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현기자] ‘검색 제왕’ 구글이 정보 검열 논란에 휘말리고 있다. 잊힐 권리를 인정한 유럽사법재판소(ECJ) 판결 이후 연이어 링크 삭제 조치를 적용한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은 9일(현지 시간) 한 때 ‘정보 찾기’와 동의어였던 구글이 ECJ 판결 이후 ‘정보 감추기(Hide it)’에 앞장서고 있다고 비판했다.
ECJ는 지난 5월 “구글 검색엔진을 이용하는 모든 사람은 검색에서 ‘잊힐 권리’를 갖고 있다”고 판결했다. ECJ는 또 “사용자가 시효가 지나고 부적절한 개인정보를 지워달라고 요구할 경우 구글은 이를 삭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잊힐 권리’란 인터넷 공간에 올라와 있는 자신과 관련된 기록을 삭제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특히 미성년 시절 올린 글이 문제가 돼 성인이 된 이후 피해를 보는 사례 등이 발생하면서 ‘잊힐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하지만 ‘잊힐 권리’가 또 다른 정보 검열 수단이 될 우려가 있다면서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실제로 ECJ 판결 직후 구글이 연이어 링크 삭제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정보 검열 논란이 현실화됐다. 구글은 현재 유럽 지역에서만 링크 차단 조치를 적용하고 있다.
◆기사 링크 삭제했다가 되살리는 해프닝도
가디언을 비롯한 유럽 주요 언론들은 최근 비판적인 과거 기사들이 연이어 구글 검색창에서 사라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BBC는 무불별한 투자로 세계 금융위기를 촉발한 스탠리 오닐 메릴린치 전 최고경영자(CEO)를 비판한 기사들이 구글에서 차단됐다고 지적했다.
특히 외신들은 구글이 누구 요청으로 왜 링크를 삭제했는지 공개하지 않고 있어 정보검열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외신들에 따르면 구글은 지난 5월 ECJ 판결 이후 지금까지 모두 25만 건의 삭제 요청을 받았으며 그 중 7만건에 대해 링크 삭제를 적용했다.
구글은 최근엔 영국에서 차단했던 데일리 텔레그라프와 가디언 기사 링크를 되살렸다. 구글이 링크 삭제했다가 되살린 것은 지난 2010년 스코틀랜드 축구 심판이 페널티 킥을 선언한 이유에 대해 거짓말을 한 내용을 담은 기사다.
이런 조치에도 불구하고 구글이 ECJ 판결 직후 링크 차단 조치를 지나치게 자주 적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동부 앵글리아 대학의 폴 버날 교수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구글이 공중의 관심이 집중된 최근 뉴스로 연결되는 검색 결과를 과도하게 차단하는 것은 ECJ 판결 취지와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면서 ‘잊힐 권리’를 적용하기 위한 엄격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이에 따라 유럽연합(EU) 데이터 규제 문제 담당자들은 다음주에 잊힐 권리 처리 가이드라인 마련 작업에 착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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