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숙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26일 정홍원(사진) 국무총리의 사의를 반려했다.
정 총리가 세월호 참사 직후인 지난 4월 25일 사의를 표명한 지 두 달. 안대희 전 대법관, 문창극 전 중앙일보 주필 등 두 명의 총리 후보자가 잇달아 낙마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자 고심 끝에 정 총리를 유임시키기로 결정한 것이다.
윤두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세월호 참사 이후 시급히 추진해야 할 국정과제가 산적해 있지만 청문회 과정에서 노출된 여러 문제로 인해 국정공백이 매우 큰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어 박 대통령은 정 총리의 사의를 반려하고 국무총리로서 사명감을 갖고 계속 헌신해 줄 것을 당부했다"고 밝혔다.
윤 수석은 "앞으로 청문회를 통해 새 내각이 구성되고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정 총리와 경제부총리, 교육부총리를 중심으로 경제정책 3개년 계획과 국가대개조를 강력히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청와대는 전날까지만 해도 "후임 총리로 개혁성을 갖춘 분, 여론과 청문회를 무난히 통과할 수 있는 분을 신중히 골라야 하는 과제가 있다. 시간적 여유가 없으니 될 수 있는 한 빨리 해야 하는 과제도 있다"(민경욱 대변인)며 후임 총리 인선에 속도를 낼 것임을 시사한 바 있다.
이에 정치권 안팎에서는 새 총리 후보로 정치인 출신이 유력하게 거론됐다. 선거를 치르며 어느 정도 검증이 이뤄진 정치인 출신을 총리로 지명한다면 국민 여론과 국회 인사청문회를 비교적 무난히 통과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두 명의 총리 후보자가 '여론 재판'에 떠밀려 불명예 낙마한 상황에서 선뜻 총리직을 맡겠다고 나설 사람을 찾기란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정치인 출신 하마평도 무성했지만 박 대통령과 '코드'가 맞지 않는다는 평가가 대다수였다.
결국 박 대통령은 정 총리 유임을 택했다.
여기에는 국정공백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가장 먼저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정 총리가 사의를 표명한 지 이미 두 달이 흘렀고, 국회 인사청문 절차를 거치는 데 최소 20일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새 총리 후보자를 지명할 경우 국정공백은 세 달을 넘길 수밖에 없다.
특히 7.30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어서 새 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여야 간 치열한 격돌이 불가피하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관측이다.
이와 함께 정 총리가 1년 반 가량 총리직을 수행하면서 국정 전반에 대해 잘 파악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됐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 총리의 사의 표명 이유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었다는 점에서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사의를 표명한 총리를 유임시킨 것 역시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라는 점도 논란거리다. 박 대통령 인재풀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자 청와대 인사검증시스템의 문제를 고스란히 노출한 셈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는 인사수석실 신설 방침을 밝혔다.
윤 수석은 "인사시스템 보강을 위해 청와대에 인사수석실을 신설하고 인사비서관과 인사혁신비서관을 두고 철저한 사전 검증과 우수한 인사 발굴·평가를 상설화하기로 했다"며 "앞으로 인사수석이 인재 발굴과 검증·관리 등을 총괄하며 인사위원회에서 실무 간사를 맞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윤미숙기자 come2ms@inews24.com 사진 조성우기자 xconfin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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