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현기자] 증인 심문 절차를 마무리한 삼성과 애플 간 2차 특허 소송에 최대 변수가 등장했다. 미국 항소법원이 애플의 핵심 공격 무기인 데이터 태핑 특허권(특허번호 647) 청구범위를 좁게 해석하는 판결을 내린 때문이다.
항소법원 판결로 삼성은 큰 힘을 얻게 됐다. 반면 647 특허권을 핵심 무기로 사용했던 애플은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애플이 삼성에 요구한 '대당 40달러' 배상금 중 647 특허권과 관련된 부분이 12달러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
블룸버그통신을 비롯한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미국 연방항소법원은 25일(현지 시간) 구글과 애플 간 특허 소송을 파기 환송하고 시카고 지역법원으로 돌려보냈다.
항소법원의 이번 판결은 지난 2012년 시카고 지역법원 판결을 기각한 것. 문제는 구글과 애플 간 항소심 판결이 캘리포니아 북부지역법원에서 진행 중인 삼성과 애플 간 특허 소송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항소심 재판부가 애플의 ‘데이터 태핑 특허권’에 대해 새로운 해석을 내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삼성과 애플 간 특허 소송도 추가 변론이 필요해 일정이 하루씩 연기됐다.
◆항소법원, 애플 647 특허 청구범위 좁게 해석
애플 647 특허는 특정 데이터를 누르면 관련 앱이나 창을 띄어주는 연결 동작을 위한 시스템 관련 기술이다.
이를테면 웹 페이지나 이메일에 있는 전화 번호를 누르기만 하면 곧바로 통화를 할 수 있도록 해 준다. 마찬가지로 이메일 주소를 클릭하면 곧바로 이메일 창을 열어주는 기술이다.
이 때 전화번호나 이메일 주소 등의 특성을 분석해 적합한 프로그램과 연결해주는 것이 '647 특허권'의 핵심 개념이다.
647 특허권 관련 문건에는 “분석 서버가 애플리케이션으로부터 데이터를 받은 뒤 유형 분석 단위를 이용해 데이터 구조를 탐지한 뒤 관련된 행동으로 연결해준다”고 규정돼 있다.
이 때 핵심 쟁점은 ‘분석 서버’와 ‘감지된 구조를 연결하는 행위’를 어떻게 해석할 것이냐는 부분이다. 이 부분은 지난 2012년 시카고 지역법원에서 열린 구글과 애플 간 소송에서도 쟁점이 됐다.
특히 ‘데이터 태핑 기능’을 별도 서버에서 구현하는지, 애플리케이션 부분에서 실행하는 지가 최대 관심사였다.
당시 시카고 지역법원의 리처드 포스너 판사는 ‘분석 서버’를 “데이터를 받는 클라이어트와 분리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 ‘감지된 구조를 링크하는 행위’에 대해선 “감지된 구조를 최소한 한 개 이상의 컴퓨터 서브루틴과 특정하게 연결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 때 컴퓨터 서브루틴은 중앙처리장치(CPU)로 하여금 감지된 구조에 연속적인 작동을 수행하도록 해 준다. 서브루틴이란 특정 프로그램에서 반복적으로 사용되는 명령군을 의미한다.
항소법원은 구글과 애플 간 소송을 파기 환송하면서 647 특허권에 대한 포스너 판사의 해석을 받아들였다. 즉 애플 647 특허권은 별도 서버에서 구현되는 기술이란 점을 인정한 셈이다.
◆”별도 서버 있는 애플 특허와 다른 기술” 삼성 주장 힘 실릴듯
항소법원의 647 특허권 해석은 삼성과 애플 간 특허 소송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치게 됐다. 삼성 변호인들이 647 특허권을 침해하지 않았다는 주장의 근거로 내세운 것이 ‘별도 서버 존재여부’였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게 지난 15일 삼성 측 증인으로 출석한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의 케빈 제프레이 교수였다.
당시 제프레이 교수는 삼성 안드로이드 단말기에는 데이터 태핑 관련 기술을 구현하는 별도 서버가 없다고 주장했다. 관련 기능을 탐지하고 연결하는 기능이 전부 애플리케이션 자체에서 구동된다는 것이다.
반면 애플 특허 기술은 ▲분석 서버와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램 인터페이스 ▲이용자 인터페이스 실행 프로세서 등으로 구성돼 있다. 애플 647 특허 문서에는 “분석 서버가 애플리케이션으로부터 데이터를 받은 뒤 유형 분석 단위를 이용해 데이터 구조를 탐지한 뒤 관련된 행동으로 연결해준다”고 규정돼 있다.
겉모양은 비슷하지만 소프트웨어 기능을 따지고 들어가면 전혀 다른 기술이란 주장인 셈이다. 삼성은 제프레이 교수 증언을 통해 삼성 스마트폰에 구현된 기능들이 애플 특허권을 침해하지 않았다는 점을 집중 부각시켰다.
당시엔 이 부분이 삼성 측의 주장에 불과했다. 하지만 항소법원이 애플 647 특허권은 별도 서버에서 검색 기능을 수행하는 것으로 판결함에 따라 삼성 주장에 큰 힘이 실리게 됐다.
물론 647 특허권에 대한 항소법원 판결은 삼성-애플 소송과는 별도 사안이다. 하지만 상급 법원 판례가 갖는 위력을 감안하면 이번 소송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루시 고, 추가심문 시간 부여…일정 하루 연기
루시 고 판사는 25일 증인 심문이 끝난 뒤 항소법원 판결과 관련해 추가 심문 시간을 갖기로 했다. 삼성과 애플 양측에 각각 45분 간의 증인 및 반대심문 시간을 부여한 것.
이에 따라 재판 일정도 하루씩 밀리게 됐다.
당초 일정대로라면 이번 재판은 28일 양측 변호인 최후 변론을 끝으로 평결 심의에 착수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루시 고 판사는 28일엔 ‘항소법원의 647 특허권 관련 판결’과 관련한 심리를 하기로 했다. 양측 변호인 최후 변론은 하루 뒤인 29일 열릴 예정이다.
IT 전문 매체 리코드에 따르면 루시 고 판사는 일정 변경과 상관 없이 28일 중 배심원들에게 평결 지침을 설명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최후 변론이 열리는 29일부터 심리에 착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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