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하기자] 모바일시장이 커지고 있지만 국내 인터넷 사업자들은 여전히 외국 업체들에 비해 '차별'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국내 앱마켓 관계자는 11일 "구글과 애플같은 해외사업자를 이용한 유료 앱 결제는 간편한 반면, 국내 앱마켓에서 유료 앱을 다운받으려면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해 국내 사업자들이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를 운영하는 구글과 애플과 같은 해외 사업자는 국내법의 적용을 받지 않아 금융업자 지위를 갖고 사업을 펼 수 있다. 금융사업자의 지위를 갖는 구글과 애플은 이용자가 기입한 신용카드 정보를 보관할 수 있다.
때문에 구글과 애플에서 유료앱을 구매할 때는 신용카드 정보를 입력할 필요 없이 구매 버튼을 누른 뒤 플레이스토어나 앱스토어의 비밀번호만 입력하면 된다.
SK플래닛의 T스토어, KT의 올레마켓, LG유플러스의 U+스토어, 네이버 앱스토어에서 유료앱을 신용카드로 구매할 때는 약관동의, 이메일, 카드번호, 비밀번호, CVC번호 등을 입력하며 7단계를 거쳐야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국내 사업자들이 복잡한 단계를 거쳐야만 물건을 팔 수 있는 것은 국내 전자금융거래법에 따라 IT기업들이 금융업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금융사업자로서의 지위가 없으면 결제에 필요한 각종 정보를 자체적으로 보유할 수 없다.
대신 국내 사업자들은 카드사나 PG사의 결제 시스템을 이용해 유료 앱 결제를 돕는다. IT기업은 신용카드사의 가맹점과 동일한 지위다.
IT업체 관계자는 "개인정보보호 문제 때문에 금융사업자의 지위를 갖지 못하는 국내 앱마켓 사업자들은 소비자의 신용정보를 보관하지 못하게 하지만 은행 해킹사고에서 보듯 금융사들이라고 개인정보를 잘 보관하는 것은 아니다"며 "그럼에도 모바일 결제와 상거래에서 우리 사업자들만 차별받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한국무선인터넷산업연합회 추산에 따르면 2013년 국내 모바일 콘텐츠 시장 규모는 2조4천335억원이다. 이 중 구글플레이가 49.1%(1조1천941억원), 애플 앱스토어가 30.5%(7천431억원)을 차지했다. 이외 국내 앱마켓 비중은 12.4% 수준으로 나타났다.
올해에는 모바일 콘텐츠 시장이 3조1천860억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2013년에 비춰보면 구글과 애플은 국내 앱 마켓에서 2조5천억원 이상의 매출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활성화하는 모바일 시장 대부분을 외국 업체들이 독차지하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특히 국내에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점유율이 90% 이상인 것을 감안하면 앞으로 모바일 콘텐츠 시장에서 구글이 차지하는 비중은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점을 감안해 카카오는 올 하반기 기존 모바일 결제시스템을 보완한 '뱅크월렛 카카오'를 출시할 예정이지만 기대만큼의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부는 이달 말~7월 초 인터넷 규제 개선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 관심이 모인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에서는 IT업체 '알리바바'가 자체 결제시스템을 내놓고 송금, 결제, 대출, 펀드 상품까지 내놓는 등 금융업까지 진출하고 있다"며 "해외 기업이나 해외 소비자에게 도움이 되는 공인인증서 의무사용 폐지를 넘어 우리나라 사업자를 도울 정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정미하 기자 lotu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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