "합의"-반올림 "없었다" 딴소리

삼성측이 혼란스럽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은 바로 이 대목이다. 심 의원을 비롯한 유족과 반올림 측이 제3 중재기구를 포함한 합의안을 도출, 이를 삼성측에 제시한 상황에서 반올림 측이 돌연 합의가 없었다며 이를 번복하고 나선 때문이다.

실제로 심 의원과 반올림 측은 이에 대해 합의했다는 입장과 합의가 없었다는 엇갈린 주장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반올림 관계자는 "제3자 중재기구에 대해서 심 의원과 합의한 적 없다"며 "따라서 보상안 역시 제3의 중재기구가 아닌 삼성이 직접 반올림과 교섭을 해야 하고, 이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심상정 의원 측은 "지난 11일 삼성에 보낸 요구서는 반올림의 동의 없이 심 의원 명의 단독으로 보낸 것이 맞다"면서도 "촉구 내용은 반올림과 합의된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내용 자체가 지난 9일 반올림, 피해자 가족과 함께 개최한 공동 기자회견에서 발표한 것과 동일하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심 의원과 반올림 측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협상 당사자인 삼성전자는 당초 예고했던 협상안에 대한 입장발표도 애매해진 상황.

삼성 고위 관계자는 "진지하게 검토하겠다는 대상은 심상정 의원과 유족, 반올림의 공동 제안에 대한 것"이라며 "(반올림이) 입장을 바꾸면 검토할 대상이 사라져버리는 것 아니냐"고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협상 창구 단일화 요구…반올림 대표성 논란 '쟁점'

이같이 반올림 측이 당초 합의와 달리 단일 협상창구 역할을 주장하고 나서면서 '제3 중재기구' 구성 등이 이번 협상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당초 심 의원과 반올림 유가족 등이 제시한 제3의 중재기구는 직업병 피해자 및 그 가족들과 합의하에 공정하고 객관적인 구성을 전제로 하며, 이를 통해 합당한 방안 마련 및 보상하라는 게 삼성전자에 전달된 제시안의 골자였다.

삼성측이 제시안을 적극 검토키로 한 것은 이같은 중재기구 구성을 통해 유족 등 피해자에 대한 보상 논의 및 협상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다는 판단도 무관치 않았다. 통상 협상이 법적 권한과 책임을 전제하는 것인 만큼 협상 당사자 역시 법적 대표성을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반올림이 단일 협상창구로서 역할을 주장하고 있는데다, 협상 당사자로서 법적 대표성을 갖느냐는 대목. 제3 중재기구 설치 없이 반올림이 협상 당사자로 나서려면 유가족 등 이번 협상의 대상인 피해자측 모두의 위임장 등을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반올림은 지난해 삼성측과 가졌던 협상에서도 이같은 위임장 요구 등을 거절한 바 있고, 이번에도 제3 중재기구에 반대, 단일 협상창구 역할을 재차 강조하고 있는 상태. 사실상 양측이 이에 대한 접점을 찾지 못할 경우 협상 테이블에 앉아 보상안 등을 도출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더욱이 반올림은 이번 심상정 의원과 함께 마련한 제시안 보다 지난연말 삼성전자에 직접 요구한 보상안 마련이 먼저라고 주장하고 있는 점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쉽지 않은 대목이다.

반올림측은 "심 의원이 전달한 제안서에는 제3의 중재기구를 통한 보상안 마련이 언급돼 있지만 보상에 관해 이미 우리의 요구안에 분명한 내용이 담겨 있다"며 "삼성은 그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부터 해야 하며, 보상안 역시 제3의 중재기구가 아닌 직접 반올림과의 성실한 교섭을 통해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반올림이 주장하는 보상안에는 유족에 대한 사과나 유해 물질에 대한 정보공개는 물론 반올림이 추천하는 기관을 통한 정기 종합진단, 또 반올림이 추천하는 위원이 절반이상 참여하는 화학물질안전보건위원회의 각 사업장 설치와 외부 감사단의 감사, 노조활동 등까지 광범위하게 담고 있다.

이 탓에 반올림이 유족 등 피해자 보상 및 구제보다 협상 기구 또는 노동 활동 단체로서의 역할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유족 보상이 최우선 과제라는 점에서 제3 기구 구성이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며 "교섭창구를 쟁점화 하는 것은 협상 의지가 의심되는 대목이고, 법적 대표성이 없는 피해자 모임이 외부감사인 지정 등을 요구하는 것도 무리한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심상정의원측도 창구 단일화가 이번 협상의 쟁점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히 했다.

심상정 의원실 관계자는 "제 3의 기구와 관련한 내용은 협상이나 문제의 본질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하게 하고 싶다"며 "이게 논란이 되는 이유는 삼성과 논의하는 데 있어 피해자 당사자가 배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 때문인데, 그건 아니라는 점을 (반올림, 피해자 등에) 강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중재 역할을 하고 나섰던 심상정 의원측이 반올림 등과의 입장차를 좁히고 이번 협상의 돌파구를 다시 찾을 수 있을 지도 주목된다.

심의원측은 "삼성이 반도체 공장 백혈병 문제에 대해서 책임을 인정하고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공식 사과하는 게 기본 대전제"라며 "그런 다음 어떤 식으로 협상을 해서 보상안을 마련할 지에 대해 삼성, 피해자 가족, 반올림을 한 테이블에 앉도록 해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영례기자 you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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