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배기자] '누구를 위한 SW 특허인가'
특허청이 컴퓨터 프로그램을 특허 대상으로 인정하기로 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자칫 소프트웨어(SW) 산업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특허청은 지난 18일 컴퓨터소프트웨어 관련 발명 심사기준을 개정하고 오는 7월부터 출원되는 '컴퓨터 프로그램' 청구항에 대해 특허를 부여한다고 밝혔다. 기존 SW 특허는 매개를 통한 특허 등록만이 가능했으나 앞으로는 컴퓨터 프로그램 자체에 대한 특허까지 허용한다는 게 골자다.
특허청은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기준 개정은 출원인들의 불편을 해소하고 형식적 기재요건을 완화해 SW 기술의 다양한 유형을 특허로 보호해달라는 SW 업계의 의견을 반영한 것"이라며 "모바일 앱과 같은 '컴퓨터프로그램'이 보호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특허를 받지 못하는 사례가 매년 평균 600건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SW 특허는 대기업 위한 꽃놀이패?
그러나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벌써부터 걱정스럽다는 반응이 흘러나온다. 특히 글로벌 거대 기업들이 SW 특허를 앞세워 국내 시장을 '초토화'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애초에 특허를 출원하고 유지할 여력이 부족한 중소 SW 기업 대신 대기업에게 모든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라이선스 정책과 유지보수 비용으로 국내 SW 시장을 장악한 외국계 기업에게 'SW 특허는 여의주를 물려주는 일'이란 말까지 나돈다.
엔키아 진원경 이사는 "국내 기업은 여력이 없을 수 있으나 글로벌 거대 기업에게 특허 비용은 부담이 되지 않는 수준"이라며 "미국 내에서 특허를 받기 어려운 개념이나 프로그램까지 무차별적으로 등록해 국내 업체들을 공격하는데 사용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는 또한 "국내 기업은 특허를 취득할 생각조차 못하기 때문에 동일한 프로그램이 이미 있다한들 공격망을 벗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며 "현재의 저작권 위반에 따른 제소에 더해 특허권 침해 소송이 줄을 이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업계 한 관계자도 "특허 소송은 돈이 많은 기업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싸움"이라며 "이같은 조치는 대기업에만 유리할 뿐 중소기업과 창업을 통한 SW 산업진흥과도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내 기업에게 SW 특허는 '꽃놀이패'가 아니다. 특허를 취득하기 위해 소요되는 비용은 천차만별이며 대체로 수 백만 원에 달한다는 게 현실이다. 보통 사람이 특허 출원서를 쓰기는 어려워 대부분 변리사를 통해 진행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가 발간한 '2012 소프트웨어산업 연간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패키지 SW 기업은 2천180개이며 이중 48.7%에 달하는 1천62개 회사의 매출액이 10억 원 이하다. 매출 100억 원을 초과하는 기업은 118개에 불과하다.
특허청 고객상담센터에 따르면 특허 출원료는 온라인의 경우 4만6천 원, 서면은 6만6천 원에 각각 가산료가 추가될 수 있다. 심사청구료는 기본료가 14만3천 원, 등록료는 4만5천 원으로 청구항 1개마다 각각 4만4천 원과 3만9천 원씩이 가산된다. 어디까지나 본인이 직접 청구했을 경우다.
이에 더해 일각에서는 저작권과 특허의 중첩보호에 따른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많은 SW 개발자들이 개발을 위해 사용하는 컴퓨터 프로그램 역분석(리버스 엔지니어링)은 저작권법에서와 달리 특허 침해로 볼 논쟁의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또 특허청이 향후에는 결국 특허법 개정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제기됐다. 업계 관계자는 "특허법은 국회에서 통과가 어려우니 심사지침을 바꿔버린 것"이라며 "나중에는 혼동을 이유로 법과 지침 사이의 통일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관계자는 "저마다 SW 특허를 내려고 하는 일이 발생한다면 변리사만 돈을 벌고 특허청은 프로그램 특허가 늘어나 실적 '생색내기'가 가능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앞서 오픈넷은 지난 23일 국내 SW 개발자 관련단체인 스마트개발자협회와 함께 특허청에 재검토를 요청하고 공개토론회를 제안하는 등 강경한 입장을 나타냈다. 특허청의 심사기준 개정은 법률 개정사항이며 SW 개발과 혁신에 장애가 될 소지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국배기자 vermeer@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