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숙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민심 수습책로 내놓은 '안대희 국무총리' 카드가 실패로 돌아갔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정홍원 국무총리가 사의를 표명한 이래 한 달 가까이 후임 인선을 고심한 끝에 안대희 전 대법관을 발탁했다.
원칙과 소신으로 유명한 안 전 대법관이야말로 '관피아(관료+마피아)' 척결 등 국가 개혁, 비정상의 정상화 등 국정 목표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갈 적임자라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안 전 대법관이 검찰 재직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 측근 비리와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 대선자금 수사를 진두지휘하며 '국민 검사'라는 별명을 얻는 등 국민적 지지와 청렴한 이미지를 겸비한 인물이라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안 전 대법관은 국무총리 내정 직후 전관예우 논란에 휘말렸다. 대법관 퇴임 이후 변호사 생활을 하면서 5개월 간 16억원을 번 것으로 알려지면서 청렴성에 타격을 입었다.
결국 안 전 대법관은 지명 일주일만인 28일 오후 국무총리직에서 자진 사퇴했다. 박근혜정부 들어 국무총리 내정자가 청문회 전 사퇴하는 이례적인 일이 두 번이나 벌어진 것이다. 조각 당시 김용준 국무총리 내정자는 지명 닷새 만에 사퇴한 바 있다.
이로써 박 대통령의 집권 2년차 국정운영은 적지 않은 타격을 받게 됐다.
특히 안 전 대법관은 세월호 참사라는 국가적 대재난으로 들끓는 민심을 다독이고 정부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인적쇄신의 첫 번째 단추였다는 점에서 파장이 더 클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국무총리 인선에서 시작되는 박근혜정부 2기 내각 구성은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박 대통령은 국무총리를 먼저 인선하고 신임 국무총리의 제청을 받는 형식으로 일부 장관을 교체할 예정이었으나, 국무총리 자리가 다시금 공석이 되면서 2기 내각 구성 작업이 원점으로 돌아간 것이다.
박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통해 발표한 '국가안전처' 신설 등 국가재난안전시스템 정비 구상도 이를 주도적으로 이끌 국무총리의 부재로 장기 표류할 수밖에 없다.
정치적으로는 대국민 담화 이후 상승세로 돌아섰던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다시 하락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6.4 지방선거를 앞둔 새누리당에도 안 전 대법관 사퇴는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거듭된 인사 실패로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에 대한 비판이 거듭 불거질 가능성도 높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 안팎에서는 청와대 개편 폭이 넓어지고 시기도 빨라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윤미숙기자 come2m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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