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현기자] 1966년 7월30일. 런던 웸블리 구장에선 축구 종가 잉글랜드와 전차군단 서독 간의 월드컵 결승전이 열렸다. 서독이 후반 종료 직전 극적인 동점골을 넣으면서 전후반을 2대2로 끝낸 두 팀은 연장 승부에 들어갔다.
연장 전반 10분 경. 잉글랜드 허스트가 날린 슛이 골 크로스바를 맞고 수직으로 떨어졌다. 주심은 즉각 골인 선언. 결국 허스트가 경기 종료 직전 한 골을 더 넣으면서 잉글랜드가 안방에서 월드컵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허스트의 골은 두고 두고 논란거리가 됐다. 슬로모션으로 정교하게 분석한 결과 골라인을 넘어가지 않은 것으로 판명된 때문이다.
13일 개막된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선 최소한 이런 오심은 나오지 않을 전망이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월드컵 역사상 최초로 골인 판정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비디오 판독 기법을 도입한 때문이다.
IT 전문 매체 아스테크니카에 따르면 FIFA는 지난 해부터 일부 경기에 도입했던 골라인 비디오 판정을 이번 월드컵 전 경기에 적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2014 브라질 월드컵은 사상 첫 비디오 판독 기술을 도입한 대회로 기억될 전망이다.
◆공이 골라인 통과하면 곧바로 주심 시계로 진동음 전달
골라인 통과 여부를 판정하기 위해 FIFA는 경기장 지붕에 비디오 카메라를 설치했다. 공의 움직임을 추적하면서 계속 찍는 역할을 하는 이 카메라는 컴퓨터와 연결돼 있다.
이렇게 전송된 영상을 컴퓨터 이미지 분석을 통해 공의 위치를 정확하게 판정한다. 공이 골라인을 통과하게 되면 주심이 차고 있는 시계에 즉시 진동음과 함께 ‘골(GOAL)’이란 단어가 뜨게 된다.
아스테크니카에 따르면 FIFA는 골라인 비디오 판독 장비 설치를 영국 호크-아이와 독일 골컨트롤 등 두 회사에 맡겼다.
호크-아이는 이미 크리켓, 테니스 경기 등에서 골라인 비디오 판독 기술을 적용한 경험이 있다. 호크-아이는 이미 잉글랜드를 비롯해 웨일즈, 독일, 네덜란드 등 유럽 주요 국가의 구장에 장비를 설치했다.
반면 독일업체인 골컨트롤은 브라질 월드컵 구장에 호크-아이보다 더 많은 장비를 설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호크-아이는 구체적으로 브라질 구장 어디에 장비를 설치했는 지 답변하지 않았다고 아스테크니카가 전했다.
골컨트롤은 아스테크니카와 인터뷰에서 “사람 눈으로는 1초에 16개 가량의 이미지 밖에 볼 수 없기 때문에 공이 최소한 60밀리초 이상 골라인 뒤에 머물러 있어야만 제대로 판정을 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축구 경기 중엔 선수가 찬 공인 불과 몇 밀리 초 만에 골라인을 통과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사람 눈으로는 공을 시속 12킬로미터까지만 구분할 수 있는 데, 선수들의 슛은 시속 120킬리미터를 웃도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도저히 육안으로 구분할 수 없는 부분을 카메라 기술로 보충한다는 얘기다.
◆2010년 독일-잉글랜드 골라인 오심 직후 비디오판독 도입 논의
FIFA가 월드컵 경기에 비디오 판독을 도입하기까지 적잖은 공방을 거쳤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개막 전까지만 해도 피터 블래터 FIFA 회장은 “모든 축구 경기는 동일한 방법으로 경기하고, 동일한 기술로 판정해야 한다”고 못을 박았다.
하지만 남아공 월드컵에서 또 다시 골라인 통과 시비가 생기면서 강경 입장을 누그러뜨리게 됐다. 이번에도 잉글랜드와 독일 경기에서 오심이 나왔다. 1966년 결승전 당시 피해자였던 독일이 2010년엔 오심의 수혜를 입었다는 점만 달랐다.
문제의 경기는 2010년 6월27일 남아프리카공화국 블룸폰테인 구장에서 열린 잉글랜드와 독일의 16강전이었다.
전반 37분. 잉글랜드 미드필드인 프랭크 램파드가 날린 슛이 독일 골 크로스바를 맞고 역시 수직으로 떨어진 것. 그러자 심판은 골라인을 넘어가지 않았다면서 노골로 판정했다.
하지만 TV 화면엔 골라인을 통과한 게 선명하게 보였다. 결국 잉글랜드는 독일에 4대 1로 패하면서 16강전을 끝으로 짐을 싸야 했다. 이 경기 판정으로 논란이 확대되자 블래터 FIFA 회장은 “골라인 판독 기술 문제를 다시 논의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결국 FIFA는 지난 해 일부 하위 리그에서 시험적으로 골라인 비디오 판독 기술을 시험 적용한 뒤 이번 월드컵부터 전면 실시하게 됐다고 아스테크니카가 전했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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