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현기자] 미국 대형 출판사인 하체트와 전자책 판매 조건을 놓고 힘겨루기 중인 아마존이 우회 공격에 나섰다.
뉴욕타임스는 8일(현지 시간) 아마존이 하체트 소속 작가들에게 전자책 판매 금액 전액을 지불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편지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아마존은 또 하체트 책 배송 시간도 정상으로 돌려놓고 사전 주문 버튼도 다시 표출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작가길드 쪽에선 아마존의 이 같은 제안을 거부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미국 대형 출판사 하체트와 판매조건 놓고 갈등 중
아마존의 이 같은 행보를 이해하기 위해선 시간을 잠시 되돌릴 필요가 있다. 아마존은 최근까지 미국 4위 출판사인 하체트와 전자책 판매 조건을 놓고 갈증 중이었다.
두 회사 갈등의 핵심은 전자책 판매 조건을 둘러싼 견해차였다.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자 아마존은 지난 5월 플랫폼 사업자의 위세를 이용해 하체트를 압박했다.
하체트 책들에 대한 배송 시간을 고의로 지연시키는가 하면 사전 주문 버튼은 아예 빼버렸다. 아마존은’해리포터’ 작가인 조엔 롤링이 최근 하체트를 통해 출간한 책에도 이런 조치가 그대로 적용됐다.
출판사를 압박한 아마존은 이번엔 작가들을 자신들의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대대적인 당근을 던지고 나선 셈이다.
데이비드 내가 아마존 부사장은 이날 작가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분쟁 기간 중 하체트 전자책 판매금액 전액을 작가들에게 지불하겠다”고 밝혔다. 아마존은 또 배송과 가격 역시 종전 수준으로 되돌려놓겠다고 약속했다.
아마존은 또 협상이 지연되고 있는 것은 하체트 때문이라고 비난했다. 외신들에 따르면 아마존 측은 편지에서 “하체트가 협상 테이블에 다시 나오기만 하면 72시간 내에 분쟁이 종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작가길드 "이번 조치는 단기 해결책 불과" 비판
아마존의 이번 조치는 사실상 작가들을 매수해 출판사를 압박하려는 전략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작가들에게 전자책 인세 전액 지불이란 당근을 제공하면서 출판사 쪽에 서지 못하도록 하려는 속셈인 셈이다.
이에 대해 IT 전문 매체인 판도데일리는 아예 “아마존이 작가들을 (예수를 배신한) 유다를 만들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작가들의 단체인 작가조합 역시 아마존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록사나 로빈슨 작가길드 대표는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아마존이 이번 분쟁과 관련해 건설적인 대화를 하길 원한다면 언제라도 응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하지만 이번 조치는 작가들에게 출판사 반대편에 서도록 하는 단기 해결책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로빈슨 대표는 또 “이번 제안으로 작가들을 분쟁 바깥으로 내몰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 “두 회사간 다툼의 중앙에는 우리 책이 있다”고 강조했다.
작가길드가 거부 의사를 밝히면서 아마존의 당근 정책은 효과를 발휘하기 힘들게 됐다. 하지만 아마존과 하체트 간의 이번 분쟁은 플랫폼 사업자의 막강한 힘이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는 사례로 두고 두고 회자될 가능성이 많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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