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례기자] 정부가 기업의 사내유보금에 과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가운데 10대 그룹 사내유보금이 최근 5년 새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16일 기업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10대 그룹 81개 상장사(금융사 제외)의 1분기 말 기준 사내유보금은 총 515조9천억 원으로 2009년 271조 원에 비해 90.3% 가량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5년새 유보금은 245조원, 유보율은 1734%로 747%p 가량 높아졌다.
10대 그룹 중 사내유보금이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삼성으로 5년 새 86조9천억 원에서 182조4천억 원으로 95조4천억원(109.8%) 증가했다.
이중 삼성전자 유보금이 70조9천억 원에서 158조4천억원으로 87조5천억 원(123.4%) 늘며 그룹 유보금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13개 상장사 전체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유보금 비중도 87%에 달했다.
같은 기간 현대자동차그룹은 41조2천억원에서 113조9천억 원으로 176% 늘어 2위를 기록했고, SK(24조1천억원. 70%)와 LG(17조원. 52%)가 뒤를 이었다.
이들 4대 그룹을 포함, 10대 그룹 81개 상장사 중 사내유보금이 늘어난 곳은 67곳에 달했다. 반면 한진해운, 삼성전기 등 14개사는 줄었다.
유보율이 가장 높은 그룹은 5162%의 롯데로 2009년에 비해 863%p 높아졌다. 삼성이 3976%로 2위를, 다음으로 포스코(3698%)와 현대중공업(3282%), 현대차(1928%)와 GS(1108%) 등의 순이었다. 반면 한진은 163%로 10대 그룹 중 유보율이 가장 낮았다.
사내유보금은 기업의 당기 이익금 중 세금과 배당 등의 지출을 제외한 이익잉여금에 자본잉여금을 합한 금액. 이를 자본금으로 나누면 사내유보율이 된다.
◆사내유보금=현금성 자산? 과세방안 '논란'
이같은 기업들의 사내유보금이 급증하면서 정부가 내수 활성화 등을 이유로 이에 대한 과세로 투자 및 배당을 유인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논란도 있다.
유보금에는 현금 외에 투자로 인한 유형자산과 재고자산 등이 포함, 이를 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으로 단순 해석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내유보율 등이 압도적으로 높다고 평가되는 삼성전자의 실제 현금성 자산은 2013년 기준 53조원 선에 그친다.
삼성과 글로벌 특허전 등을 벌이고 있는 애플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이 2011년 기준 153조원에 달하는 것을 감안하면 국내 기업의 현금성 자산은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무리하게 배당 등을 늘릴 경우 기업의 재무구조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영례기자 you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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